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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배당 개선해야 K-디스카운트 없앤다 [백서원의 백미러]


입력 2022.11.30 07:00 수정 2022.11.30 08:26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깜깜이 배당’ 손질...국제기준 맞춘다

기업 자율성 핵심...실질적 유인책 필요

ⓒ픽사베이 ⓒ픽사베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도전한지 14년이 흘렀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도전은 번번이 좌절됐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인색한 배당이 국내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를 부추겼다. 정부가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배당 개편에 나섰지만 기업의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배당제도 개편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앞으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처럼 상장사의 배당금 규모를 먼저 파악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현재 국내 기업은 매년 3월 중하순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전년도 12월 말(배당 기준일)에 등록된 주주를 대상으로 한 배당액을 결정한다. 배당받을 주주가 먼저 결정된 이후에 배당액이 결정돼 배당투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 해 1~3월의 배당 관련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는 글로벌 배당주 펀드 매니저들이 한국 배당주를 ‘깜깜이 투자’라고 평가하는 배경이 됐다.


다만 배당제도 개선의 핵심은 기업 자율성 존중에 있다. 주요 국가들은 배당 기준일을 회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금융당국도 기업에 새 배당제도를 강제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각자 상황에 맞춰 투자자에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배당금을 공개한 이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기업이 투자자를 더 모으기 위해 배당을 확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당기준일 변경만으로 기업들의 관행이 바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상당히 낮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19.14%로 영국(48.23%)과 독일(41.14%), 프랑스(39.1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37.27%)과 일본(27.73)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배당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배당에 대한 기대가 높으면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투자자들은 배당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신뢰감을 얻는다. 즉, 안정적으로 장기투자에 나설 확률이 커진다.


하지만 기업들의 ‘짠물 배당’이 이어지면서 수익을 내기 힘든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에 몰두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단순히 국내 투자자들의 단기 매매 성향을 지적하기 힘든 이유다.


상장사들 역시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치중해 주가를 높이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한국 증시를 홀대받게 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와도 맞지 않다.


결국 자발적인 배당 확대가 우선이다. 이를 위한 세제 혜택 제공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이 배당을 늘려 주주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믿음을 주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긴 호흡으로 회사의 가치를 바라보는 투자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만 국내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 낼 수 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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