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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택한 정의선…현대차그룹, 부회장 승진 없이 '투 포인트' 인사


입력 2022.11.30 12:38 수정 2022.11.30 13:5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정의선 회장 구애로 재영입된 '명품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사장 중용

이규복 부사장, 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 제고 '중책'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자료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자료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각종 대외 악재 속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택한 용병술은 ‘안정’이었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대부분의 CEO(최고경영자)와 경영진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사장 1명, 부사장 1명 등 2명이 승진했다. 대신 사장급 3명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30일 루크 동커볼케 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이규복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사장단 및 CEO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한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성과 기반의 핵심 인재의 발탁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전략 컨트롤타워를 신설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비(非)오너가 전문경영인 부회장직 부활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사장단 중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지난해 노사 문제를 전담했던 윤여철 전 부회장이 퇴진한 이후 정의선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만 남은 상태로, 내년까지 이 체제가 유지된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안정’ 위주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한때 부회장만 14명에 달했던 ‘직급 인플레이션’이 현 경영제체에는 맞지 않다는 판단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자동차그룹 COO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현대자동차그룹 COO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2015년 12월) 직후인 2016년 1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지금의 제네시스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한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명품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으로, 당시 고급차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제네시스를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서 정 회장의 ‘간택’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가족과 함께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을 나왔으나 그해 11월 정 회장이 이전에 없던 CCO라는 자리까지 새로 만들어가며 다시 불러들일 정도로 신뢰가 깊다. 당분간 유럽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도 좋다는 배려까지 받았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중심축을 옮겨야 하는 만큼 새로운 모빌리티 분야에서 그의 혁신적 디자인 아이디어가 긴요하다는 판단에 사장으로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규복 부사장은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유럽 지역 판매법인장 및 미주 지역 생산법인 CFO(Chief Financial Officer)를 경험한 재무, 해외판매 기반 전략기획 전문가인 이규복 부사장은 현대차에서 수익성 중심 해외권역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한 프로세스 전반의 혁신을 담당해 왔다.


향후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내에서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중고차 매매업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에 진출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이 부사장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이번 인사에서 전략기획담당 공영운 사장, 이노베이션담당 지영조 사장,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김정훈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을 맡게 됐다.


공영운 사장은 대관업무와 홍보 등을 총괄하며 정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측근으로 불렸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삼성전자 출신 인사 영입으로 화제를 모았던 지영조 사장은 과거 현대차그룹이 익숙하지 않았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험을 제공해주고 용퇴하게 됐다. 현대차 구매관련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김정훈 사장 역시 신사업 개척에 특화된 후배에게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부사장 이하 정기 임원인사는 12월 중 있을 예정이다. 둘째 주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사장단과 마찬가지로 임원인사도 안정에 초점을 맞춰 예년보다 소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과 중심의 인적 쇄신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임원인사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설되는 GSO(Global Strategy Office) 조직이다. 임원인사 때 GSO의 각 부문 인사 및 세부 역할이 발표될 예정이다.


GSO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분야 컨트롤타워 조직으로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모빌리티 서비스 관점의 미래 전략 방향 수립 및 대내외 협업, 사업화 검증을 담당하게 된다.


정의선 회장 특유의 스피디하고 효율적인 경영 스타일에 맞게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단일화된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신속하고 일관된 전략 실행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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