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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102] "둘 사이에 있었던 성폭력 무고, 사실상 대응 방법 없어"


입력 2023.01.30 05:10 수정 2023.01.30 22:33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2018~2021년 무고죄 4583건 발생…尹대통령 공약사항이지만 '성폭력 무고 통계'는 없어

법조계 "정상적인 성관계 후에도 나중에 변심해서 악의적으로 고소하기도…대처 방법 없어"

"'성인지감수성'으로 고소인 진술 일관되지 않아도 모순되지만 않으면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소"

"없던 사실 진술의 모순성 탄핵해야, 알리바이 있으면 가장 좋아…거짓말탐지기는 거부해야"

ⓒ gettyimagesbank ⓒ gettyimagesbank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는 '무고'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고, 수사력을 낭비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중한 범죄다. 특히 성폭력 무고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추후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조계에서는 둘 사이에 있었던 성폭력 무고의 경우 사실상 대응 방법이 없다고 우려하고, 무엇보다 없던 사실 진술의 모순성을 탄핵할 수 있는 각종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사관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겠느냐고 물어보면 거부하는 편이 좋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10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무고죄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무고죄 발생건수는 4583건, 검거인원은 5883명에 달했다. 다만 이는 모든 형사사건 관련 무고죄 발생 건수를 취합한 자료로, 성폭력 무고 관련 통계는 따로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죄가 없는 사람을 성폭행 가해자로 몰았을 때 찍히는 사회적 낙인이 상당하다며, 일반 무고죄보다 형량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지난해 1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짧은 글을 올려 지지를 얻었다.


ⓒ gettyimagesbank ⓒ gettyimagesbank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둘 사이에 있었던 성폭력 무고의 경우 사실상 대처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성폭력 무고는) 사실상 대응 방법이 없다. 방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고소한 것 아니냐. 일방적으로 그쪽에서 일관되게 주장한다고 하면 (혐의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 역시 "성폭력 무고는 사실상 대처 방법이 없다"며 "정상적으로 성관계를 하고서도 나중에 변심해서 악의적으로 고소하면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채희상 변호사(법무법인 진실)도 "최근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해서 고소인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아도, 크게 모순되지 않으면 진술분석관이 고소인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소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꼬집었다.


다만 법조계 인사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가능성이 작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이 '없던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고의 특성은 진술이 갈수록 뚜렷해진다는 점"이라며 "술에 취했다든지, 잠이 들었다든지 해서 초기에는 진술이 흐릿하다가, 진술이 점점 더해지고 색칠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진술의 모순성을 탄핵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무고를 당했을 경우 상대방이 제출한 고소장 내용을 파악하고 빠르게 대처 방법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먼저 고소장 열람 등사 청구를 해서 어떤 내용으로 고소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 전후 정황, 성관계 후에도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눈 자료 등이 있으면 확보해야 한다. 피고소인에게 알리바이가 있으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피고소인 측에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숙박업소 CCTV 등을 수사기관에서 확인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고소인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날 백화점에서 쇼핑했다든가,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든가 하는 행적을 수집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채 변호사는 "수사관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겠냐고 물어보면 받지 않는 것이 좋다"며 "조사 과정에서 긴장하면 종종 거짓반응이 나온다. 그러면 수사관이 예단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증거 부동의로 증거능력을 상실시킬 수 있긴 한데, 재판으로 넘어가면 무죄 받기가 더욱 어렵다. 수사 절차에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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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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