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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수장 교체…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포석?


입력 2022.11.30 13:25 수정 2022.11.30 13:2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정의선 회장 지배구조개편 '실탄' 늘리려면 글로비스 기업가치 높여야

재무‧혁신 전문가 이규복 사장, 수익성 확대‧미래가치 제고 '중책'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수장이 교체되며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30일 이규복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사장단 및 CEO(최고경영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의 CEO 교체는 단지 계열사 수장 한 명이 바뀐 것에 그치지 않는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9월 말 기준 20%의 지분을 보유했다. 올해 초 23.29%에 달했던 지분이 공정거래법 사익편취 규제 확대(오너지분 30% 이상 상장사→20% 이상 상장사로 확대)로 3.29%를 매각하며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정 회장이 보유한 가장 큰 자산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정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전제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중요한 ‘실탄’ 역할을 한다. 2018년 무산 이후 4년째 공전 상태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큰 틀에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기아→현대모비스의 모-자회사 관계를 해소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식이 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관건은 0.32%에 불과한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대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2018년 개편작업 당시에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당시 지분율 23.29%, 현재 19.99%)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을 시도하다 시장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재차 지배구조개편을 시도하는 시점에 현대글로비스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면 정 회장이 이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 자금을 마련하건, 지분을 현물 출자하건 수월한 개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심지어 2018년의 분할합병 모델을 다시 시도하더라도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가 높아진 시점이라면 주주들의 반응이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 구매관련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김정훈 현 대표이사를 재무통인 이규복 부사장으로 교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유럽 지역 판매법인장 및 미주 지역 생산법인 CFO(Chief Financial Officer)를 경험한 재무, 해외판매 기반 전략기획 전문가인 이규복 부사장은 현대차에서 수익성 중심 해외권역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한 프로세스 전반의 혁신을 담당해 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사업과 스마트 물류,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이들과 연계해 중고차 사업 규모를 확장할 여지도 높다.


기존 추진 중인 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신사업 적기 투자를 통해 현대글로비스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이 이규복 부사장에게 맡겨진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 지배구조개편에 나서지 않더라도 정의선 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영권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재무 전문가이자 현대차에서 프로세스 혁신을 담당해온 이규복 부사장이 지휘봉을 쥐게 된 만큼 앞으로 현대글로비스 경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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