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아닌 최강 택한 이종범…바람처럼 사라진 코치 커리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06.29 07:17  수정 2025.06.30 06:34

시즌 도중 KT 위즈 떠나 예능프로그램 합류

10개 구단 팬들 한 목소리로 이 코치 결정 비판

시즌 도중 코치직에서 물러난 이종범. ⓒ 뉴시스

지난주 야구팬들에게 뜬금없는 소식 하나가 충격으로 전해졌다. 이종범 KT 위즈 코치의 예능프로그램 합류였다.


KT 위즈는 지난 27일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이 코치의 1군 엔트리 말소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구단 측은 “이종범 코치가 ‘최강야구’ 감독 합류를 위해 퇴단을 요청했다. 구단은 감독과 협의해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뜬금없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감독을 한 해 동안 보좌할 코칭스태프 구성은 구단의 매우 중요한 인사 중 하나다. 시즌 중 보직 이동은 흔하지만 갑작스러운 퇴단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임에 분명하다. 만약 코치가 팀에서 나왔다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거나 선수 또는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질 때다. 그것도 아니라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이번처럼 예능 프로그램 합류를 위해, 그것도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표를 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범 전 코치는 선수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리며 어마어마한 경력과 명성을 쌓은 이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제외하면 해태와 KIA에서만 뛴 타이거즈 원클럽맨이며, 은퇴 당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성대한 은퇴식과 등번호 7번이 영구결번 조치됐다.


은퇴 후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2013년 스승인 김응용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한화 이글스의 1군 주루코치를 2년간 맡았고, 약 5년간의 공백 후인 2019년부터는 LG 유니폼을 입어 2군 총괄 및 타격 코치, 2022년에는 2군 감독, 2023년에는 1군으로 올라와 주루코치를 역임했다.


아들인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 LG 트윈스 코치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절친한 선배인 이강철 감독의 요청에 의해 KT 위즈 1군 타격 및 외야 수비 코치를 맡았다. 그리고 이는 프로야구 감독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종범 전 코치는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코치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 뉴시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1군 감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전설을 써내려간 KIA 타이거즈에서는 감독 교체 시기,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으나 자신보다 후배인 김종국, 이범호 감독에게 지휘봉이 돌아갔다.


올 시즌 시작 당시 10개 구단 감독들 중 이종범 전 코치보다 선배인 사령탑은 이강철(KT), 김경문(한화), 염경엽(LG), 김태형(롯데) 등 4명이다. 나머지 6개 구단은 어느새 자신보다 후배들로 채워졌다.


두산의 경우 2023년 이승엽 감독을 선임했다. 코치 경력은 전무했고 공교롭게도 ‘최강 야구’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터였다. 올 시즌에는 NC 다이노스가 새 사령탑 구인에 나섰는데 마찬가지로 광주일고 후배인 이호준 감독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더는 프로야구 1군 감독의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까. 최고의 감독이 되기 위해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코치의 경력을 쌓던 그는 ‘최강’이 되고자 그동안 공들여 쌓았던 코치 커리어를 박차고 바람처럼 떠났다. 그것도 시즌 중에 말이다.


응원하는 팀의 여부를 떠나 10개 구단 팬들 모두 이종범 전 코치의 결정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혹시라도 그가 현장에 다시 돌아온다고 할 때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구단과 팬들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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