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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논란, 애끓는 수산인 마음 누가 살피나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3.06.05 07:00 수정 2023.06.05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연일 공방만 주고받는 정치권

생존 걸린 어업인들 ‘속수무책’

정부, 논란과 별개로 보호책 내놓아야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한미당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한미당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예상 방류 시기가 다가온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시민사회단체 공방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달래려 시찰단을 파견했다. 시찰단은 명단 비공개 탓에 ‘깜깜이’ 논란만 낳았다. 민심을 진정시킬 의미 있는 결과는 없었다.


오염수는 이르면 내달, 늦으면 8~9월께 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예상컨대 오염수를 두고 갈라선 국론 상황은 갈수록 심화할 게 분명하다.


오염수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양비론(兩非論) 또는 양시론(兩是論)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누구의 주장도 아직은 정답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일본이 계획대로만 잘 이행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리란 판단이다. 바닷물로 오염수를 희석하고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면 유해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은 없다고 본다.


특히 태평양을 돌아오는 해류를 믿고 있다. 최소 5~10년을 거쳐서 돌아오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에 관해서는 ‘괴담’을 유포하며 ‘선동’한다고 비판한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반대 주장을 펼친다. 아무리 바닷물로 희석하고 ALPS로 걸로도 삼중수소는 남는다는 점을 내세운다. 해류 이동 또한 지표수와 심층수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르면 수개월 내 우리 영해로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오염수 방류는 우리 주권을 침해당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태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찬반 양측이 치열하게 다툴수록 모든 게 불안해진다. 각종 주장과 반론이 뒤섞이며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두려움에 시달린다.


갈수록 혼탁해지는 오염수 논란에서 가장 큰 피해를 예상하는 수산·어업인들은 정작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수산·어업인에게 오염수 방류는 생존의 문제다. 지난달 25일 환경운동연합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조사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2.0%에 달한다. 소비자시민모임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수산업 종사자들로서는 설문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염수 논란이 ‘광우병 괴담’이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 수산물 소비 축소는 오염수 진실과 관계없는 심리의 문제다.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는 수개월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오염수 방류를 대비해 수산물과 해수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확대하겠다는 것 말곤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조만간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일회성 행사로 수산·어업인의 우려를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3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후쿠시마 사고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해수부 대응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전체 수산물 생산량과 예상 피해 규모 대비 대응 예산이 적다는 지적이다. 대책 실효성마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가칭 ‘후쿠시마 사고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 분야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을 주문했다. 더불어 농어업재해대책법 안에 방사능 오염 사고와 같은 사회재난 개념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 확대뿐만 아니라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자 바닷가 인근 지역들도 피해 방지책 마련을 요구한 지 오래다. 일부 지자체는 특별법 제정, 수산물 직불제, 오염수 유출 피해 업종 지원 기금 편성 등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어영부영하는 사이 오염수 방류 시기는 점점 가까워진다. 피해는 예방이 최선이다. 예방이 어려울 때는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초기 대응은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진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 논란과 별개로 두려움이 떨고 있는 수산·어업인들을 위한 보호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게 국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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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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