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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26)] 밴드 이글루베이가 그리는 서울의 사계절


입력 2022.12.08 08:06 수정 2022.12.08 08: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1월 30일 정규앨범 '사계서울' 발매

날씨와 계절은 늘 우리와 함께이며, 그것들에게 꽤나 큰 영향들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리적인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날 그날의 ‘나’는 정서적으로 그것들과 온전히 이어져 있다. 그리고 벗어나기엔 아름답고, 바로 마주하기엔 가혹한 우리가 몸담은 이곳 ‘서울’. 사계와 서울을 온전히, 모두에게 - ‘사계서울’ 곡 설명 中


밴드 이글루베이(보컬·기타 조이민, 드럼 최형석, 베이스 구석영)가 지난달 30일 정규앨범 ‘사계서울’(四季徐菀)을 발매했다. 앞서 여름(‘유월의 소년’)과 가을(‘코스모스’)을 담은 싱글을 선보였던 것에 이어 이번 정규앨범에는 모든 계절을 담은 12개의 곡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이글루베이 ⓒ이글루베이

-얼마 전 발매한 신보 ‘사계서울’은 어떤 앨범인가요?


조이민) 정서적으로 늘 맞닿아 있는 날씨와 계절, 그리고 긴 시간 몸담고 있는 바로 이곳 ‘서울’을 온전히 담은 앨범이자, 이 프로젝트는 ‘나 자신’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공간과의 교류에요. 모든 계절을 담아 총 열두 곡이 자리 잡은 이번 정규앨범은 세 곡이 한데 묶여 한 계절, 한 계절을 표현하고 있어요.


-이 앨범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조이민) 지난 EP 앨범 ‘가느다란 소음이 나의 세상에 닿을 때’는 자연 현상들을 빗대어 곡들을 선보였어요. 평소 자연이 주는 영감을 크게 느끼는 편이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가사를 풀어내는 것을 좋아해요. 올해 봄 즈음 자연스럽게 다음 앨범은 ‘사계’에 대한 이야기를 정규 단위로 길게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이 기획에 대해 욕심과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앨범 커버 디자인을 도와주신 정영환 작가님의 작품을 SNS를 통하여 접하게 되면서였어요. 결국 성사되어 감사하게도 작가님의 작품으로 앨범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계절의 어떤 부분, 어떤 매력을 곡에 녹여내고 싶었나요?


조이민) 표면적으로는 각 계절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계절마다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과 정서를 녹이고 싶었어요. 싱글로 선공개한 ‘유월의 소년’은 여름이 가지고 있는 활기차고 청량한, ‘코스모스’는 열기를 가라앉힌 가을의 차분함과 나른함을 담으려 한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절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 같은데요.


조이민) 곡 순서가 진행됨에 따라 인간 성장의 과정, 시간의 흐름, 마음의 농도 등의 서사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봄에서 겨울까지 서서히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생을 살아가는 수많은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잃게 됩니다. 선명하지 않았던 것들이 점점 더 또렷이 보이게 돼요. 그 현실과 진실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처절하게,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죠. 앨범의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그러한 과정들로 인해 느끼는 솔직함, 무기력함, 통찰, 자신만의 철학 등을 담으려 했어요.


ⓒ이글루베이 ⓒ이글루베이

-타이틀곡 ‘춘몽’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조이민) 사랑하는 사람과의 한 시절을 ‘봄날의 꿈’에 비유한 곡이에요. ‘우리,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행복했어요, 좋은 꿈이었어요’라고 말하고 있죠. 음향적으로는 현악기를 주도적으로 앞세워, 클래식하고 드라마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려 노력했어요.


구석영) 저에게는 이글루베이 노래 중 가장 대중성이 짙은 곡이라고 느껴져요.


-더불어 더블타이틀곡으로 ‘설화’를 올려놓았어요. 두 곡을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가 있었나요?


조이민) 선공개 곡들로 저희가 표현하는 여름과 가을의 이미지를 가감 없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차례대로 맞이할 나머지 두 계절, 겨울과 봄의 메시지를 크게 담고 있는 곡을 필두로 이번 앨범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앨범을 작업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구석영) 앨범을 작업하면서 피처링 작업들도 몇 곡 하였는데, 멤버들 말고도 다른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던 기억이 좋았습니다.


최형석) 앨범 발매 전 ‘사계서울’ 전람회를 개최하게 되었는데요. 그중 멤버 조이민 목 상태가 안 좋은 시기에 겹치며 급하게 당일 아침 ‘형석아, 네가 대신 노래를 해줄 수 있겠니?’라는 부탁에 전람회 중 베이스 치는 석영이와 함께 메인 보컬을 돌려가며 했던 간소한 무대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이 기억에 남네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 혹은 작업이 까다로웠던 곡이 있다면?


최형석) ‘백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곡들이 멤버들 모두의 고심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백시‘를 어떻게 연주하면 제목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연주를 했던 것 같아요.

구석영) 저는 ‘춘몽’이라는 곡이 제일 까다로웠습니다. 밴드의 감성을 담으면서도 어떻게 대중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던 곡이었습니다.


-과거 앨범들과 이번 앨범에 차별점이 있다면?


조이민) 독립적으로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들이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아요. 녹음은 물론, 믹스, 마스터링, 사진, 뮤직비디오까지 저희 자체적으로 해결한 트랙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타이틀을 제외하고 멤버별로 각자 소개하고 싶은 한 곡이 있다면?


최형석) ‘백시’를 추천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 의미를 찾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곡이에요. 연주, 아웃트로 내레이션을 잘 감상해 보세요.


구석영) ‘몸짓’을 추천합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이글루베이 노래들을 사랑해 주시지만 그중 ‘Dot Dot Dot’ 같은 미니멀한 편곡의 노래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듯합니다. 제 생각에 몸짓도 그런 분위기라고 생각해 조금 더 멋져진 옛날의 이글루베이를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이민) ‘일기’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제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몇 해 전 데모가 공개되었던 곡이에요. 오랜만에 이 곡을 다시 만나 작업하며 스스로 많은 위안을 받고, 한편으론 깨달은 것도 많았어요.


-이번 앨범으로 어떤 평가를 받길 원하실까요.


조이민) ‘한국 대중음악계 수많은 별들 중 이글루베이라는 행성이 자리하고 있구나. 그 세상은 밝고 소중한 빛을 발하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이번 앨범을 만들어내면서 멤버들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최형석) 드럼을 개인 작업실에서 녹음하는 등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제작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만들었던 것이 큰 경험이자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던 기회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기회를 바탕으로 더 멋진 음악을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동기도 생겼습니다.


구석영) 앨범을 만들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저희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레코딩을 받고, 믹스와 마스터링까지 한 곡들도 많아 모든 과정에서 계속해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조이민) 음악은 물론, 프로듀싱과 운영적인 면에서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이글루베이 ⓒ이글루베이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조이민)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12월 11일 동명의 단독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내년 2월 즈음 일본 지역 두 곳을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사계서울’ 투어 공연을 기획 중에 있어요.


-2015년 팀을 결성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이글루베이를 이끌어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있다면?


조이민) 여러 다른 활동과 군 복무 때문에 비어있는 시간들이 있지만, 멤버들의 꾸밈없는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게 되는 건 이글루베이의 음악인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중요하고요.


-팀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도 있나요?


최형석) 팀 내에 멤버들과 서로에게 힘든 점은 없는 거 같아요. 굳이 찾아보자면 앨범을 제작하고 만들어낸 작품과 과정에서 팀 스스로 부끄럼 없는 음악을 하고 있고 결과물로 보여드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아직 세상에 우리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이라 함은 이렇게 좋은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 우리가 세상에 언급이 될 수 있을 때 한 번 더 힘을 얻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데일리안(웃음).


구석영) 팀으로서 힘들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에 이후에 힘든 시간들이 온다면 조금 더 자신들에게 솔직하고 그 속 안에 있는 얘기들을 말하고 들어보며 서로에게 동력이 될 수 있는 멤버들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데뷔 당시와 지금, 밴드의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이민) 틀이 없어진 것이 가장 커요. 돌아보면 팀을 처음 시작하던 시기엔 이건 이래야 되고, 저건 저래야 되며 틀 안에 밀어 넣고 구상을 시작했던 적이 많았어요. 반면 지금은 최대한 모든 방면을 열어놓은 채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글루베이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구석영)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진 팀이고 우리 세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 이글루베이의 음악을 못 들려드렸을 것 같습니다.


최형석) ‘감정’인 것 같아요. 하나만의 주제가 아닌 우리가 느낄 수 있고, 느끼고 있는 감정에 따른 주제를 표현하고 있고 그것을 음악으로 교감하고자 하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조이민) ‘삶’입니다.


-이글루베이의 최종 목표를 들려주세요.


구석영) 승민, 형석이와 함께 오래오래 음악을 계속해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석) 온 세상에 이글루베이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조이민) 저희는 여러분들을 위해, 여러분들은 저희로 인해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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