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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된 ‘흥행 보증수표’①] ‘믿고 보던’ 배우·감독이 사라졌어요


입력 2022.12.02 16:01 수정 2022.12.02 16:0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변화한 극장 환경 요인, 배우·감독 탓만 할 수는 없어"


"요즘은 믿고 보는 배우 되는 일이 제일 어려워요. 그 말의 무게감을 이제 정말 실감하는 것 같아요"


한 영화계 관계자의 말이다. 천만 영화를 보유한 배우들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주연 배우의 역할은 영화 첫인상을 가장 먼저 결정짓는 지표다. 연기력은 물론 인지도와 호감까지 갖춘 배우들은 투자를 용이하게 만들고 대중을 극장을 부르는 얼굴이었다.


영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더 스크린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흥행 파워 배우들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위는 하정우였다. 2위 황정민, 3위 송강호, 4위 류승룡, 5위 유해진, 6위 이정재, 7위 오달수, 8위 김윤석, 9위 강동원, 10위 마동석이었다. 이들이 흔히 '믿고 보는 배우'라고 불려왔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란 말이 있듯이 예술성과 흥행력을 갖춘 박찬욱, 봉준호를 비롯해 한재림, 최동훈, 류승완 등 스타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감독들은 신작 제작발표회나 언론시사회를 진행할 시, 주연이 누구든 배우보다 질문을 많이 받는 감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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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극장가에서 이들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 올해 여름 텐트폴 영화로 출격한 '외계+인', '비상선언'이 스타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대거 투입됐음에도,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았다.


'외계+인'은 '도둑들', '암살'로 쌍천만 영화를 보유한 최동훈 감독의 작품으로,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등이 출연했다. '비상선언' 역시 '관상'과 '더 킹'을 연출해 상업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한재림 감독에 메가폰을 잡았으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이 '비상선언'으로 뭉쳤다.


흥행 전력을 갖춰 대중과 마니아를 모두 사로잡았던 최동훈, 한재림 감독들의 신작으로도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지만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영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을 만큼 업계에서 입지가 탄탄한 이들이다. '흥행 공식'을 모두 갖춰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으나 '외계+인'은 153만(손익분기점 730만), '비상선언'은 205만(손익분기점 500만) 관객에 그쳤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극장가 컨디션이 예전만큼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앞서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 700만 명을 동원했기에 '외계+인'과 '비상선언'의 흥행 실패는 올 영화계 이변으로 꼽힐 만한 '사건'이었다.


처참한 스코어 성적표는 배우들의 자존심에도 흠집을 냈다. 특히 송강호는 올해 6월 개봉한 '브로커'에서도 126만 명으로 아쉬운 결과물을 냈다. '괴물', '택시 운전사', '변호인', '기생충' 총 4편의 천만 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올해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로 우리나라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쉬리' 582만 명, '공동경비구역 JSA' 579만 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668만 명, '박쥐'(2009)는 223만 명, '의형제' 550만 명, '설국열차' 935만 명, '관상' 913만 명, '사도'(2015) 624만 명, '밀정' 750만 명 등을 기록했다. '밀정' 당시 누적관객 수 1억 명을 넘기기도 했다.


송강호는 모든 영화에서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관객들을 작품 속 이야기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평범한 캐릭터일지라도 송강호가 숨결을 불어넣으면 특별해졌다. 많은 해외 배우들이 그를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라고 꼽고 후배 배우들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이유다. 그러나 송강호는 올해 두 편이나 연달아 실패하며 굴욕을 맛봐야 했다.


이병헌 역시 연기력으로 자신의 사생활 이슈를 종결시킨 인물로, 영화계 러브콜 1순위로 꼽힌다. 드라마 '올인', '아이리스'로 한류스타로 불리던 이병헌은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 '미스 컨덕트', '터미네이터: 제네시스'까지 출연하며 할리우드까지 발판을 넓혔다.


그러나 2018년 걸그룹 멤버와 모델에게 음담패설이 담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단 사실이 알려지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병헌에 대한 여론이 차가웠지만, 차기작이었던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단번에 부활했다. 이병헌은 그 해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화평론가협회상, 영화제작사협회상,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후 '남한산성', '그것만이 내 세상', '백두산', '남산의 부장들'까지 흥행 시키며 '이견 없는 이병헌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그런 이병헌도 '비상선언'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6년 만에 신작을 공개한 박찬욱 감독은 올해 '헤어질 결심'으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하며,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고 있지만 성적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누적 관객 수 188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은 넘었지만 전작 '공동경비구역' 583만 명, '친절한 금자 씨' 365만 명, '박쥐' 223만 명', '아가씨' 428만 명 등이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도둑들', '암살'로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최동훈 감독은 올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멀티캐스팅을 활용한 범죄물에서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은 결이 확 달라진 SF 판타지물 '외계+인'에 이질감을 느꼈다.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고, 무협 판타지와 공상과학이 제대로 섞이지 못한 탓에 감독의 상상력과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등 '충무로 젊은 피' 배우들의 이름값에도 관객들은 '외계+인'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수의 영화 관계자들은 '외계+인'과 '비상선언'의 흥행 실패를 배우나, 감독만의 탓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가 위기를 맞은 것과 OTT로 관람 환경, 티켓값 상승 등과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 제작 관계자는 "배우들의 연기만 놓고 보자면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배우들의 대단한 열연이 있어도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이름값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스타 캐스팅 시스템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다른 영화 관계자는 두 작품의 스타 배우 조합이 불협화음을 냈던 이유는 배우들조차 극의 줄거리나 감독의 디렉팅에 설득되지 못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옛말 된 ‘흥행보증수표’①] ‘믿고 보던’ 배우·감독이 사라졌어요


[옛말 된 ‘흥행보증수표’②] 극장서 배우 연기력보단 줄거리 보는 세대


[옛말 된 ‘흥행보증수표’③] 믿고 보는 배우 시대 끝?…"그럼에도 스타 캐스팅은 계속 될 것"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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