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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사진을 사랑하는 ‘록의 전설’ 김종서, ‘B컷’으로 세상을 보다


입력 2022.12.04 13:03 수정 2022.12.04 13:04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사진 찍으면서 안보이던 곳이 보여…새로운 시선이 생겨”

“그동안 공연 안한 것 팬들에게 ‘직무유기’했다는 생각”

“이번 공연이 움츠린 내 자신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될 것”

‘사진작가 김종서’. 어색한 말이다. 그런데 꽤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 록의 전설’로 불리는 가수 김종서가 사진전을 겸한 콘서트 ‘비-컷’(B-Cut)을 개최한다. 김종서가 콘서트를 연다는 것은 새롭지 않지만, ‘사진전’을 겸한다는 말은 확실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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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유는 김종서이기 때문이다. 보컬들이 함께 무대에 서기 어렵다는 시나위와 부활, 두 그룹의 보컬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가수고, 1992년 데뷔앨범에서 ‘대답없는 너’를 통해 록음악을 대중에게 크게 각인시켰다. 이어 ‘지금은 알 수 없어’ ‘겨울비’ ‘남겨진 독백’ ‘플라스틱 신드롬’ ‘추락천사’ 등의 노래를 히트시켰다. 록가수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 개최 기록을 세웠고, 방송 예능에서 국내 3대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이들 중 신대철과 김태원을 한 무대에 세웠다. 한국 록음악 역사에서 막대한 지분을 가졌다. 짧게 정리했지만, 제대로 김종서의 역사를 정리하면 대략 이 분량에서 10배에서 20배 정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사진전’을 연다. 물론 콘서트가 메인이긴 하지만, 의외였다. 방송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라고 아주 가끔 말하긴 했지만, 인터뷰에 쏟아낸 그의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사랑은 수준이 달랐다. 가수 김종서가 아닌 사진작가 김종서의 이야기부터 들어봤다.


- 사진이 취미라니 의외다. 그동안 이런 모습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 꽤 됐다. 15년 정도? 롤라이플렉스라고 정방형 카메라가 있다. 위에서 보고 찍는 카메라인데, 그것에 빠지면서 사진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35미리, 120미리도 하고 디지털 사진도 했다. 사진은 나에게 막연하게 기록하는 것이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평소에 안 보이는 것, 그게 프레임화 되면서 내 모습이 투영됐다. 음악 하는 것만큼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번에 공연 준비하면서 전체 연출을 맡은 김장훈 씨가 ‘사진전도 같이 할까’라고 말해서 진행하게 됐다. 공연장이 갤러리를 겸하는 데 거기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난 (사진) 작가는 아니지만, 이번 공연이 계기가 돼서 사진에 대해 (다시) 접근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전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해야 했다. 그러다보니까 무게감이 생기는 것 같고, (사진에 대해) 약간 권태로웠는데, 다시 확 빠지는 계기가 됐다. 사진전은 (콘서트 준비와) 달랐다. 준비하는 것도 너무 많더라. 사진은 음악 하는 것만큼 매력이 있다. 이번 사진전이 끝나면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 옛날에 제 사진에 ‘써드아이’(제3의 눈)라고 장난으로 사인해서 넣기도 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면서 생긴, 진짜 새로운 눈이 있다. 사진을 안 했으면 지나칠 수 있는 풍경인데, 집중력이 생기고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제대로 공부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그러기엔 할 일도 많고, 취미생활로 하면서 더 깊게 가볼 생각으로 준비한다. 작가로 보기 보단, ‘음악 하는 김종서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 롤라이플렉스에 빠져서 사진을 시작했다는데, 그럼 카메라에 빠져서 사진을 시작한 건가.


▶ 카메라에 빠졌다? 모르겠다. 그러나 중고가게 어렵게 구한 이 카메라는 100% 수동이라 배웠어야 했다. 필름 감도, 조리개 셔터스피드를 본능적으로 알아야 한다. 노출계로 따지고 하면 놓치는 사진이 많다. 그러나 카메라만 보면서 사진에 빠진 것은 아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사진을 찍었지’란 생각이 들었다.


ⓒ김종서 ⓒ김종서

- 그렇게 시작한 사진을 찍는 취미가 음악을 하는 데 도움이 되어서 지금까지 한 것인가.


▶ 음악이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음악하면서 등락이 있고, 삶이 권태로울 때가 있다. 그 권태롭던 시절에 (카메라와 사진을) 발견했고, 저희 헛헛함을 채워줬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사진이 가진 정서와 위대함에 빠지게 됐다.


- 꽤 긴 시간 사진을 찍다보면 ‘사진전’을 개최했을 법한데, 이번이 처음이다.


▶ 물론 이전에도 사진전을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제가 너무 부끄러웠다. 지금 하게 된 이유는,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사람들이 과연 ‘김종서 작가’로 이것을 볼까 싶었다. 내가 이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 사진전의 주제는 무엇인가.


▶ 내가 찍는 사진들은 대도시 사람들의 모습이다. 대도시엔 밝음도 있고 어둠도 있다. 명암이 날카롭게 있는 곳이 대도시다. 그 속에 군상들, 그런 걸 제가 프레임 안에 담았다. 그냥 일상적으로 지나칠 수 있는 모습들도 제 시선으로는 다르게 보였다. 이번 사진전은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담았다. ‘그냥’은 없다. 내 마음이 깊이 관여됐고, 내 정서가 투영됐다. 찍고 보니까 만컷은 되더라.


- 선별 과정이 꽤 오래 걸렸겠다.


▶ 250장 정도 골랐다. 그런데 전시회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50장 내외로 해야 한다더라. 사진전을 하려면 이걸 준비하는 사람들의 안목이 중요하다. 완전히 다른 시선이라. 그래서 스태프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나는 내가 본 시선으로만 담는 게 끝이다. 이걸 포장하고 전시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라서 양보했다. 처음에는 내가 관여할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때다. 나중에는 (사진을 더 알게 되면) 음악 할 때보다 더 고집이 생기지 않을까 싶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짬’이 안 된다.


- 도시의 사람들과 풍경을 찍는다는 건 스트리트 포토를 추구하는 건데, 쉽지 않은 작업이다.


▶ 90년대까지만 해도 관대했다. 길에서 막 찍고 그랬는데 지금은 안 된다. 인물이 들어가도 날리고, 명암으로 처리하고 모호한 모습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사람 얼굴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 특히 어떤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노인들의 얼굴엔 역사가 쓰여 있지 않는가. 그런 것을 너무 담고 싶다. 얼굴 사진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김종서 ⓒ김종서

- 카메라를 배운 적이 없다는데, 그러고 보면,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도 독학을 했다. 닮았다.


▶ 그냥 했다. 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악기는 연습을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보컬은 ‘가지고 있는 걸’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축복 받은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은 악기보다 더 많은 걸 준비해야 하는 게 보컬이었다. (성악을 배우면서) 몸이 악기라는 걸 나중에 깨달은 거다. 쉽게 통기타로 이야기하면 아주 비싸지만 깨지기 쉬운 단판 기타다. 관리 안하면 깨진다. ‘내 몸이 그거구나.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성악을 배운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연습한다고 확 늘지 않는다. 우울증도 왔다. 그런데 견디고 보니까 어느 순간 깨닫는다. 6개월, 1년 하다 보니 ‘이거구나, 내가 뭔지도 모르게 했는데, 이렇게 내는구나’라고 나중에 알게 된다. 그렇게 쌓인 게 내 노래로 나올 때 성취감은 정말 말로 못한다.


- 사진전은 어떻게 진행되나.


▶ 공연 전에 충분한 시간을 전시회를 한다. 사실 준비하면서 몰랐는데, 스태프 분들이 이런 전시회는 전날 VIP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더라. 공연을 이틀 하는데, 사진전을 이렇게 짧게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 이렇게 다 만드는데 돈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장난 아니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지’ 생각을 했는데, 다들 이번에 (콘서트를) 하고 난 후, 따로 전시만 뽑아서 옮겨서 한번 더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 사실 가수들이 이렇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 김장훈 씨가 거기에 ‘가치’를 둔 것 같더라. 시작은 조금 미약하지만, 이것이 다른 영역의 활동으로 넓히는데 괜찮은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무섭고 두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 앨범을 만들 때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이 커버나 내용에 들어가면 좋을 듯 싶다.


▶ 이게 ‘별개’가 아니고, 섞이는 게 있다. 사진이 이렇게 내 마음을 파고들지 몰랐다. 난 음악 하는 사람이니까, 사진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본다면. 음악가의 시선에서 본 프레임이잖나. 이번에도 사진 제목에 노래 제목을 붙이자고 했다. 몇 개는 제가 가진 것들, 그 제목을 붙이면 아무래도 사진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라 봤다. (사진을 보면서) 그 음악을 연상하게 되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보통 글로도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면) 많은 부가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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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종서의 이야기는 바로 ‘가수’ 김종서로 넘어갔다. 김종서의 시선으로 담은 사진을 본 그의 팬들이 김종서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의 이야기다.



- 사진전 이후 진행되는 콘서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 이틀 동안 하는데, 저도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다. 김장훈 씨에게 처음으로 도움을 청한 이유도, 공연 연출로 유명하잖나. 소극장이라서 그만큼 (대형 무대는) 아니지만, 앞으로 중극장, 대극장에서 ‘김종서가 하는 이런 쇼가 있어’를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번에 가볍게 맞춰보고, 음악도 좀 더 편곡하고, 라이브에 더 맞게 디테일하게 가보려 한다. 공연 준비, 편곡이나 이런 것을 진짜 오랜만에 한다. 과거 권태로울 때는 그냥 하고 그런 적도 있었다. 생각하고 구상하는 게 너무 정신적으로 힘들었었다. 이번에는 제가 조금 환기된 것 같다. 그리고 김장훈 씨가 도와줘서 좀 더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태까지 이렇게 공연을 구상한 적이 없다. ‘공연하는데 뭐 잡스러운 게 이렇게 많이 들어가’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런데 들어가면 좋잖아’라 바뀌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보니까 새로운 재미를 느꼈고, 음악이 좀 더 재미있어진 것 같다. 전 한두 가지만 무대에 들어가도 ‘어 뭔가 다르다’며 놀랐다. 안 해봤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핑크플로이드 공연은 ‘시각의 끝판왕’ 아닌가. 왜 난 그런 걸 안했는지. ‘태양의 서커스’ 같이 말이다. 나중에 제 꿈은 그런 거다. 협업해서 판타지처럼 만드는 것.


- 이번 소극장 공연은 의외다.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 소극장이라니.


▶ 소극장 공연 자체를 오랜만에 하는 것이고, 초심까진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너무 (콘서트를) 안 해서 팬들에게 ‘직무유기’한 마음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움직여야 했는데 안 움직였다. (공연의) 시작을 좀 잘 하고 싶었다. 그동안 안했으니까 쫓기듯이 ‘공연하자’가 아니라, 소극장에서 잘 준비해서 하고 싶었다. ‘그냥’ 하는 공연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또 음악만 하는 공연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 대단한 쇼를 만들고 싶은 건 아닌데, 공을 들이고 싶었고, 그래서 사진전이 들어온 거다. 첫 단추가 좋아야 할 것 같다. 소극장이지만 단단하게 만들면, 새롭게 (공연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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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장 공연의 매력이 확실히 있다.


▶ 300석이지만, 팬들이 제일 좋아하는 분위기다 가깝게 느껴지니까. (LP바 앞쪽 무대를 가리키며) 김장훈 씨도 여기서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아마추어 때 3~4명 앉혀놓고 노래하는 기분이라고. 저도 그 기분 안다. 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200석 장기 공연도 가능했다. 소극장 공연의 매력을 모르는 가수들도 많을 거다. 인간적으로 진짜 소통하고 서로 에너지를 교감한다. 그에 대해 감흥을 준 사람이 (전)인권이형이다. 대학로에서 소극장 공연할 때 봤는데, 그때 기분이 남달랐다.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며 배운 거다. 또 내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가수가 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


- 인터뷰 시작 때부터 목에 스카프를 하고 있다. 건강관리, 목 관리를 철저히 한다.


▶ 난 내가 목소리가 안 나오는 순간이 제일 불행하고 죽을 것 같다. 항상 체크를 하고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목소리를 한 번도 안 낸다. 그게 기본이다. 몸이 추우면 밖에 안 나가고, 독감 걸릴까봐 조심한다. 평소 운동도 하는데 노래하는 사람은 운동 하고 안하고가 호흡에서부터 갈린다.


- 이번 공연에서 몇 곡이나 선보이나


▶ 18곡정도 할 것 같다. 러닝타임이 한 시간 반 정도다. 옛날에는 더 길게 한 적도 있는데, 그럼 안 된다더라. 그 정도가 딱 좋다고. 게스트 없이 그렇게 진행된다. 게스트 있으며 흐름이 끊어지는 것 같다.


- 앨범 활동은 과거처럼 자주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 겁쟁이라서 안하는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은 많았다. 누구라고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 했던 친구들이 앨범을 냈는데,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서 만들었는데 그렇다. 의지가 꺾이는 거다. 반응이 없으면 내 스스로 무너질 것 같아서 못하는 거다. 그런데 또 안하면 평생 못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자고 생각했다. 비틀즈 오마주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가사는 왜 이렇게 안 써지는지. 공연도 또 고민되고 하니까.


- 그러고 보면 데뷔 이후 한동안 거의 쉰 적이 없이 앨범을 내고 활동했다.


▶ 공연 전에 앞서 1집부터 쭉 들어봤다. 다시 전장에 나가기 전에 장수의 비장함, 그런 게 있다. 내가 옛날에는 진짜 ‘빡세게’ 활동했구나 생각했다. 굉장히 빛나던 이런 게 있었구나. 그런데 뭔가 그런 건 (지금도) 다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부지런 떨면 된다. 약간 침체됐지만, 너무 환경을 탓하면 스스로 너무 무너지는 것 같다. 내가 스스로 딛고 내 안을 세우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공연이 움츠린 내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내년에 더 외향적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가수’ 겸 ‘사진작가’(?) 김종서의 공연 ‘비-컷’(B-Cut)은 12월 9일과 1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윤당아트홀&갤러리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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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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