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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북한인권보고서' 첫 공개발간…文정부와 달랐다


입력 2023.03.31 01:00 수정 2023.03.31 10:2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장애인 생체실험·청소년 처형"

탈북민 증언집 성격

사실 확인·함의 분석과는 무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2일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아이들을 '격려'하고 있다(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2일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아이들을 '격려'하고 있다(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민주적 가치(value)'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북한 인권보고서를 사상 처음으로 공개 발간했다. 대북협상 진전을 위해 인권 문제 제기를 쉬쉬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인권 이슈를 부각하며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30일 통일부는 탈북민 508명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가 오는 31일 발간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인 지난해 8월 권영세 장관이 보고서 공개 발간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며 "올해 1월 초까지 작성해 전문가 자문을 거쳤고 유관기관과 의견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제정된 북한 인권법에 따라 설립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이듬해부터 입국 탈북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매해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다만 탈북민 신상 노출 등의 우려를 감안해 3급 비밀로 분류됐다.


특히 문 정부는 △증언의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점 △인권 개선 관련 증언도 있다는 점 등을 들며 공개 발간에 선을 그었다.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지만, 탈북민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증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결국 임기 내 대북성과에 집착했던 문 정부가 북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보고서 발간에 거리를 뒀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인권 기록과 남북관계 발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윤 정부는 임기초부터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적극성을 띠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북한 인권 실상을 널리 알려 국민 이해를 돕고 국제사회 공조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반 국민들이 북한 인권 실상을 알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보고서를 (공개) 발간하는 것"이라며 "영문으로 번역해 국제사회에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 어린이들(자료사진) ⓒ세계식량계획(WFP) 북한 어린이들(자료사진) ⓒ세계식량계획(WFP)
가족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가족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450쪽 분량으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특별사안(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최근까지도 공개처형과 당사자 동의 없는 생체실험 등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생체실험이 실험대상자의 동의 없이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험대상자는 조현병 등 정신병 환자이거나 지적장애인으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보고서에는 청소년, 임신부에 대한 처형 사례도 담겼다. 지난 2015년 원산시에선 한국 영상물 시청과 아편 사용을 이유로 16∼17세 청소년 6명이 사형 선고 직후 총살됐다고 한다.


2017년에는 임신 6개월 여성이 공개처형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여성이 집에서 춤을 추는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열병식에 참가한 북한 주민이 눈물 흘리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TV 열병식에 참가한 북한 주민이 눈물 흘리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TV

정부는 이번 보고서가 탈북민 증언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탈북민이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례, 전해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된 만큼, 사실 확인이나 함의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문적 분석 보고서와는 차이가 있다"며 "균형된 시각에서 실태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방향으로 작성했다. 구체적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상반된 증언이 있을 경우 모두 반영해 수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언자 신상을 보호하는 데 유의했다"며 "관리번호나 지역 등을 모두 다 생략하고 작성했다"고 밝혔다.


31일 발간되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 표지 ⓒ통일부 31일 발간되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 표지 ⓒ통일부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밀로 취급하던 내용을 민간에 공개한 만큼, 관련 자료를 토대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그간 북한 연구자들은 정부가 탈북민 조사 자료를 움켜쥐고 공개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해왔다. 때문에 이번 보고서 공개 발간을 계기로, 향후 민관 합동연구 등을 진행해 시기별 특징 및 차이점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의 시계열적 변화에 대한 연구·조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북한인권)기록센터나 전문연구기관을 통해 해나가야 할 중요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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