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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계열사를 왜 지자체들이 나눠먹나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3.30 10:18 수정 2023.03.30 10:1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광양시, 포스코퓨처엠 광양 이전 요구…"포항시 세 개 가졌으니 하나 내놔라"

포항시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 요구가 시발점…지자체간 이전투구 양상

지자체 강압에 의한 민간 기업 이전은 포스코홀딩스 하나로 끝나야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이 20일 포항 포스코퓨처엠 본사에서 열린 사명변경 선포식에서 새로 제작된 사기를 흔들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이 20일 포항 포스코퓨처엠 본사에서 열린 사명변경 선포식에서 새로 제작된 사기를 흔들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전남 광양시가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을 광양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포스코와 전라남도, 광양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광양지역상생협력협의회를 통해 요구가 있어왔지만 이번엔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사안을 공론화시킨 것이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포스코케미칼’로 불렸던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의 비(非) 철강사업 중 가장 유망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이끄는 계열사다. 포스코그룹의 비전인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이끌 선봉이기도 하다.


철강회사 포스코가 포스코그룹의 현재라면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의 미래다. 그래서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미래(Future)’가 들어간 사명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이런 포스코퓨처엠의 가치를 알아본 광양시의 안목은 칭찬할 만 하다. 언젠가 철강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더라도 포스코퓨처엠이 있다면 광양시는 계속해서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세수를 누릴 수 있다.


의문이 드는 대목은 민간 기업인 포스코그룹이 왜 멀쩡히 자리 잡고 잘 돌아가고 있는 계열사의 소재지를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옮겨야 하느냐는 것이다.


소재지 이전이 현재의 기업 가치나 미래 성장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만한 요인이 있다면, 그리고 주주들이 그걸 납득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사실 포스코퓨처엠 사업장의 상당부분은 광양에 있다. 세계 최대인 연산 9만t 규모 양극재 공장도 광양에 있고, 전구체 생산라인 증설 등 추가 투자계획도 광양에 집중돼 있다. 업무적으로 필요하다면 본사의 광양 이전도 검토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경영적 판단이 아닌, 지자체의 요구에 의한 강제 이전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하다지만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 그게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수는 없다.


포스코그룹이 광양시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치자. 포스코퓨처엠의 원 소재지에서도 쌍수 들고 환영할까.


현재 포스코퓨처엠이 자리한 곳은 다름 아닌 포항시다. 포스코에 대한 ‘무형의 지분’을 광양시보다 더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광양시의 입장문을 본 포항시, 그리고 포항 지역민들은 이 무슨 해괴한 소리냐고 들고 일어날 수 있지만 그들도 잘한 것은 없다. 애초에 원인 제공자가 그들이었으니.


광양시가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이전을 요구하는 근거 중 하나는 포항에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퓨처엠 등 포스코 3개 핵심 사업체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개를 가졌으니 하나는 내놓으라는 소리다.


광양 지역에서 ‘저걸 가져오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포항시에서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결국 포항시는 서류상의 소재지나마 포스코홀딩스를 포항으로 가져가는 데 성공했고, 성공 사례는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앞으로 포스코퓨처엠 이전 논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현재로서는 모를 일이다. 지역민들을 향한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고, 최고경영자의 입지가 불안한 소유분산기업의 약점을 노려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 어쩌면 광양시-전남도와 포항시-경북도, 그리고 양쪽 지역민간의 이전투구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어떤 양상이 되건 포스코의 주주, 그리고 국민연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포스코의 지분을 보유한 다른 지역 국민들에게는 꼴불견이다.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강압에 의해 민간 기업 소재지가 옮겨지는 비상식적인 상황은 포스코홀딩스 하나로 끝나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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