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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서형도 푹 빠진 ‘오늘은 매울지도 몰라’의 깊은 맛


입력 2023.01.29 14:38 수정 2023.01.29 14:3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이런 숨 쉴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곳이 아직 있구나 싶어 … 조금 느리지만, 이런 드라마 있어 감사”

“괴로워하는 모습 지양하려고 했다…‘더 버틸 수 있는 모습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매라’)는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챙기기 위해 남편 창욱(한석규 분)이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음식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 제목과 달리, 심심하고 착한 맛이 매력인 드라마였다. 강렬한 소재 또는 수위 높은 표현을 통해 메시지를 강조하는 장르물이 흔해진 요즘, 보기 드문 전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는 호평을 받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라는 극찬과 함께 ‘착한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키이스트 ⓒ키이스트

극 중 시한부 판정을 받은 출판사 대표 다정 역을 연기한 김서형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 또한 여러 장르물에서 소위 센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김서형이지만, 그 또한 담담하지만 깊이 있는 ‘오매라’의 매력에 매료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걸 제작하시는 곳이 있구나.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자극적인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는데, 이런 숨 쉴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곳이 아직 있구나 싶었다. 왓챠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그러니까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각 플랫폼마다 성향이나 결들이 다르지 않나. 흥행에 대한 기대치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그래도 이런 드라마가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출연을 결심한 김서형이지만, 시한부 환자의 일상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암 환자의 투병 과정에 방점을 찍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다정의 상태를 따라 극이 진행되는 만큼, 점차 악화되는 병의 상태와 고조되는 감정을 동시에 표현해내야 했던 것. 일부러 체중을 감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살이 빠질 만큼 캐릭터에 깊이 몰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하시는데, 나는 잘 몰랐다. 시작을 하면 고민, 생각들이 많아지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쉬는 시간에도 고민 아닌 고민들을 하다 보니 잘 먹고 그랬는데도 살이 빠지더라. 원래 말라서 그런지 그게 더 두드러져 보였던 것 같다. 극 중 병실 장면은 며칠씩 찍다 보면 아무래도 힘들다. 다정이 주사에 찔리는 모습 같은 걸 표현할 때는 쥐어짜다 보니 더 소진이 된 것 같다.”


ⓒ왓챠 ⓒ왓챠

다만 다정의 투병 상황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양했다. 다정이 점차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돼 가면서 느끼는 음식, 가족, 일상, 삶의 소중함이 이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암 환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는 등 김서형 또한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를 직접 실감하면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시한부 환자의 이야기를 한다기보단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 폐암으로 떠나신)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슬펐냐’고 물으면 연락받을 때 잠깐이었던 것 같다. 아프신 기간 동안 우리 아빠는 누구이고, 무엇이 소중했고, 무엇이 기억에 남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더라. 그러지 못하고 헤어졌었다. 그런데 대본상이지만, 다정에게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여됐다. 물론 그것 또한 슬프지만, 그래도 나의 상황을 떠올렸을 때 그래도 다정은 행복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출발선들을 잡았었다.”


이에 표현 역시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암 환자의 외양을 표현하기보단 끝까지 강인함을 유지하는 다정의 성격에 더욱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다정이 어떤 자세로 가족들을 대하고, 또 마지막을 맞이했는지, 그의 내면을 더 고민하면서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강화했다.


“두건을 쓴다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담지 않으려고 했다. 일부러 피하자는 건 아니었으나,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정형화된 모습, 또는 ‘슬프냐, 안 슬프냐’ 보다는 무릎 꿇고 싶지 않은 다정을 생각했다. 내가 정하지 않아도 오는 것이긴 하지만, 다정은 그랬을 것 같다. 받아들일 때 받아들이더라도 무릎 꿇고 싶지 않은. ‘더 버틸 수 있는 모습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김서형이 작품, 나아가 삶에 임하는 자세 또한 다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한 작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때는 지칠 때도 있다. 이에 쉼 없이 차기작을 선택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다음을 준비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면서 힘든 작품들도 있다. ‘끝나고 나선 드러누워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즐겁기도 했다. 그런데 안 느낀다고 생각해도 (전 작품들의 감정이 끝나고도) 연결이 됐던 것 같다. 몸에 과부하가 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과부하도 다음 걸 해야 하니까 잊게 되는 것 같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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