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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이’ 연상호 감독, ‘호불호’ 두렵지 않았던 이유


입력 2023.02.05 14:42 수정 2023.02.05 14:4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흔히 말하는 신파, 최루성 멜로라고 하죠. SF에 그런 면들을 결합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높은 수준의 경험들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부산행’부터 ‘지옥’, ‘괴이’까지. 좀비, 초자연적 현상 등 쉽지 않은 소재들을 능숙하게 다루며 매 작품 새로운 세계관을 펼쳐내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SF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있었지만, SF 장르에 최루성 멜로의 특성을 가미하며 ‘누구나’ 볼 수 있는 SF 장르를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한 연 감독이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공개 초반 글로벌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를 향한 전 세계 구독자들의 큰 관심을 느끼게 했었다. 그리고 연 감독은 전작인 ‘지옥’에 이어, 또 한 번 새로운 세계관으로 넷플릭스 구독자들을 매혹했다. ‘연니버스’(이하 연상호 유니버스)의 가능성이 또 한 차례 확장되는 순간이었으나, 그런 연 감독도 SF 장르에 도전하는 것엔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다만 SF 장르에 ‘감정’을 가미해 전과는 다른 새로운 SF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뚜렷했다.


“대본을 쓸 때. 원래 내가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때 쓰곤 한다. 이번에는 흔히 말하는 신파, 최루성 멜로라고 하죠. SF에 그런 면들을 결합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눈물을 흘리게 하는 멜로 드라마가 요즘 영화에서는 손쉬운 선택이나, 일종의 조롱으로도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멜로 드라마가 가진 힘에 빠져 있었던 시기도 있었다. 외국에서 보면 그 부분을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 부분이 SF와 만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나 연 감독도 한동안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연 감독을 움직이게 한 것이 고 강수연이었다. 고전적인 매력을 가진 강수연이 ‘정이’를 함께 해준다면, SF와 신파의 만남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대본을 쓰고 나서도 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예산이 적게 들어가는 장르는 아니다 보니 영화화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SF 잡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도 ‘영화화되기 힘들 것 같다, 소설로 내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옥’을 한참 하고 있던 중 쉬는 날에 대본을 보다가 ‘강수연 선배가 함께 하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땐 강수연 선배님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셨다. 우선 넷플렉스에 이야기를 했을 때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작품이 시작이 됐다.”


이에 연 감독은 자신의 마음을 담은 장문의 문자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출연이 성사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고 강수연은 전쟁 영웅 정이(김현주 분)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책임자이자 그의 딸 서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 현장 분위기까지 능숙하게 이끌며 ‘정이’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았었다.


“이전과는 현장이 많이 달라졌지 않나. 낯설어하실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어떤 분 인지도 몰랐기에 ‘예민하시려나’ 걱정도 했다. 그런데 굉장히 놀랐다. 막내 스태프는 사실 강수연 선배를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스태프들까지 엄마처럼 감싸고 다독여주셨다. 그 현장을 끌고 가시는 면이 있었다. 현장을 너무 즐거워하고, 사랑하셨다. 그동안 어떻게 버티셨지 할 정도로 사랑하시더라.”


ⓒ넷플릭스 ⓒ넷플릭스

촬영을 하면서도 배우의 아우라를 수차례 느꼈다. 엄마에 대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초반부터 쌓아온 감정을 모두 터뜨리는 후반까지. ‘정이’의 시작부터 촬영 과정까지.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소화하며 연 감독에게 힘이 돼 줬던 것이다.


“호기롭게 고전적인 부분을 구현하고 싶다고 했지만, 한편으론 너무 낯설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특히 절제하는 게 미덕이라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그 부분들을 미세하게 안으로 품으면서 해주셨다. 마지막 정도엔 한 번에 폭발을 시키기도 하는데, 그때는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전설의 명배우답다는 생각을 했다.”


A.I. 용병의 모습부터 강한 모성애를 품은 전쟁 영웅의 면모까지. 액션과 딸을 향한 애틋한 감정 모두를 소화한 김현주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김현주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호평이 쏟아졌으나, ‘지옥’을 김현주와 함께했던 연 감독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만큼 그를 향한 신뢰가 탄탄했다.


“이번에는 다른 차원의 CG가 많이 필요했다. 여기에 강수연 선배님도 오랜만에 영화를 촬영하시는 것이었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누군가의 엄마이면서도 전사인 여성이 정이인데, 그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으면서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배우. 자연스럽게 김현주를 떠올렸다. 액션은 ‘지옥’ 때 트레이닝을 워낙 많이 했었다. 잘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정이’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있다는 것을 연 감독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이’의 한국형 SF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 삼아 더욱 발전한 한국의 SF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이’는 엄두를 못 냈을 것 같다. 세트 같은 게 엉망일까 봐. 그런데 이미 앞선 작품들이 시도했던 것을 통해 어느 정도 노하우가 구축이 돼 있었다. 목공을 하는 아저씨들까지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자동문은 사실 사람이 당기는 것인데, 그걸 자동문처럼 보이게 하는 노하우가 장착이 돼 있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이 우리나라 스태프들의 노하우가 점점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경험들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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