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스크에 마이너스 성적…평균 수익률 -4.4%
지수 구성종목 변경에도 “영향력 미미” 전망 우세
탄핵 정국에 정책 ‘물거품’ 우려…“법 개정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내 주식시장에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주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성적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분야 역점 사업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정책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연말 밸류업 지수의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도 별다른 호재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우세하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ETF 12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4.4%로 집계됐다. 전 종목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점에서 밸류업 ETF의 동반 부진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ETF가 추종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약세도 포착된다. 해당 지수는 최근 5거래일(12월 4~10일) 동안 3.6%(985.25→949.82) 하락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931.36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밸류업 지수가 공식적으로 산출된 지난 9월 30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밸류업 ETF는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격 가동으로 시장에 등장한 만큼 시장에 출시되기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밸류업 ETF는 지난달 4일 증시에 출시된 직후 상승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정책 리스크에 더해 경기침체 우려 등이 잇달아 반영되며 하락 전환한 뒤 낙폭을 키웠다.
이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증시를 향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밸류업 ETF에 국내 우량 기업 100곳이 편입된 만큼 현 증시 상황에서 처참한 성적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 4일(개장가)부터 전일(종가)까지 각각 3.29%(2500.10→2417.84), 4.23%(690.80→661.59) 떨어졌다. 지난 9일에는 코스피가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 코스닥은 5%대 급락세를 보이며 4년 7개월 만에 630선 밑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오는 20일 이뤄질 ‘코리아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에 대한 기대감도 저하되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밸류업 최대 수혜주’이자 ‘지수 편입 기대주’로 꼽히던 금융주까지 하락을 면치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업종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기존 100개 종목에 편출 없이 편입만 이뤄지는 만큼 지수 흐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에 의한 조정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에 직접적인 수급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편입 기대주인 금융주의 동반 폭락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현재 밸류업 지수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들의 약세가 개선되지 않아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인 만큼 밸류업 관련 정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련된 논의에 밀려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수 리밸런싱과 함께 밸류업 정책의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금융당국의 밸류업 펀드 투입·추가 조성, 시장안정 조치 가동과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관련 법안 개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상황에서 현 정권의 리더십 유지 여부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책 동력이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요구되지만 현재 대통령의 거취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만큼 관련 입법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이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리밸런싱 효과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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