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기각
고려아연 "MBK·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지킬 것"
영풍 "남은 주주들 피해 여전...본질 벗어나지 않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측을 상대로 낸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이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히자 영풍 측이 이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재판부는 "채무자들이 시가보다 높게 이 사건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매수 가격을 정했더라도 매수한 자기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현재까지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지난 2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1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영풍 측의 두 차례 가처분 신청에도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상황을 맞이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당초 계획대로 23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공개매수가는 89만 원으로 MBK·영풍 측보다 6만원 높게 책정됐다.
자사주 공개매수 최대 지분 20%(414만657주) 중 소각예정인 자사주는 17.5%, 베인캐피탈은 2.5%를 자체 보유하게 돼 최씨 일가측 지분은 총 36.55%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영풍·MBK 측(38.47%)과의 차이는 1.92%p에 불과해 양측의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양쪽은 각각 입장문을 내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황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높여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꼼수라는 사실을 반증한다"며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보다 6만원이 많은 확정이익에도 불구하고 5%가 넘는 주주들에게 인위적으로 재산상 손실을 끼쳤다는 점에서 시세조종 및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조사와 법적 처벌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처럼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를 완료하고, 이후에도 의결권 강화를 통해 MBK, 영풍 연합의 국가기간산업 훼손을 막아내겠다"며 "이를 통해 경영권을 더욱 탄탄히 해 MBK 측의 기습적인 공개매수로 인해 멈출 수밖에 없었던 고려아연의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영풍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최 회장의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막대한 차입금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풍·MBK 측은 "이번 가처분 결정이 고려아연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향후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거버넌스 부문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비교적 짧은 가처분 심리과정에서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향후 장기간 회사 재무구조가 훼손되고 이로 인해 남은 주주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개매수의 결과를 지켜본 후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영풍·MBK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장내에서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어느 한쪽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전까지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앞두고 지분 매입과 여론전이 계속될 것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