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이례적 인상…“제반 비용 상승 원인”
서민부담 가장 문제…올해도 밀키트 인기 예상
정부, 민생안정에 만전…성수품 할인 60% 지원
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토마토 케첩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식품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잇따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추석을 앞두고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자제하다가 추석 연휴 이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추석 전부터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지난 4·10 총선 이후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리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민심을 의식한 정부 압박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다가 최근 줄줄이 인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상이 본격화된 만큼 뒤늦게 조정에 나서는 업체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는 오늘(30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케첩·후추 등 제품 가격을 6~15% 인상한다. 토마토 케첩(300g) 제품은 1980원에서 2100원(6.1%)으로, 순후추(50g) 가격은 4845원에서 5560원(14.7%)으로 조정된다. 다음 달 편의점에서는 ‘3분 카레’ 등의 가격도 10%로 오른다.
김치 가격도 오른다. 대상은 내달부터 편의점 김치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 종가집 ‘맛김치 50g’을 1000원에서 1100원(10%), ‘맛김치 80g’은 1500원에서 1600원(6.7%)으로 올린다. ‘맛김치 900g’은 1만3000원에서 1만4600원(12.3%)으로 인상한다.
이미 가격을 상향 조정한 기업도 있다. CJ제일제당은 냉장 HMR ‘햇반컵반’ 제품 20여 종 중 4종을 개편하면서 가격을 올렸다. 흰쌀 햇반을 현미 햇반으로 바꾸면서 편의점 판매가를 4800원으로 600원(14%) 조정했다.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업체 저마다 각종 비용 인상 압박을 꼽고 있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원가 부담 적체를 호소해 왔다.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요청과 국민들의 고물가 부담을 고려해 원가 상승분을 감내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의 식품 업체가 경기 불황 장기화, 원재료 가격 인상 등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인상분을 감내해왔던 만큼 가격 인상에 나서는 곳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 사과 등 과일이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문제는 가공 식품 가격 인상으로 끝나지 않고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가공식품 인상이 확산하면 외식 물가도 덩달아 상승할 공산이 크다. 라면, 국수, 조미료, 햄, 유제품 등은 식당이나 카페 등의 음식료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식재료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최저임금 인상과 식재료비 상승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임대료 등도 가파르게 올랐다.
실제로 통계청은 지난달 자영업자가 572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000명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6개월째 감소세라고 19일 밝혔다. 6개월 연속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내수 경기도 기약 없이 부진한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집계를 보면 지난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감소해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을 경신했다.
당장 서민부담도 걱정이다. 식탁 물가가 출렁이는 추석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뤄진 가격 인상인 만큼 식품업계는 비난의 목소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 추석에 비해 9%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올해도 차례상 간소화 추세가 확산되면서 간편식이나 밀키트를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까지의 번거로움 없이 명절 음식을 필요한 만큼 간편하게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간편식 차례상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다는 평가도 있다.
식품업계는 일찌감치 추석 명절을 앞두고 편리함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완제품 차례상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고물가 여파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명절 간소화 경향이 계속되면서 간편 제수용품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부 역시 추석을 맞아 민생안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을 공급하고, 700억 원을 투입해 성수품 최대 60%의 할인을 지원한다. 소상공인과 서민을 위한 신규자금을 확충하는 한편, 내수 촉진 방안도 다수 공개됐다.
정부는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물가가 치솟기 전인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추, 무, 사과, 배, 양파, 마늘, 감자, 소·돼지·닭고기, 계란, 밤, 대추, 잣, 명태, 오징어, 고등어, 갈치, 참조기, 마른 멸치가 포함된다.
아울러 정부는 내달 말 끝날 예정이던 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 10가지 수입과일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한다. 소·돼지고기는 농협 출하 물량을 확대하고, 수산물은 정부 비축 물량 1만3000t을 전통시장·마트 등에 직접 공급해 최대 45% 싸게 팔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물가안정 기조를 안착시키고, 민생과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마련했다”며 “유달리 힘들었던 여름 날씨로 지친 우리 국민들께다가오는 추석 명절이 ‘상쾌한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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