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재량 확대로 경쟁 심화 전망
고수익률 내세워 머니무브 기대감
은행권 주도 시장 판도 변화 주목
퇴직연금 이미지.ⓒ연합뉴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본격 시행을앞두고 증권사들의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각사별 경쟁 속에서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은행에서의 ‘머니무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고객 잡기에 나서는 증권사들의 성과가 주목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로 퇴직연금 상품의 경우,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은 기존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근로자가 6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신규 가입자는 가입 후 2주 이내에 운용지시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동된다. 지난해 7월12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는데 1년 만에 의무화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미래에셋·한국투자·신한투자·삼성·현대차 등 총 12개 증권사가 확정급여(DB)형 및 DC형 퇴직연금을 운용 중으로 이들의 총 적립금 규모인 58조2753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14조4203억원)과 현대차증권(14조2688억원)이 상대적으로 많고 한국투자증권(9조138억원)과 삼성증권(6조6031억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각사별로 총 적립금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수익률은 2% 후반에서 3% 초반대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DC형 원금보장형을 기준으로는 KB증권(3.14%)·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이상 3.11%) 등에 이어 현대차증권(2.88%)·NH투자증권(2.79%)·미래에셋증권(2.77%)·삼성증권(2.72%)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퇴직연금 상품에서 금융사가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만큼 각사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증권업권 내부의 경쟁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은행업권과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데일리안DB
금감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38조1593억원으로 이 중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174조8993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51.72%를 점유하고 있다. 보험(86조5173억원·25.58%)과 증권(76조7427억원·22.69%)을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은행들이 퇴직연금을 주도할 수 있었던 요인은 대다수 근로자가 직장에서 거래하는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자연스레 가입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인데 증권업계는 내달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의 바탕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있다. 올 1분기 기준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2.86%로 전 분기(지난해 4분기) 대비 0.7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기간 보험이 0.37%포인트 오른 2.28%, 은행이 0.59%포인트 오른 2.2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증권사의 운용 수익률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는 적립금 중 위험자산 운용 비중이 70%로 제한되지만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면 이같은 위험자산 편입 비중 제한이 없어져 보다 공격적인 운용이 가능해진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은행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증권의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세가 타 업권에 비해 높으면서 고수익률에 따른 점유율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 분기 대비 4.11% 증가했는데 이는 은행(2.39%)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 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투자 자금이 안전한 은행 예금으로 올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됐던 것처럼 퇴직연금도 수익률에 따라 크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정체기에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이동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판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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