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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 생맥주 판매 금지에 울상?…“관리‧보관 어렵고, 음주도 불법”


입력 2023.03.29 07:44 수정 2023.03.29 07:4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재부, 편의점 등 주류 소분 판매 불가 입장 고수

케그형 수제 맥주 생산기업, 판로확대 절실

편의점 “특수 점포 제외‧시너지 기대 어려워”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시민들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시민들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뉴시스

기획재정부가 편의점의 생맥주 판매를 불허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주류업계와 편의점 업계 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케그(생맥주 통)형 생맥주 생산 기업은 판로 확보가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편의점 업계는 사실상 편의점 내 음주행위 자체가 불법이라 아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기재부는 최근 편의점 등 주류 소매업자가 ‘맥주 제조 키트에서 생산한 맥주를 소분해 판매할 수 있는지’ 묻는 세법 질의에 대해 “판매 불가”라고 답했다. 현행 세법에 따라 생맥주처럼 주류를 소분해 판매하는 영업은 음식점, 주점 등에서만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주류의 가공·조작을 엄격히 금하고 있어 주류를 재포장하거나 재가공해 판매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지난 2019년 7월 생맥주 판매 규제 완화를 통해 음식점, 주점 등에서만 고객의 주문 즉시 생맥주를 별도 용기에 담아 소분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케그형 수제맥주 생산 기업을 중심으로 소매점에서도 “주류를 소분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며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현재 호프집 등을 제외하고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편의점과 같은 대규모 소매 판매망을 통해 판로를 확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주류 소분 판매를 허용하면 위생이나 과세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사실상 모든 편의점이 맥주 가게처럼 운영될 수 있어 기존 음식점·주점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케그 생산 기업 관계자는 “편의점 캔맥주 시장의 성장으로 수제맥주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생맥주 제조사는 사업의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법적인 판매가 가능한 편의점에서의 판로 개척을 통해 다양한 생맥주가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생맥주를 판매하고 있다”며 “이미 판매를 위한 안전성 등 관련 기술도 확보된 상황이다.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의 생맥주 판매는 시장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 편의점업계, 수제맥주와 생맥주 취급방식 달라…“필요성 크게 못 느껴”


현재 일본에서는 JR동일본 그룹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뉴데이즈가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점포 위주로 생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신칸센 이용객 중에서는 역사 편의점에서 신선한 생맥주를 사서 열차 안에서 가볍게 한잔하는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편의점에서는 생맥주 판매에 대해 회의적이다. 최신 유행하는 맛을 소분해 판매한다는 장점과 편의점 냉장식품 등 치킨 판매에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편의점에서는 음주 행위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휴게음식점인 편의점에서는 음료나 컵라면 등 간편조리 음식을 제외하고는 음식물 섭취가 금지돼 있다. 고객에게 음주를 허용한 편의점 점주에게는 영업허가 취소와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편의점 밖에 테이블과 파라솔을 설치하고 술을 마시는 것도 불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용, 파라솔이나 테이블을 설치할 경우 점주에게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일반 편의점에서 생맥주를 소분해서 판매했을 때 보관의 용이성이 떨어진다”며 “생맥주는 컵에 담은 직후 마셔야 하는데 오피스 상권이나 집앞 상권의 경우 판매 효율도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한강이나 야구장과 같은 특수 점포에서는 즉시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도 생맥주를 판매하고 있다”며 “그런 점포들은 휴게음식점 면허가 아닌 일반음식점 면허를 취득해 전매 취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생맥주 판매 여부는 실효성이 있다, 없다 라고 딱 잘라 논하기 보다는 점포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강 등 특수입지에 있는 편의점과 비교해 일반 점포에서는 생맥주 판매로 인한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고 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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