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지역과 상생하며 자란다 [지역 아카이빙, 로컬 매거진①]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10.05 08:58  수정 2023.10.05 08:58

어반플레이, 로컬 매거진 '아는동네' 시리즈 발간

핫플레이스 아닌, '찐' 동네 맛집 소개, 상점 인터뷰


매거진(잡진)은 시대의 트렌드를 빨리 잡아내거나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매거진은 ‘전문’적이기보다, ‘대중’적이었다. 특정 영역을 다루면 ‘전문 매거진’이라 불렸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이 일상화가 되면서, 잡지는 오히려 타깃층을 정확하게 조준하면서 생명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문학, 여행, 뷰티, 건축, 미술 등 하나의 주제 외 취향을 파고들었고, 유의미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매거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다.


ⓒ어반플레이 홈페이지

특히, 과거 ‘지역 소식지’ 정도로 여겨지던 로컬 매거진들이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문화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로컬 매거진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 인물 등을 다루는 잡지로, 월간, 계간으로 발행되기도 하고 비정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제작은 기업 혹은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단합하는가 하면, 1인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용을 마련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독자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출판사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로컬 잡지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컬 매거진은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자연 경관, 역사 유적, 전통 음식, 문화 예술 등을 소개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협력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SNS 맛집보다는 동네에서 오래된 상점들을 조명해, 동네가 일차원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재발견되고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아카이빙 한다.


ⓒ로우 프레스

우리나라 지역의 식문화를 여행하는 단행본 시리즈 '고을'(goeul)은 '이웃의 부엌을 여행한다'는 슬로건으로 음식을 통해 지역을 여행한다는 콘셉트를 지향한다. 국내 한 지역을 방문해 고유한 역사와 전통, 음식, 제철 식자재들을 소개한다. 동시대 식문화를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모습과 가치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지금까지 경주, 담양, 강릉, 대구, 순천 등 총 5권이 만들어졌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 어반플레이는 2017년부터 '아는동네'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동네를 경험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매거진이다. 연남동, 을지로, 성수, 이태원 서울부터 강원도, 전주, 인천 등 다른 지역까지 발을 넓혔다. 우리 주변 익숙한 동네의 삶과 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며, 로컬 주민과 상인들의 인터뷰와 취향에 따른 공간을 소개하며 마치 동네마다 여행하는 듯한 콘텐츠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경기관광공사와 협업하여 경기도 골목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웹진을 제작했다.


홍대 앞이라는 서울 도심 속 로컬을 발굴해 14년째 홍대의 이야기를 이어오고 오고 있는 ‘스트리트h’도 로컬 매거진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다. '안녕 망원'도 '동네 사람이 만드는 동네 잡지'를 슬로건으로, 망원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전다원 편집장은 로컬 매거진 관련 강연을 하며 ‘안녕 로컬’이라는 6주짜리 수업을 만들어 로컬 매거진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도 했다.


또한, 로컬 매거진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역의 문화와 상생하는 역할로 확대된다.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축제나 이벤트를 개최하여 지역 주민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앞서 언급한 어반플레이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역마다의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명소를 소개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서울 연희, 연남 지역에서 로컬 편집 상점 연남방앗간과 정음철물, 로컬 크리에이터를 위한 라운지 연남장과 연희대공원, 연희회관, 기록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태원에는 이태원의 다양한 문화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문화복합형 팝업스토어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을 열었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이곳에 모여 편집숍, 바이닐숍, 전시 등을 하며 이태원의 문화적 유산을 재해석하고 전달한다. 금토일에는 매주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태원의 상인들과 컬래버레이션 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한다.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는 편집부의 독립적인 관점에서 자영업 공간들을 연구한 결과물을 잡지로 만들어낸다.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3호 '서울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4호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등이 발행됐다.


서울의 다양한 지역을 주제로 하는 로컬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인물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협력하여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평택에서 독립서점 생활방식을 운영하며 '계간 생활방식' 로컬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는 이예슬 씨는 "우리는 로컬 매거진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역의 문화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지역의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로컬 매거진은 지역색을 선명하게 그려나가며 종이매체의 약세를 헤쳐나가고 있지만, 숏폼 비디오, 소셜 미디어 플랫폼 영상 등과의 경쟁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잡지들은 디지털 버전 추가, 제휴사와 협력한 홍보,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한 맞춤형 콘텐츠, 한정판, 굿즈 등 새로운 전략을 도입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강화도 로컬 매거진의 무기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에서 발행되는 로컬 매거진 '안녕, 둔지미'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강조하는 잡지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와 의견이 주축을 이룬다.


일반 잡지들처럼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SNS, 유튜브 다양한 채널을 운영해 독자층을 확대하고, 구독 모델을 도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구독자들의 선호도와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 독자들의 참여와 피드백을 유도 및 수집하고 이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로컬 매거진을 즐겨 본다는 이관희 씨는 "이사 온후 내가 사는 지역을 알고 싶을 때 로컬 매거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한 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로컬 매거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색깔, 방향성을 관찰하고 집중할 수 있다. 좋은 콘텐츠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큰 자본 없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은, 로컬 매거진의 시장 확대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계간 생활방식'의 이예슬 씨는 "대단한 디자인이나 뛰어난 글솜씨가 아니어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계간 생활방식'은 인쇄해서 제가 스테이플러 일일이 찍어 만든다. 그렇게 해도 잡지가 된다. 창간호는 100호 이상 팔렸다. '계간 생활방식'을 사기 위해 일부러 평택의 독립서점을 방문하신 분도 계셨다"라고 강조했다.


이예슬 씨는 "종이 매체의 위기라고 하지만, 잡지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디지털을 선호하는 성향이 짙어지고 있지만, 아무리 저장 기능이 있어도 다시 보는 일은 드물다. 잡지나 인쇄물은, 특히 내가 사는 지역과 관련된 글들은 필요할 때마다 다시 꺼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장용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자생과 지속 가능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본질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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