8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신시컴퍼니
매일 새벽 2시 22분, 의문의 발소리와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고요한 집을 휘감는다. 이 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네 명의 인물, 정해진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불안과 긴장은 커져만 간다.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2시 22분’은 일상에 파고든 섬뜩한 미스터리를 통해 인간 심리의 가장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다. 2021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당시 영국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인정받는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작 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22년 미국에서 공연되었고, 한국에서도 2023년 초연되며 국내 관객과 만났다. 올해 공연은 2년 만에 이루어지는 재연이다.
‘2시 22분’은 단순한 유령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는 바로 극을 이끌어가는 네 인물의 팽팽한 대화의 흐름과 섬세한 호흡에서 비롯된다. 제니(아이비·박지연)와 샘(최영준·김지철) 부부, 그리고 이들의 집을 방문한 친구 부부 로렌(방진의·임강희)과 벤(차용학·양승리)이 한 공간에 모여 밤마다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논쟁하는 과정 자체가 극의 핵심이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특수 효과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와 대화의 힘으로 승부하는데, 네 인물이 주고받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침묵과 호흡이 바로 이 작품이 선사하는 짜릿한 긴장감과 몰입감의 원천이다.
ⓒ신시컴퍼니
네 명의 인물은 각기 다른 시선과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대화 속에서 첨예하게 부딪히고 섞인다. 합리주의자인 샘은 과학적 증거와 논리로 제니의 주장을 반박하고, 회의적인 로렌은 현실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본다. 반면, 영적인 현상에 열린 태도를 가진 벤은 제니의 편에 서서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이들의 대화는 마치 잘 짜인 심리극을 보는 듯하다. 초자연 현상에 대한 단순한 갑론을박을 넘어, 각자의 성격과 가치관, 심지어는 숨겨진 과거까지도 대화의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특히 제니 역의 박지연은 공포와 불안, 그리고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며 대화의 중심에서 극의 감정선을 이끌어간다. 박지연은 때로는 절규하고, 때로는 나약하게 흔들리고, 엄마로서의 강인함까지 관객에게 제니의 내면을 오롯이 전달한다.
여기에 여우 울음소리, 바람 소리 등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공간 전체에 음산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의 존재를 더욱 실감나게 만든다. 무대 왼편에 매달려있는 커다란 디지털 시계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불편하리만큼 홀로 선명하게 빛을 내며 2시 22분에 가까워질수록 관객의 불안감은 서서히 고조된다.
작품은 단순한 공포로 끝맺음되지 않는다. 공연에 들어가면서 약속한 것처럼,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결말을 언급할 순 없지만 공연 내내 관객을 사로잡았던 긴장과 불안의 끝엔 왠지 모를 슬픔이 오래도록 자리한다.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이 어쩌면 우리 주변을 맴도는 수많은 ‘2시 22분’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하면서 진한 여운을 남긴다. 8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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