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농구 본선진출을 향한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다.
14일부터 20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종 예선전에는 각 대륙별 지역예선에서 탈락한 12개국의 강호들이 모여 마지막 패자부활전을 펼친다.
최종예선에 걸린 티켓은 단 3장. 그리스, 독일, 크로아티아 등 높이와 조직력을 겸비한 유럽팀들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브라질과 푸에르토리코 등 아메리카 지역팀들은 강력한 업템포 농구를 바탕으로 유럽팀에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대륙별 실력차가 큰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가 유럽과 아메리카의 벽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남기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C조에 배속되어 동구의 강호 슬로베니아, 북미의 캐나다와 8강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된다. 사실상 올림픽 본선에 준하는 수준의 강호들이 포진한 이번 대회에서 과연 베이징행 막차 티켓을 거머쥘 마지막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각 팀들의 전력을 통해 살펴본다.
A조 : 그리스> 브라질> 레바논
그리스는 2006년 세계선수권 대회 준우승팀이다. 당시 준결승에서 NBA 스타들을 앞세워 무패행진을 거듭하던 미국 드림팀에 뼈아픈 일격을 가했던 것도 바로 그리스였다.
팀의 간판인 테오도로스 파파루카스를 비롯해 드미트리우스 디아맨티디스, 라자로스 파파도풀로스, 바실리스 스파놀리스, 소포클리스 쇼치아니티스 등 핵심멤버들이 여전히 건재한 데다 최종예선에서는 홈코트의 우위까지 확보하고 있어 강력한 본선행 후보로 거론된다.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견고한 조직력과 디펜스를 바탕으로 어떤 팀을 만나도 80점 이상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팀이다. 또한 A조 1위를 차지할 경우, 토너먼트 8강에서도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약체조로 평가받는 B조 2위(뉴질랜드 혹은 카보베르데)와 만나 본선행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만약 2위로 미끄러질 경우, B조 1위가 확실시되는 최강 전력의 독일과 만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방심은 금물.
브라질은 남미 특유의 다이내믹한 공격농구가 트레이드 마크이지만, 문제는 골밑과 수비가 불안정하다는 점. A조 참가국 중 가장 많은 현역 NBA 스타들을 보유한 팀이다.
하지만 최종예선을 앞두고 레안드로 발보사와 네네 힐라리오, 안데르손 바레장 등이 모두 부상과 개인사정 등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통과는 가능하겠지만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인사이드가 강한 팀들을 상대로는 고전하리라는 예상이 많다.
본선행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높이가 강한 유럽팀들을 상대로 브라질 특유의 속공농구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그리스와 브라질의 8강행 가능성이 높지만, 레바논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팀은 아니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중동의 복병’ 레바논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4강전에서 한국을 유린했던 파티 엘 카디브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지난 2006년 일본 세계선수권에서 베네수엘라와 강호 프랑스를 잡는 등 이변을 연출하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미국 출신 귀화선수들의 영입과 꾸준한 투자를 통해 세계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레바논의 선전은 같은 아시아권인 한국의 입장에서도 귀감이 될 사례다.
B조 : 독일> 뉴질랜드 >카보베르데
‘전차군단’의 축복받은 대진운은 축구만 아니라 농구에도 계속되는 듯하다. 강팀들이 몰린 유럽선수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자부활전까지 밀려났지만, 최종예선에선 참가국 중 가장 유력한 본선행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NBA 사상 최초의 유럽출신 MVP 덕 노비츠키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는 데다 최종예선에서는 올시즌 LA클리퍼스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며 NBA 정상급 센터로 발돋움한 크리스 케이먼이 가세하며 참가국 중 가장 강력한 인사이드 콤비를 형성하게 됐다.
엔트리에 7피트(213cm) 이상의 장신센터만 무려 4명이나 될 만큼 역대 가장 독보적인 높이를 보유하고 있어 올림픽 진출에 성공할 경우 본선에서도 좋은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노비츠키의 경기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은 반면, 팀이 어려울때마다 그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여전히 너무 높다는 게 단기전에서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뉴질랜드와 카보베르데가 조 2위를 놓고 다툴 전망. 그러나 두 팀 모두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의 지역적 특수성이 아니었다면 최종예선 진출도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
뉴질랜드가 전력상 다소 유리하지만 두 팀 모두 본선행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요행히 8강에 진출하더라도 토너먼트에서는 A조 1위가 유력한 그리스나 브라질 같은 우승후보들을 만나야한다.
그러나 최종예선을 앞두고 벌어진 평가전에서 뉴질랜드는 한국과 같은 조에 배속된 슬로베니아와 접전 끝에 아쉽게 분패했으며, 카보베르데는 한국을 이겼던 레바논에 역전승을 거두는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세계무대로 놓고 보면 무명에 가까운 팀들이지만, 단기전에서 그 잠재력은 예측할 수 없다. 대회 개막전까지 제대로 된 A매치 한번 치러보지 못한 한국과 비교할 때 세계무대의 수준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C조 : 슬로베니아> 캐나다 > 한국
객관적인 전력상 슬로베니아와 캐나다의 비교 우위는 확실하다. 특히 유럽스타일의 파워풀하고 확률 높은 농구를 구사하는 슬로베니아는 조직력이 좋고, 선수 전원이 고른 내외곽 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본선행 티켓을 다툴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NBA 센터 라쇼 네스트로비치와 자크 라코비치를 중심으로 한 2대2 플레이가 공격의 핵심이다.
그러나 샤샤 부야치치의 불참으로 확실한 외곽슈터가 없다는 점은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크로아티아나 독일과의 대진을 감안할 때 무게가 떨어지는 부분이다.
캐나다는 슬로베니아에 비해 조직력과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NBA 센터 사무엘 달렘베어와 조엘 앤서니 등 뛰어난 슛블록커들이 많은 인사이드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득점력이 좋고 볼핸들링이 뛰어난 만능 가드 칼 잉글리쉬의 돌파와 일대일 능력도 경계해야할 부분.
현실적으로 본선행은 힘들지만, 한국의 이번 대회 목표는 일단 1승과 8강행이다. 무려 10년 만에 세계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으로서는 사실상 올림픽 본선에 준하는 수준의 강호들과 격돌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상대팀들 역시 한국을 1승 제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잃을 것이 없다는 것과 상대에게 노출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장점은 한국이 의외의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희망이 된다.
일단 하승진-김주성으로 이어지는 트윈타워가 골밑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하승진은 체력과 기동력에 약점이 있고, 김주성은 파워가 떨어지는 데다 국제대회에서 파울트러블이 잦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오세근과 김민수가 있지만 아직 이들의 빈자리를 채워줄만한 수준은 아니다. 둘 중 한 명만 빠져도 한국은 상당한 높이의 열세 속에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
김남기 감독은 이번 대회의 승부수를 ‘풀타임 전면강압수비’에 걸었다. 주전-후보 구분 없이 전후반 40분 내내 상대를 괴롭히는 풀코트 프레싱은 어느 팀으로서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기술이나 높이로 승부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체력전으로 상대를 괴롭히며 볼소유권과 공격시간을 최소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초반 불필요한 파울수를 줄이고 상대의 패싱라인을 얼마나 방해할 수 있을지가 1승의 관건이다. 결과상의 승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낸 한국농구가 다시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을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있다.
D조 : 크로아티아> 푸에르토리코> 카메룬
크로아티아와 푸에르토리코의 8강 진출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카메룬은 미국과 유럽무대 진출을 꿈꾸는 유망주가 많아서 잠재력은 있지만, 아프리카팀의 특성상 기복이 심하고, 가난한 국가 사정으로 대표팀에 대한 환경적 지원도 시원치 않아 조직력과 동기부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크로아티아는 그리스, 독일, 슬로베니아와 함께 이번 대회 본선티켓을 다툴 유력한 후보다. 마르코 토마스, 마르코 포포비치 등 지난 유럽선수권에서 활약한 주요 멤버들이 모두 건재하며 조직력도 안정적이다.
주전센터 마리오 카순의 부상결장은 다소 뼈아프지만, 골밑 자원이 풍부한 만큼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같은 조의 슬로베니아와는 지난달 열린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1승 1패의 호각세를 나타냈다.
푸에르토리코는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빠른 공격농구에 강점이 있지만, 높이와 조직력은 다소 불안정하다. 220cm의 장신센터 피터 존 라모스가 있지만 유럽의 장신팀들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카를로스 아로요와 호세 바레아, 래리 아유소 등 개인기와 득점력이 뛰어난 백코트 자원들이 즐비하지만 수비에 약점이 있고, 경기력의 기복도 심하다. 역시 슬로베니아와 만날 가능성이 높은 8강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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