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마철을 맞아 골프장 이용 관련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편향적인 소비자 불만이 일부 몰지각한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비가 와도 골프장에 가야 한다”, “몇 홀 치지도 않았는데 9홀 요금을 청구 받았다” 등의 내용들이다. 이러한 주장은 골프장 이용자 입장에선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경우도 많다. 설령 일부 골프장에서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업계 전반을 도매금으로 비난하는 흐름에는 아쉬움이 크다.
골프장은 철저히 ‘야외 스포츠’라는 특성을 가진 업종이다.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전화 한 통으로 예약을 취소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지역별 기상 편차가 크고 특히 골프장이 위치한 외곽 지역은 도심보다 날씨 변화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울에서 폭우가 쏟아져도 경기 북부나 강원 지역 골프장은 맑은 날이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전화 한통으로 일방적 예약 취소를 허용하게 될 경우 골프장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취소한 고객의 시간에 예약하길 원했던 다른 고객의 기회도 빼앗는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폭우가 와도 라운드를 강행한다’는 억측도 있지만 실제 골프장에서는 기상레이더와 현장 상황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현장 확인 후 최종 결정’ 방침을 가지고 라운드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폭우나 낙뢰 우려가 있을 시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경기 중단을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0분만 기다려보자’는 안내 역시 기상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 판단이며 결코 억지로 플레이를 강요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조심스러우면 고객이 “왜 먼저 취소했느냐”고 항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천에서 수만명까지 모이는 야구장 또한 야외 스포츠이기 때문에 기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경기 중 우천 시 해당 경기의 점수 차이와 전체적인 순위경쟁 상황에 따라 어떤 팀은 취소를 원하고 다른 한쪽은 강행을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끌기 위해 지연 플레이를 한다든지 하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각자의 사정을 다 들어주다보면 경기는 엉망이 되기 때문에 야구도 결국 우천취소의 경우 심판 재량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취소여부를 결정한다.
요금 정산 관련 논란도 자주 제기된다. 표준약관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플레이가 중단될 경우 2번 홀부터 홀 단위 정산을 명시하고 있는데 몇 홀만 쳤는데 9홀 요금을 받았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소비자들이 많아서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회원제와 비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천재지변으로 인한 경기 중단 시 표준약관에 명시되어 있는 홀별 정산은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홈페이지 및 예약 과정에서 사전 고지한 정산 기준에 따라 운영한다. 하지만 대중형 골프장의 경우에는 표준약관 준수가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사항이다. 특히 캐디피와 카트비는 인건비와 유지비가 고정되어 있어 홀 단위 정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소비자 불편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표준약관 미준수 대중형 골프장 111곳을 점검했고 협회 역시 회원사들과 함께 정산 기준을 점검하고 투명성을 강화해왔다. 많은 골프장이 자율적으로 이를 개선 중이다.
다만 골프장이 위치한 지역, 규모, 운영 방식 등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획일적인 기준을 강제하는 것보다 자율적 합리화를 유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골프 수요 속에서 일부 골프장의 요금 인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지만 그 이면에는 잔디 관리 비용, 인건비 상승, 부동산 세금 증가 등 경영 부담이 함께 작용한 것이 현실이다. 가격만 인상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돼서는 안 된다.
골프장은 이제 단순한 체육시설을 넘어 지역 관광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복합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고객의 권리 보호와 함께 골프장에 대한 신뢰도 함께 쌓여야 한다.
비 오는 날, 고객을 억지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적의 판단을 하려는 골프장 운영진의 고충과 현실도 함께 이해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예를 들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전문적인 지식 없는 어떤 기자 본인이 골프장에 방문했다가 느낀 불만 혹은 언론사에서 회의 중 어떤 임원이 라운드를 갔다가 불쾌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기사화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소설 같은 기사나 칼럼이 게재된다면 본인이 속한 언론사의 격을 낮추는 것이며 감정적인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골프장 업계와 기자 본인 또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인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골프장은 고객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역시 회원사들에게 고객 중심의 합리적 운영과 투명한 정보 제공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고객 또한 감정이 아닌 정보에 기반한 소비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서로가 한 발씩 다가서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 골프 산업이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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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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