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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간의 화물연대 파업, 노란봉투법도 멈췄다


입력 2022.12.09 13:58 수정 2022.12.09 16:0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16일간 집단운송거부 끝에 9일 현장복귀

노동계 폭주→국민여론 악화→야권 강행처리 부담 커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9일 종료됐다. 지난달 24일을 시작으로 16일 간의 집단운송거부는 여러 사회‧경제적 파장을 남겼으나 예상치 못한 긍정 효과도 있었다. 바로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불려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저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란봉투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단행했지만, 정작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화물연대가 여론을 악화시키며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7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노란봉투법 관련 노조법 개정안 10건을 추가 심사했으나, 여야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의결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지난달 30일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을 법안소위에 단독 상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환노위에서도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환노위는 재적 16명에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다. 고용노동법안소위도 8명 중 4명이 민주당 소속이라 야당 단독으로 법안 상정과 의결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야권이 노란봉투법의 강행 처리에 나서지 못한 것은 최근 노동계를 둘러싼 국민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화물연대의 장기 집단운송거부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생산차질이 잇따르며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데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에 따른 지하철 운행 차질로 출퇴근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민주노총의 총파업 집회는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노조법 개정안의 폐해를 예견케 해주는 바로미터로 불린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화물연대에 소속된 이들이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개인사업자들의 단체행동만으로도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이들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고 ‘화물노조’로서 파업에 나설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청구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게 골자다.


개정안대로라면 화물연대가 비노조원들의 정상 운행을 방해하거나 주요 공장이나 물류기지의 출입구를 봉쇄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피해를 입은 기업이 대항할 방법이 사라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1%가 노동조합이 불법점거나 폭력 등 불법(쟁의)행위를 했을 때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지 않거나 감면받도록 하는 개정안의 내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조건에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7.1%가 반대했고, ‘노사 간 의견의 불일치가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서 쟁의행위를 허용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3.8%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야권이 무리하게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폭주가 국민여론을 악화시켰고, 그들에게 더 큰 힘을 쥐어줄 노조법 개정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진보 야당에서도 법안의 강행 처리를 주저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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