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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25)] 싱어송라이터 ‘예람’의 경험, 노래가 되다


입력 2022.11.23 13:58 수정 2022.11.23 13:5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정규 2집 '세상의 끝에서' 11월 17일 발매

지난 2017년, EP 앨범 ‘새벽항해’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예람이 정규 2집 세상의 끝에서를 지난 17일 발매했다. 앞선 정규 1집 ‘성’에서 외로운 마녀와 소녀의 성을 지었다면, 이번 신보는 그 성문을 열고 세상에 나와 누군가를 만나고, ‘우리’가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펼친다. ‘나’를 마주하고 ‘너’를 만나 ‘우리’가 되어 가는 과정을 온전히 느끼고 부딪혀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만큼 이번 앨범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공감을 사고 있다.


ⓒ예람 ⓒ예람

-올해로 데뷔 5년차가 됐어요.


와, 5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납니다. 지난 5년은 정말 쉼 없이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온 것 같아요. 앨범도 발표하고, 공연도 기획하고. 먼저 5년 동안 예람과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시행착오도 겪고, 노하우를 갈고 닦는 시간들도 있었고, 해내는 기쁨도 있었고, 끊임없이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한 5년이었네요.


-원래 가수가 꿈이었나요?


중학생 때 기타동아리 선배들이 멋있어서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기타 코드에 멜로디와 가사를 붙이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것이 기타 연주보다 더 쉽고 재밌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소파를 뛰어 다니며 노래를 마구 지어 부르고 놀았던 아이이기도 했는데 아마 그때의 영향으로 ‘노래 만들기’는 저에게 일종의 표현방식이고, 일상처럼 흘러가는 한 부분이기도 해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싱어송라이터를 본격적으로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뮤지션이 되는지 잘 몰랐어요. 그동안 만든 음악들이 있으니 그 음악들로 데모앨범을 만들었고, 이걸 계기로 다시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어요. 우연한 기회에 부당하게 쫓겨나는 가게를 연대하기 위한 버스킹을 하게 됐고 그 뒤로 ‘음악이 운동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 뒤로 꾸준히 제가 마음 깊이 공감하는 시위현장이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노래를 했고, 자연스럽게 뮤지션들과 교류도 하며 공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음악가로서 활동하게 됐어요.


-큰 슬럼프도 있었다고요?


‘성’ 정규 1집을 발매한 이후 몇 개월이 흘렀을 무렵에 슬럼프가 왔었어요. 어떻게 무대에서 노래를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서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당시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가 찾아와 울다가 처음 과호흡을 겪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주 악기가 목소리라고 생각하는데 그 노래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습일지를 쓰기 시작했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연습을 했어요. 제 목소리를 들여다보고 연습하는 훈련을 통해 감각을 찾았고, 극복하게 되었어요.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모든 과정이 쌓여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 앨범들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보컬의 창법의 변화가 느껴지실 거예요.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그 시간 속의 제가 있고, 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 경험을 담은 음악이 이번 앨범의 두 번째 타이틀 곡 ‘호흡’이에요. 저는 이곡을 제 나름대로 ‘응원가’라고 생각해요.


-말이 나왔으니, 신보 ‘세상의 끝에서’에 대해 먼저 소개해주세요.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혼란한 세상을 함께 겪고 있지만, 우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세상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고 불안하고, 무섭지만, 끝은 곧 시작이기도 하니 용기를 내어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사람은 홀로 살아가지만,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웁니다. ‘나’를 마주하고 ‘너’를 만나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겪은 경험이 음악이 되었습니다. 당당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보기 위해서 무서운 세상에서도 평화로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바라보려고 해요. 친구들과 밥을 먹고 방을 치우는 일 같은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이 찾아올 때 소중하게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앨범이 마무리 됩니다.


ⓒ예람 ⓒ예람

-예람 씨에게 ‘혼란한 것들’은 무엇인가요.


각자 떠오르는 혼란한 세상들이 있을 거예요. 저의 혼란한 세상은 ‘부당한 죽음’일 때가 많아요. 코로나라는 재난을 겪고 있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이태원참사가 있었어요. 그리고 편협한 사회 속에서 목숨 걸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겨우 존재할 수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억하고, 마음깊이 애도하고, 이야기를 나누어가면서 이런 일들이 반복 되지 않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삶을 살아나가자고, 변화하는 아름다운 세계를 보자고 요즘 계속 다짐하게 됩니다.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세상의 끝에서’라는 타이틀곡과 ‘호흡’을 작곡하고 나서였어요. 두 곡이 만들어진 시기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곡을 쓰고 바로 ‘아! 이건 2집의 타이틀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수록곡 ‘지금 여기에 있어요’를 쓰고 나서 지금 2집의 서사를 구체화하게 된 것 같습니다.


거창한 배경이 있다기보다는 곡이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워낙 다음에 하고 싶은 기획들 많아서 반드시 실행하지는 않더라도 계속해서 계획하는 편이에요. 내년 내후년까지도요(웃음). 음악이 있으면 그 음악들로 끊임없이 일하는 것이죠.


-‘세상의 끝에서’와 ‘호흡’ 두 곡을 타이틀로 올린 이유가 있었네요.


맞아요. ‘세상의 끝에서’와 ‘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정규 2집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기둥과 같은 곡입니다. 사실 ‘서브타이틀’말고 ‘더블타이틀’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메인타이틀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습니다.


-타이틀곡 ‘세상의 끝에서’는 어떤 곡인가요.


‘세상의 끝에서’는 부끄러운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썼던 곡이에요.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함께 나아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른이 되면 이 마음의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어른이 되면 너의 외로움을 꼭 안아줄 거야’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발견할 수 있고, 꼭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꿈꿉니다.


-앨범의 수록곡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그것을 염두 해두고 쓰진 않았어요. 다만 그동안 만들어 온 음악들 중, 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이 연결되는 곡을 선택하기도 하고, 곡을 작업할 때 비슷한 시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서사가 연결된 것 같아요. 또 앨범의 곡 순서 배치도 신경을 썼습니다.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이번에 디테일한 사운드 작업에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조언도 구하고 피드백도 다양하게 들어가며 프로듀싱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성장’이라는 말에 갇혀서 정작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었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도 물론 필요하지만 ‘나를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를 믿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믹싱을 하고, 피드백을 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고, 다 함께 힘을 모아 지금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을 전해봅니다.


-정규1집 때와 비교해 음악적으로 달라진 점도 있나요?


전체적인 음악적 변화는 정규 1집보다 더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들이 많아진 부분입니다. 디테일한 부분은 편곡과 전반적인 악기 디렉팅이 정규 1집에 비해 저의 영역이 더 넓어졌습니다. 함께 작업한 악기 세션 친구들과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어 왔고 이전보다 더 서로의 시너지가 발전하고, 디테일한 피드백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재밌게 작업했던 수록곡 중 ‘아이야’의 드럼과 콘트라베이스의 연주자는 이번에 처음 함께 작업을 했고, 재즈의 느낌을 풍기는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2017년 첫 발매한 EP ‘새벽항해’부터 지금까지 목소리가 변화하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시간에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한 것도 있지만 창법과 발성에도 변화가 생겨서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나름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예람 ⓒ예람

-수록곡들 중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애정하지 않은 곡이 없어서 모든 곡을 추천드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몇 곡을 골라보겠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어요’, ‘나는 반대로 가네’, ‘무제’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먼저 ‘지금 여기에 있어요’는 앨범의 시작을 여는 첫 번째 트랙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이 힘들어도 아름다웠던 순간들만큼은 지금 여기에 있으니 어디에서나 우리는 밤하늘에 떠있는 꺼지지 않은 불빛들처럼 빛날 수 있다는 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밴드 사운드가 아름다운 곡이기도 합니다.


‘나는 반대로 가네’는 사람들의 퇴근길 속 저는 저녁 시간 공연을 하러 출근 하는 풍경에서 시작된 곡이에요. 나의 앞으로의 대한 불안들은 나이불문 시기불문 찾아오곤 하는데 그런 불안들을 마주하고 사람들 틈에 섞여 노을이 지는 저녁의 하늘을 보는 심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 일렉기타, 비올라의 악기로 구성된 곡으로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곡입니다.


‘무제’는 평화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그 자체가 특별하고, 그 특별함을 마음껏 만끽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공연을 하면 마지막 부분에서는 관객분들과 함께 부르는 포인트도 있는 곡이랍니다.


-작업 과정 중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한 가지 떠오르는 에피소드를 들려드리자면 ‘아이야’라는 곡의 처음 편곡에는 원래 비올라가 없었는데 제가 왠지 아쉬워서 비올라가 다른 곡을 녹음 하는 날 당일에 즉흥적으로 부탁을 드렸어요. 사실 무리한 부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찰떡같이 어울리는 선율을 만들어주셔서 녹음 감독을 할 때도 즐겁게 작업했고, 무척 감사했습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함께 살아내고 나아가고자하는 용기와 힘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안온한 평화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정규 1집과 2집이 연결이 되는 형식인데요. 그렇다면 3집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요?


구상은 늘 하고 있지만, 작년에 2집을 기획했을 때도 많은 변화를 거쳐 지금의 2집이 완성 된 것이라, 지금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그 사이 쌓이는 곡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싶습니다.


-예람 씨의 이후 음악적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특정 장르를 떠나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노래하는 것을 중심으로 그때의 제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가수하길 참 잘했다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음악이 저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공감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면서 음악에 힘이 생길 때. 연주하고 노래하는 매 순간들마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경험하면서 음악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앞으로도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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