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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흥행 드라마 ‘2차 생산물’ 활발한데…성급한 접근엔 ‘우려’


입력 2023.02.03 07:52 수정 2023.02.03 07:5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더 글로리’·‘우영우’ 등

인기 드라마 패러디물 봇물 속 희화화 지적 이어져

드라마 속 명장면, 명대사를 패러디하며 작품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나아가 드라마의 예능 버전을 통해 세계관을 확대하기도 한다. 하나의 드라마를 여러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가운데, 성급한 접근으로 우려를 자아내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쿠팡플레이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3’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패러디 코너 ‘더 칼로리’를 선보인 가운데, 학교폭력 장면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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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에서는 박연진(임지연 분)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고데기, 다리미 등으로 문동은(송혜교 분)의 몸 곳곳에 화상을 입히는 장면이 담겼다. 그런데 이 장면을 패러디한 ‘더 칼로리’가 패러디한 것. 이날 방송에서는 이수지가 두 남학생에게 이끌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주현영이 “나는 다이어트 중인데 너는 잘 먹고 다니네. 안 되겠다. 고데기 열 체크 좀 해볼까?”라고 고데기를 꺼내 들고 쥐포를 지지는 모습을 담겼다. 이를 이수지가 고통스럽게 지켜보면서 “지금 먹어야 되는데, 지금이야. 한 입만”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수지가 주현영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살찌는 음식을 먹이는 모습도 그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담았던 피해자의 고통을 ‘SNL 코리아3’가 희화화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고통을 그려내는 작품인 만큼, 이를 대상으로 삼을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으나, 고민 없는 패러디로 결국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 것이다.


예능은 물론, 최근에는 흥행작의 명장면, 명대사를 따라 하거나 각색해 선보이는 패러디 콘텐츠가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종종 문제가 되고 있다. ‘더 글로리’는 물론, 앞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하자 우영우(박은빈 분) 특유의 말투, 행동 등을 흉내 내며 패러디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갑론을박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흉내,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자칫 장애를 희화화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것이다.


SNS 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작품 속 주인공의 개성을 유사하게 흉내 내 웃음을 자아내고, 나아가 이를 센스 있게 패러디하면서 작품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시청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일부 작품들이 담아낸 묵직한 메시지마저 흐려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더 글로리’의 명대사들이 ‘밈’처럼 활용되는 것 자체를 걱정하기도 한다.


비단 짧은 영상 또는 코너를 통해 작품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드라마를 예능 버전으로 옮기는 등 하나의 작품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한층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표방한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이 영국에서 촬영 중인 중인 가운데, 실제 출연자들이 미션을 소화하다 다치는 일이 발생한 것. 456명의 참가자가 456만 달러(약 56억 원)의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촬영 도중 3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넷플릭스는 해당 사고에 대해 “가벼운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제작진은 출연진과 제작진의 건강과 안전에 깊이 주의하고 있다. 의료진이 항상 현장에 있고, 적절한 안전 절차를 위해 투자했다”고 강조했지만, 드라마 속 상황을 현실로 옮겨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극단적 경쟁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상실된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아냈다면 이것이 예능의 영역으로 옮겨오면서는 극한의 경쟁 상황만을 강조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드라마가 담고자 했던 메시지까지 흐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가 만들어낼 수 있는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이에 이를 여러 방식으로 활용하는 흐름들이 생겨나고 있다. 때로는 이를 통해 작품을 향한 과몰입이 이어지고, 또는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이 되기도 한다. 다만 ‘재미’, ‘흥미’에만 집중하다 본질을 흐리는 시도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성급한 접근에 대해서는 다시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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