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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118)] 10년의 쉼 없는 도전이 만든, ‘스위니토드’ 정재희


입력 2023.01.29 09:37 수정 2023.01.29 09:3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스위니토드' 3월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해설자' '시민' '가면무도회 손님' 등 캐릭터 연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디컴퍼니니 ⓒ오디컴퍼니니

뮤지컬 배우 정재희는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라는 꿈 하나를 쫓아 지금까지 달려왔다. 우연히 본 뮤지컬에 매료돼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갖게 됐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성악을 전공했다. 졸업한 이후에도 춤이나 연기를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등 배움을 쉬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2012년 뮤지컬 ‘화려한 휴가’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배우로 무대에 선 이후로도 그의 배움과 노력은 계속됐다. 벌써 올해로 11년차 뮤지컬 배우가 됐지만 그가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앙상블 배우들이 느끼는 고충들로 힘든 순간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답을 찾아내면서 더 단단해졌고, 그런 그의 노력들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보여진다. 지난달 12월1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앙상블로 선 정재희의 역할들이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화려한 휴가’(2012)로 데뷔한 이후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사실 10년이 됐다는 생각이 잘 안 드는 게 ‘화려한 휴가’를 한 게 얼마 안 된 거 같아요(웃음). 뮤지컬 배우로 10년이란 시간은 제가 이루어내었다는 생각보단 감사하게도 부족한 저에게 기회를 계속 주시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던 거 같아요.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방향과 더 채워야 할 부분들을 알게 해주는 시간들이었던 거 같아서, 이제 하나씩 채워가면서 20년, 30년 무대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12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쉼 없이 뛰었어요. 바쁜 스케줄이 감사하기도, 어떤 면에선 힘들기도 할 것 같은데요.


물론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들도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서 때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갑자기 쉬게 된 시간이 생겼었어요. 그런데 우울하기도 하고 숨 쉬는 것도 답답하더라고요. 무대에 다시 섰을 때, ‘아! 여기가 내가 숨 쉬는 공간이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 더 바빠도 더 감사하며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뮤지컬 배우가 원래 꿈이었나요?


초등학교 때 TV에서 뮤지컬 ‘피터팬’을 방영해준 적이 있었는데요. 노래하고 날아다니는 피터팬을 보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어서 무대에서 날아다니며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게 너무 멋있다고도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신문에서 극단 전화번호를 찾아서 10군데는 전화를 한 거 같아요. 그때는 대중적으로 아역이 공연을 할 때가 아니고 성인 배우 분들이 아역의 역할을 같이 할 때여서, 다들 어른이 되면 다시 전화하라고 하셨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피터팬’은 윤복희 선생님이셨던 것 같아요. 제게 뮤지컬 배우의 꿈을 심어주신 분 이었죠(웃음).


-뮤지컬 배우가 된 이후 후회되거나,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들은 있었나요?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 앙상블로 공연을 할 때 정말 작은 역할이기도 했고, 제 자신이 그냥 병풍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노력이나 고민 없이 그저 동선을 주시면 감정이 없는 마네킹처럼 그곳에 서있고 공연하러 오가는 길이 정해진 일상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던 때가 있었어요. ‘난 어차피 노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역할도 아니니까 그냥 가만히 눈에 띄지 않게만 하면 되겠다’란 생각과 내가 이러는 건 나에게 역할이나 기회를 안주기 때문이라며 철없이 남 탓만 하고 무기력함에 쌓여있던 순간이 있었어요.


-말씀하신 고충은 앙상블들이 대부분 거치는 생각인 것 같아요. 이 생각을 바꿀 수 있던 계기가 있나요?


이후에 다른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2달 정도 연습을 해서 단 하루 동안 공연하는 작품이었어요. 그때도 역시 당시의 무기력함으로 연습시간에 그냥 뻔한 분석과 너무 뻔한 연기를 기계처럼 하고 있었어요. 저의 상태를 눈치 채셨는지 갑자기 연출님이 저에게 아무것도 안 시키셨어요. 매일매일 연습은 가는데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아무 것도 못하게 하셨죠.


점점 불안하고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고 답답함이 극에 달았을 때 연출님이 안무 감독님의 움직임에 그냥 호흡만 느끼며 움직여 보라고 하셨어요. 그 역할로써. 아무것도 짜여 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움직이실지 알 수 없어서 안무 감독님의 호흡, 몸짓에 맞춰서 빨리도 움직였다가 가만히도 있었다가 나는 오로지 그 역할이란 생각만 하며 움직였고, 긴장감에 땀도 많이 나고 단 한순간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집중력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아! 내가 지금 이 역할로 살고 있구나’란 생각과 함께 감동과 희열이 가득 찼어요.


병풍 같은 역할은 제 스스로 만들고 있었던 거였고, 역할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살아있는 연기를 하는 게 중요한 거였죠. 단순히 화려해 보이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저에게 진짜 배우로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오디컴퍼니니 ⓒ오디컴퍼니니

-올해는 ‘스위니토드’와 함께 하게 됐어요.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토드’는 워낙 작품과 음악이 유명하고 어렵기도 해서 배우라면 한번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아닐까 해요. 저도 항상 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오디션이 있다고 들어서 바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특히 ‘하이소프라노’로 지원했던 저의 최종오디션 곡은 ‘High D’를 내야 하는 곡이었는데요. 사실 그 전까지 그 음을 별로 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준비를 했고, 오디션 날은 그 음을 잘 낼 수가 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이렇게 참여도 하고 음역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하.


-극중 캐릭터도 소개해주세요.


저는 공연 시작과 중간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The Ballad of Sweeny Todd’에서는 ‘해설자’로, 그 외엔 런던 빈민거리의 시민(소매치기), 가면무도회 손님, 파이가게 손님, 이발하러간 남자친구를 우연히 구해주는 여자친구, 포그 정신병원 환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들을 어떻게 보여주고자 했나요?


초반에 런던 빈민거리의 ‘소매치기’ 역할은 순간 지나가는 역할이어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런던에 새로 등장한 ‘안소니’의 물건을 훔치면 좋겠다 싶어서 시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한 번 밖에 못 훔치고 계속 실패중이지만요. 하하. ‘포그 정신병원 환자’ 역할은 여러 모습을 고민하다가 수학 천재였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분의 모습을 모티브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있고요, ‘파이가게 손님’은 매번 다른 맛의 파이와 맥주를 상상하며 맛있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고민이 많은 건 다른 캐릭터였다가 순간 ‘해설자’의 입장으로 노래하는 부분인데요. 최대한 그 전의 캐릭터의 표정을 없애고 3자의 입장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에만 집중하려고 하고 있어요. 음악과 조명이 순간순간 체인지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정재희 배우의 캐릭터들의 매력 포인트를 관객에게 어필해보자면?


여러 역할들 중에 사실 2막에서 남자친구와 같이 이발소에 방문하는 여자친구 캐릭터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세 명의 ‘스위니토드’(강필석·신성록·이규형)가 연기하는 것도, 저에게 반응해주는 것도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들의 반응에 맞춰서 연기하고 있어요. 때로는 ‘스위니토드’들이 너무 잘생겨 보여서 외모에 감탄하다가 눈이 마주쳐서 당황할 때도 있답니다(웃음).


-‘스위니토드’는 음악이 매우 까다로운 작품으로 유명해요. 연습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정말 너무 까다롭고 어려워요(웃음). 불협화음이 많다보니 연습 때 합창을 하는데 옆에 다른 파트인 배우와 같이 부르면 맞는 건가 서로 의심을 하면서 불렀어요. 그리고 한마디씩 따로 솔로가 있는 노래가 있는데, 박자가 너무 어렵고 들어가는 타이밍이 다 달라서 각자 다른 곳을 보고 부른 적도 있었고요. 지금은 몸에 익숙해져서 불협화음이랑 까다로운 박자가 오히려 너무 재미있어요. 아! ‘The Letter’라고 앙상블 5명이 거의 아카펠라처럼 같이 부르는 곡이 있는데 이곡은 지금도 모든 신경을 초집중해서 부르고 내려와서 바로 어땠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있어요(웃음).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출연 전부터 관극을 했을 것 같은데요. 관객으로서 보던 이 작품을 배우로서 본 이후 새롭게 느껴진 부분이 있나요?


관객으로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사실 큰 줄거리와 특별히 강렬했던 장면들만 기억에 남아 있었거든요. 배우로서 이 작품에 참여를 하게 되니 정말 음악과 스토리가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완벽하게 되어있는 작품이더라고요. 한순간도 의미가 없는 순간이 없고 정말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아서 보면 볼수록 더 알게 되서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공연 때 무대 옆 소대에서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을 열심히 보고 있답니다. 오늘은 러빗부인이 반죽으로 뭘 만들려나 구경도 하고요. 하하. 모든 장면이 너무 좋습니다(웃음).


-극중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와 그 이유는요?


아무래도 ‘프롤로그-The Ballad of Sweeney Todd’와 ‘에필로그-The Ballad of Sweeney Todd’가 아닐까 싶어요. 프롤로그 곡은 공연의 시작을 여는 곡으로 모든 출연진이 다 나와서 우리 공연의 이야기를 처음 들려드리는 곡이고, 마지막 에필로그 곡은 사건이 모두 진행된 후 다시 해설자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곡으로 관객 분들도 너무 좋아해주시는 곡이에요. 추가로 저는 ‘하이소프라노’ 파트를 맡고 있어서 처음 시작 전에 긴장감 가득으로 항상 심장이 뛰고요. 마지막 에필로그 곡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많이 연습하고 많이 부르고 있는 곡이라서 아무래도 전 이 두 곡에 애정이 더 가는 거 같아요(웃음).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해요.


저희는 호흡이 너무 좋고 딱딱 맞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랍니다. 우선 음악의 화음과 박자들이 예민하게 접근을 해야 정확할 수가 있어서, 정말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의 호흡, 발음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서로 합과 티키타카가 일부러 맞추려 하지 않아도 아주 딱! 맞아요. 특히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의 티키타카는 정말 매일매일 저도 감탄하며 보고 있어요.


ⓒ오디컴퍼니니 ⓒ오디컴퍼니니

-아직 작품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오세요! 저희 작품이 ‘음악이 불협화음이 많다더라’ ‘스릴러라더라’라는 생각들에 처음 만나는 걸 주저하는 분들이 계신 걸로 알아요, 하지만 일단 보시면 ‘스위니토드’ 매력에 아주 뿅! 가실 거예요. 한 번 보시고 예상과 다르게 너무 재미있다고 하시고, 두 번 보시고 디테일이 보여서 더 빠져든다고 하시고, 세 번 보시고 음악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서 계속 보신다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일단 오셔서 보시면 ‘기가 막히네’ 하실 거예요(웃음). 오세요~


-그동안 많은 작품들에 출연해오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너무 많이 있고, 모든 작품이 너무 소중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스위니토드’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아요. 원미솔 음악감독님께서 매일매일 안주하지 말고 고민해야 되는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매일매일 편하게(?) 준비할 수 없는 작품인거 같아요. 항상 웜업도 열심히 해야 되고 음정 하나 하나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작품이기에 공연 전에 항상 처음부터 모든 곡을 쭉~ 연습하며 배우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같이 맞춰보고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사실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나태해지지 않고 매일 매일 고민 하고 정말 열심히 준비해야 되고 매일 고민해야 되는 게 배우로써 한걸음 나아가는 거 같아서 재미있고 행복한 작품입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도 있을까요?


제한이 없다면 저는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음악도 너무 재미있고 밝은 에너지로 상대방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예쁜척(?)도 해보고 싶고요. 하하.


-정재희 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생을 살며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고 또 코로나라는 일도 만나게 되었어요.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오늘 내가 서있는 무대가 오늘 뿐이고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순간들이라는 걸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 하루, 한 번의 공연, 또 하나 하나의 장면들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 순간들이기에 최선을 다해서 내가 가진 능력, 에너지, 마음을 가득 담아 정말 소중히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또 ‘대체불가’인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하는 역할이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어떤 역할을 맡던, 역할이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이건 재희가 해야 돼’ ‘재희만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하고. 단 한순간도 가볍지 않게 임하려고요. 기대해주세요~


-새해를 맞아 올해의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셨나요?


항상 하는 목표인 다이어트(웃음)를 좀 열심히 해서 2023년에는 바디프로필에 도전하려고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면 꼭 지키게 되겠죠? 하하. 이번에는 다이어트를 통해서 조금 다른 이미지로 변신 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화이팅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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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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