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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달걀 대신 박수, 국민들은 정확하다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2.12.10 07:00 수정 2022.12.30 14:41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도하의 기적' 축구대표팀, 박수 받으며 금의환향

앞선 2번의 월드컵에서는 순탄치 않았던 과정 표출

박수 세례를 받으며 금의환향한 축구대표팀.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박수 세례를 받으며 금의환향한 축구대표팀.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엿과 달걀 세례를 받으며 조롱의 대상이었던 축구대표팀이 이번에는 박수와 함께 금의환향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번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승 1무 1패로 16강행을 확정했고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실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해 탈락했다. 하지만 대표팀을 맞이한 것은 박수와 격려의 메시지였다.


한국 축구는 앞서 열린 두 번의 대회서 16강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그리고 입국장에서는 엿과 달걀이 투척됐다. 단순히 16강 진출 실패라는 결과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축구대표팀은 이른 바 FC 코리아라 불릴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와 주목을 받는다.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아시안컵이나 월드컵이 열리는 시즌이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압도할 정도이며 국민들 대부분이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 외울 정도다.


대표팀의 생명력은 4년 주기로 반복된다. 월드컵이 끝나면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고 다가올 아시안컵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해 계속된 실험이 이뤄진다.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내세우며 전술 또한 가다듬은 뒤 자원을 추리고 추려 월드컵에 나선다. 월드컵은 지난 4년간 행해왔던 과정들을 결과로 증명하는 자리다.


그런데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는 본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서툴렀고 자연스레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엿 세례가 나왔던 2014년 대표팀. ⓒ 연합뉴스 엿 세례가 나왔던 2014년 대표팀. ⓒ 연합뉴스

엿 세례가 나왔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기성용이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최강희 감독을 비공개 SNS로 ‘디스’하다 발각됐고, 본선 직전에는 홍명보 감독이 전술판 대신 땅을 보러 다녔다. 엉망인 경기력으로 탈락 수순을 밟은 대표팀은 주전 수문장 정성룡이 ‘퐈이야’ 문구가 담긴 게시물을 SNS에 올려 정점을 찍었다. 축구팬들의 불만 표출이 엿으로 그친 게 다행일 정도였다.


2018년에는 달걀 투척.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8년에는 달걀 투척.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하마터면 본선에 오르지 못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부족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축구협회는 한참을 끌다 예선 탈락 직전에 가서야 교체 수순을 밟았고 이후 부족한 코칭스태프 등 안이한 지원과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은 카잔의 기적을 썼지만 귀국장에서는 축구협회를 향한 엿이 던져졌다.


이후 벤투 감독을 선임한 축구협회는 4년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명 ‘벤투 사단’이라 불리는 코치들이 함께 합류해 선수들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했고 팀 내에서도 감독을 향한 불만 표출이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 벤투 감독의 전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오히려 선수들이 감독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고 모처럼 ‘원 팀’이 된 대표팀은 도하의 기적을 써내며 16강에 올랐다.


국민들은 결과만큼 4년간의 과정도 중시한다.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국민들은 결과만큼 4년간의 과정도 중시한다.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렇듯 국민들은 결과만큼 4년간의 과정을 중시하며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제 한국 축구는 또 다른 4년을 준비해야 한다. 협회와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하나가 돼 다음 월드컵을 준비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며 4년 뒤 귀국장에서 또 한 번 국민들의 박수가 울려 퍼질 게 자명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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