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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노예계약, OUT③] 뿌리 깊은 ‘불공정 관행’ 해결책 있을까


입력 2023.02.09 11:01 수정 2023.02.09 11: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명확하고 구체적인 표준전속계약서 필요"

문체부, 이승기 사태 이후 불공정 계약 사례 파악 나서

한매협 측 "규제보다 업계 스스로 감시해 자정 작용 이뤄져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아이돌 그룹과 ‘오징어 게임’ 등의 글로벌 흥행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 콘텐츠는 사상 최대 수출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작 K-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공정 계약으로 뼈아픈 내홍을 겪고 있다.


ⓒ픽사베 ⓒ픽사베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 엔터 업계에는 ‘표준 계약서 양식’조차 없었다. 주먹구구식의 구두계약 혹은 회사 별로 천차만별인 계약서가 통용되는 시기였다. 그러다 2009년 동방신기의 일부 멤버와 SM엔터의 분쟁 등 각종 연예계 사건이 사회적이 관심을 받았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9년부터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 업계에 사용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공정 계약 관련 관행이 이어져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최근 가수와 소속사 사이에서 불거진 정산 문제와 관련해 표준계약서에는 이미 ‘가수는 대중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자료나 서류 등을 열람·복사해 줄 것을 기획업자(소속사)에 요청할 수 있고, 기획업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조항이 의무 규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속사의 주먹구구식 회계처리에 악용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따랐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 대중문화예술산업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가수)은 표준전속계약서의 모호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표준전속계약서 작성’(기획업 42.2%·예술인 30.1%, 1순위 기준)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한 항복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수익 분배’ 조항으로, 정산 항목에 대한 예시나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체부는 최근 이승기 사태 등이 불거지고 나서야 불공정 실태를 포함한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해 불공정한 계약 체결의 강요나 부당한 이익 취득 등 불공정 계약사례를 파악하고 관련 제도개선에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또 보수 지급 지연과 불공정계약, 부장이익 취득 등이 확인될 경우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개정안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들이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에게 회계 내역뿐만 아니라 정산자료를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고지하도록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개정하고, 현재 소속사가 정산과 동시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역시 소속 예술인의 요청이 있으면 정산 이전에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문체부가 제시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협회(한매협) 사무국장은 “이미 표준계약서상 회사는 소속 연예인에게 정산이 발생할 때마다 정산내역을 고지하도록 되어있는데도, 이번 개정안에 ‘대중문화예술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라는 문구가 추가됐다”며 “‘이승기 사태’로 인한 여론과 정부의 우려는 알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결국은 또 하나의 규제처럼 작용해 크고 작은 문제들을 불러일으킨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연예 업계의 특성이 특정 회사나 아티스트의 잘못이 업계 전반의 부조리로 비화되는 거다. 이번 ‘이승기 사태’도 마치 대부분의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바로 법적인 규제가 만들어졌다”면서 “대중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법이라면 취지에 맞게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창작 환경이 조성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정산내역 의무를 법리적으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업계 스스로 감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자정 작용이 이뤄지게끔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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