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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대중성보단 마이크로 트렌드”…덕질·침펄기, ‘마이너’에 빠진 OTT


입력 2023.01.31 09:00 수정 2023.01.31 09:0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티빙 ‘만찢남’· ‘케이팝 제너레이션’ 등

새 인물, 새 소재 발굴 위해 노력하는 OTT

타투, 성소수자 또는 전통문화와 덕질 문화 등 기존 TV 프로그램이 잘 다루지 않던 소재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모두를 아우르는 대중성이 아닌, 하나의 소재를 깊게 파고드는 마이너하지만 확고한 마니아들을 공략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되고 있다.


유튜브 예능을 ‘말년을 자유롭게’ 통해 날것의 매력을 보여주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기 웹툰 작가 이말년(침착맨), 주호민(주펄), 기안84, 일명 ‘침펄기’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만찢남’을 통해 OTT 예능에 도전했다.


ⓒ티빙 ⓒ티빙

이말년, 주호민, 기안84, 그리고 주우재가 만화 속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인도 생존 예능으로, 첫 회에서는 제작진의 속임수에 넘어가 무인도에서 생활을 하게 된 ‘침펄기주’의 모습이 담겼다. 불 피우기, 보물찾기 등 미션에 임하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그들이 만화 속 캐릭터가 돼 만화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마치 웹툰을 보는 것 같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유튜브에서 ‘침펄기’ 특유의 ‘B급 감성’이 스케일 커진 이번 예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면서 그들 특유의 ‘날것의 매력’이 OTT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다소 ‘마이너한’ 취향으로 여겨지던 그들의 B급 개그가 이제는 색다른 매력이 돼 더 많은 시청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태계일주’ 등 지상파 예능에 출연 중이며, 이말년과 주호민 또한 여러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한 바 있지만, ‘B급 감성의 결정체’라고 불리는 이말년 필두로 이들이 함께 뭉쳤을 때 나오는 특유의 시너지가 ‘만찢남’만의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티빙 웹다큐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덕질에 대해 조명하며 프로그램 포문을 열었다. 매 회차별 다른 주제로 케이팝의 모든 것을 다루는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로, 지난 26일 공개된 첫 회에서 덕질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것이다.


과거에는 팬덤 문화는 ‘몰래 하는 것’, 즉 음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그 인식이 사뭇 달라졌다. 아이돌 팬 또는 트로트 가수의 팬이 TV 예능에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덕질의 긍정적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덕질 그 자체를 분석하며 기존의 프로그램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와는 달라진 팬의 위상, 해외까지 퍼진 덕질 문화 등 케이팝 산업에서 덕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것의 명과 암은 무엇인지 등을 진지하게 파헤치면서 덕질이 케이팝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앞서는 웨이브가 성소수자, 타투를 소재로 내세운 예능과 다큐를 선보인 바 있다. ‘남의 연애’에서는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진솔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려나갔으며, 현재 공개 중인 연애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에서도 성소수자들이 출연해 이성애자들과 함께 썸과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더 타투이스트’는 각자 자신만의 타투를 품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타투의 순기능을 보여줬었다.


이 외에도 최근 한국의 장인들을 찾아가 일을 배우며 전통문화 조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코리아 넘버원’까지.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그간 잘 다루지 않았던 소재들까지 품으며 다양성 넓히고 있는 OTT 예능들이다.


OTT라는 플랫폼이라 가능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OTT 콘텐츠들은 TV 예능처럼 모두를 아우르는 시도보다는, 탄탄한 지지를 보내는 마니아들을 겨냥해 선택을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 이에 ‘보여주지 않았던 소재’, ‘시도하지 않았던 전개’를 선택하면서 신선함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것이 한층 자연스러워지면서 다양한 소재들이 발굴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TV 예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여러 유튜버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화면 뒤에 있던 스턴트맨, 또는 무대 뒤 댄서들의 활약을 담는 등 기존에는 주류가 아니라고 평가받던 이들이 주인공으로 자연스럽게 등장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새로운 소재, 인물을 발굴하는 것은 늘 예능들의 숙제였지만, 최근에는 좀 더 좁은 취향을 깊게 파고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특히 OTT 예능들의 경우 확고한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것이 구독자들의 선택을 이끄는데 더 용이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그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팬층이 형성되면 IP 활용에도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시청자들의 취향이 세분화 되면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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