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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대책 집중하는 사이 무너진 ‘경제 허리’


입력 2023.02.01 06:30 수정 2023.02.01 06:3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지난 5년간 40대 고용률만 감소

가계 부채·다중채무 비중도 최고

“40대 위기, 국가적 충격 될 수도”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구청에서 열린 2022 강동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앙상한 나무 그림자가 비친 채용공고 게시판을 꼼꼼하게 읽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구청에서 열린 2022 강동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앙상한 나무 그림자가 비친 채용공고 게시판을 꼼꼼하게 읽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의 한 학원에서 상담 업무를 하던 40대 A씨는 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가 됐다. 이곳저곳 다른 학원에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어렵기는 다들 마찬가지였다.


A씨는 부산시가 운영하는 일자리센터에도 나가봤다. 안내받은 일자리는 대부분 임시직, 단기 일자리였다. 결국 A씨는 한 달 30만원 임대료를 주고 오토바이를 빌렸다. 그렇게 시작한 배달일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청년층 경제활동 지원에 집중하는 동안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대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40대가 국가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기는 자칫 국가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40대는 고립된 상태다. 정부가 청년층과 고령층 일자리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이나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새 직장을 찾기도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통계청 고용률 자료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17~2022년 5년 동안 40대만 유일하게 고용률이 1.3%p 하락했다. 15~29세 4.5%p, 30~39세 2.0%p, 50~60세 1.8%p, 60세 이상 4.6%p 등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 고용률이 상승했다.


휴·폐업, 명예·조기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40대 비자발적 퇴직자도 5년 전보다 늘었다. 지난해 40대 전체 퇴직자 45.6%(17만7000명)가 비자발적 퇴직자로 집계됐다.


일자리를 잃으면서 부채는 늘었다. 3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 연령계층별 부채 금액은 4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가구주 평균 가구부채(금융부채+임대보증금)는 1억6119만원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 5년 전 1억1600만원과 비교하면 40.0% 늘어난 액수다.


지난 5년간 40대가 경제위기에 빠지는 동안 정부 대책은 주로 청년층에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내일채움 공제, 희망사다리, 청년고용 활성화 등 일자리 지원은 물론 전월세보증금 대출,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등 주거 정책까지 다양한 청년 지원책을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청년지원대책은 계속되고 있다. 청년층 목돈 마련을 위한 청년도약계좌가 6월 출시되고 장기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도전지원사업’도 확대했다. 정부가 공급하기로 한 공공주택 50만 호 가운데 34만 호는 청년층 몫이다.


예산만 보더라도 비교가 된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 예산을 지난해 556억원에서 올해 1263억원으로 확대했다. 청년도전지원사업도 지난해 76억원에서 올해 408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예산은 열악하다. 중장년층 취업 지원 예산은 지난해 213억원에서 올해 223억원으로 1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장년층 재취업 지원 정책인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 ▲신중년 특화과정 ▲고령자인재은행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등도 교육 정원이 적거나 재취업 일자리 질 등에서 아쉬움이 많다.


40대는 내 집 마련과 자녀 학자금 등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다. 반면 기업에서는 고용유지에 가장 부담이 큰 세대다. 30대보다 연봉이 높고, 50대 보다 남은 정년이 길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밀려난 40대 상당수는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을 기웃거린다.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가계가 속출하는 상황에도 어쩔 수 없는 개업으로 대출 빚만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청년뿐만 아니라 40대와 중장년 경제 상황도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갈수록 낮아지는 고용률과 일자리 질 저하는 40대가 맡아야 하는 경제 중심축 기능 약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5년간 전체 취업자 수가 136만4000명 늘어나는 동안 40대 취업자는 반대로 46만9000명 줄었다”며 “40대 인구 절반 이상인 56.0%는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이들 일자리 위협은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지출 위축, 내수 악화 등 악순환을 불러 국가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도 “40대는 아직 자녀가 어려 60대가 일자리를 잃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낳는다”며 “이들이 직업이 없으면 결국 내수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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