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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추천위 신설' 논란…대통령 지명권 제약으로 위헌? 합헌?


입력 2023.03.29 13:49 수정 2023.03.29 13:5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합헌론 "유신 전까지 추천회의 있어

대법관도 12년째 추천위 잘 운영 중"

위헌론 "헌법 제104조 명문에 반해

국회 임명동의로 충분히 견제 가능"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게끔 돼있는 대법원장과 관련해,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의 지명권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있는 반면, 유신 이전에는 추천 절차가 존재했고 일반 대법관은 이미 추천위가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합헌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박홍근 원내대표 등 43명의 공동발의자들과 함께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조직법 제41조의3에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하되, 법원행정처장·대한변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을 당연직 위원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3인 이상의 대법원장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를 존중해서 후보자를 지명한다는 것이다. '추천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해 직접적인 지명권 침해 논란은 피했지만,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 같은 법 제41조의2에 규정된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 범위 내에서 제청하는 게 관례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 구속'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핀란드 헌법에서도 '대통령이 원내교섭단체의 추천을 존중해 총리 후보자를 국회에 지명한다'는 규정 하나가 들어간 것만으로 대통령이 국회의 추천에 구속돼 의원내각제 권력구조로 개편됐다"며 "추천위가 법정화되면 대통령의 지명권은 당연히 추천 범위 내에 구속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 지명권 침해로 인한 위헌 논란에 대해 △1972년 유신 단행 전까지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유사한 제도가 시행됐다는 점 △일반 대법관 제청·지명·임명동의 과정에서도 이미 추천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는 견해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970년 법원조직법 제37조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돼있다"며 "1972년 유신 단행 이후로 제청 과정이 없어진 것이니까, 유신 독재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법원조직법 제41조의2에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임명동의를 하는 일반 대법관의 지명 과정에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해서 12년째 잘 운영되고 있다"며 "대법원장은 일반 대법관보다 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므로 추천위원회 절차를 거치는 것은 법리상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지명권 침해로 인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헌법 제104조에 일반 대법관은 지명에 앞서 제청 과정이 명문으로 규정돼있는 반면, 대법원장은 그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점 △국회의 임명동의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명권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헌법 제104조에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을 위해 '대법원장추천위원회'를 신설해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안하무인 입법폭주"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현행 법 체계에서도 국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원장 후보자가 부적격이라고 판단한다면 임명동의 과정에서 부결시킴으로써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견제할 수 있다"며 "이에 더해서 지명권 행사 과정에서까지 제약을 둔다는 것은 헌법 제104조 1항의 명문 규정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보다 발의 시점이 문제란 지적도
"그토록 타당하면 왜 文 때 안했느냐
방송법부터 민주당이 매양 이런 식"
법무장관 당연직서 배제도 석연찮아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개정안의 내용보다도 발의 시점이 공교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문재인정권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 종료를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 발의됐다.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그토록 법리상 타당하다면 문재인정권이 출범한 직후,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던 문재인정권에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시행할 수도 있었다. 정권을 빼앗기자 갑자기 대통령의 지명권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내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는 2011년에 진작에 도입됐는데 12년이 지난 이제 와서야 민주당이 그것을 근거로 들어 대법원장도 후보추천위원회를 두자고 하는 저의를 알 길이 없다"며 "자기네 정권 때 진작 도입했으면 되지 않느냐. 방송법부터 법원조직법까지 민주당이 매양 이런 식"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법 제41조의2에서 규정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는 달리 법무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 명단에서 빠진 것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0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선임대법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과 함께 법무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된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 규정한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거의 모든 내용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대동소이하면서도, 유독 법무부 장관 한 명만을 당연직 위원에서 배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존재가 신경쓰인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법무부가 산하에 인사검증단을 두고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으므로, 법무부 장관이 추천위에 들어가는 것은 검증과 추천을 동일인이 하는 셈이 돼서 사리에 맞지 않다"며 "권력 분산을 통한 견제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누가 봐도 한동훈 장관 한 명 때문에 법조문을 바꾼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며 "만약 민정수석이 다시 신설돼 검증권한이 법무부에서 옮겨가게 되면 그 때 다시 법원조직법을 바꿀 것이냐. 특정 부처나 특정 장관이 일시적으로 보유한 권한 때문에 법령을 손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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