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3’ 황동혁 감독, 후회 없이 쏟아부은 6년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7.06 11:06  수정 2025.07.07 06:34

“게임 또는 메시지에 열광…달랐던 기대감, 호불호 당연해”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호불호에도 불구, 황동혁 감독은 ‘편안한’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지난 6년 여정을 돌아본 황 감독은 “언제 또 이런 사랑을 받아보겠나”라며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향한 뜨거운 관심에 그저 감사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은,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리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2021년 시즌1이 공개된 이후 K-콘텐츠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6년 대장정을 마친 것이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을 담은 시즌3을 향한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과 영국, 일본, 아르헨티나 등 조사 대상인 9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공개 첫 주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꼽혔다. 일각에서는 ‘결말이 다소 싱겁다’고 반응하는가 하면, ‘시즌1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혹평하기도 했지만, 황 감독은 후련하다고 말했다.


“6년 동안 제 인생을 갈아 넣었다. 성공과 영광을 모두 누렸다. (그 어떤 작품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섭섭한 마음도 있다. 언제 또 이런 사랑을 받아보겠나. 부담도 컸었다. 온 세상의 주목과 기대를 받았지 않나. 그래서 한편으론 홀가분하고, 편안한 마음이 있다.”


시즌2, 3을 염두에 둔 기획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즌1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후속 시즌이 추진됐고, 이에 황 감독의 고민도 시작됐다. ‘해피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현실 반영’이라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핵심을 놓칠 수 없었다.


“막연하게 시즌2를 하면, 기훈이 게임에 다시 뛰어들고 파괴를 하더라도 어떻게든 게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미국으로 딸을 만나러 가는 결말을 염두에 뒀었다. 그런데 쓰면서 ‘내가 이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라고 생각했다. 결국 기훈의 여정이 여기서 끝나야겠더라. 이 작품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세상을 돌이켜 보니까 시즌1을 만들 때보다 더 안 좋아졌다. 전쟁은 확산되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기후위기도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진다. 더 암울한 세상을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여겼다.”


시즌3에서는 임산부의 몸으로 게임에 참여한 222번 준희(조유리 분)의 출산이 메시지의 핵심이 된다. 갓 태어난 아이를 둘러싸고, 캐릭터들의 선택이 엇갈리며 ‘오징어 게임3’의 메시지가 도출됐다. 다만 아기의 존재가 예상 가능한 결말을 불렀다는 혹평도 없지 않았는데, 황 감독은 “아기는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젊은 세대가 자포자기한 느낌이지 않나. 그들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윗세대보다 잘사 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많은 사회 문제들도 생긴다. 그런데 그들이 희망을 잃으면 세상은 앞으로 더 망가지는 일밖에 안 남는다. 극 중 아기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여겼다. 우리도 윗세대에게 세상을 받았다. 최대한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전달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아기라는 장치를 게임 안에 넣었다.”


섬 바깥에서 게임장을 찾아 헤매는 경찰 준호(위하준 분)가 결국 결말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면서, ‘허무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황 감독은 준호의 역할이 처음과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허무한 활약 또한 의도한 바였다며 이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준호는 맥거핀이었다. 처음에 해피엔딩으로 막연하게 구상했을 때 준호와 용병들이 섬을 찾아내고, 경찰이 와서 기훈이 탈출에 성공하는 엔딩을 생각했다. 쓰면서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꾼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도착하면 안 되는 상황으로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섬에는 도달하게 하고 싶었다. 준호가 최종 우승자가 아기가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하고 싶었다. 준호는 형과 그 세계를 지켜본 인물이라 그에게 아기를 맡기고 싶었다. 그 부분에 대한 실망이나 비판도 이해를 한다. 인호(이병헌 분)의 주변에서는 준호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육아 경험은 없을 수 있지만, 456억을 맡겨도 제대로 쓸 것 같은 인물이 준호다.”


이렇듯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시즌1의 큰 인기 이후 새 시즌이 기획된 만큼, 황 감독 또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클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관심이 집중된 마지막 시즌에서는 호불호가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며 의연하게 호평도, 혹평도 받아들였다.


“원래 시즌2와 시즌3은 하나의 이야기다. 거기에 시즌1은 아무 기대 없이 툭 튀어나와서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어떤 분은 게임에 열광하고, 또 어떤 분은 그 이면에 있는 메시지에 열광하셨다. 기대가 각자 달랐던 것 같다. 또 어떤 다른 사회적 메시지가 나올까 기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분은 어떤 새 게임, 캐릭터가 나올까 궁금해하셨다. 실망하는 분들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분들의 그런 기대를 만들어드린 것도 결국 저다.”


글로벌 시청자들의 열광에, 미국 에미상에서 감독상을 받는 등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남긴 성과도 감사했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이제 황 감독에게 ‘오징어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은 나와 닮았다. 성기훈과 저를 닮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시즌1 상우를 보며 나를 떠올린 분들도 있다. 학벌, 동네, 제 가족사가 반영이 됐다. 캐릭터 이름도 주변인의 이름을 차용했다. 물론 이름만 따왔다. 그래서 이 작품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나 자신과 붙어있는 작품이다. 단점도 있다면 있겠지만, 스스로 찾진 않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진심으로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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