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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24)] 첫 정규 ‘번 아웃’에 담은 밴드 더 바이퍼스의 정체성


입력 2022.11.18 09:15 수정 2022.11.18 09: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데뷔 5년 만에 첫 정규 '번 아웃'...21일 발매

가수에게 있어서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그것이 곧 자신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아무리 시대가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로 변했지만, 여전히 가수들이 음반을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라이터 안성진을 필두로 베이스 조신호, 드러머 손인호, 기타 손경수로 구성된 하드록 밴드 더 바이퍼스(The Vipers)도 5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첫 정규앨범 ‘번 아웃’을 발매했다. 첫 정규앨범인 만큼, 지난 21일 발매될 ‘번 아웃’(Burn out)에는 그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10개의 트랙이 담겨 있다. 폭발, 파괴, 연소, 붕괴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에너지 넘치는 락 밴드를 표방한 팀인 만큼 수록곡들도 이것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불가마싸운드 ⓒ불가마싸운드

-데뷔 이후 무려 5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내게 된 건데요.


안성진) 처음 ‘번아웃’ 앨범의 콘셉트를 구상한 건 오래 전이었어요. 2017~2018년 쯤이었는데,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5년 만에 만들게 되었네요. 그래도 준비기간이 길어진 만큼 좀 더 높은 완성도로 앨범을 제작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해요.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앨범인 만큼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조신호) 팬분들에게 너무 늦게 낸 거에 대한 죄송함과 드디어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결실이 맺는 듯한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집니다.


손경수) 뭔가 정규앨범을 통해서 지금껏 이어왔던 활동의 결산을 하는 기분이라 시원섭섭합니다. 또한 제가 중간에 임용고시 공부를 해야 해서 활동을 중지하던 시기에 발매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상황이 겹쳐서 함께 앨범 작업 및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안성진) 일단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였죠. 사실 원래의 계획상으로는 더 일찍 나왔어야하는데, 코로나 문제로 인해 잠정적 연기가 됐었어요. 그래도 연기가 된 만큼 좀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간을 들일 수 있었고, 덕분에 좋은 앨범이 나온 것 같습니다.


-‘번아웃’은 어떤 앨범인가요. 앨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성진) ‘폭발’ ‘파괴’ ‘연소’ ‘붕괴’를 모티브로 한 앨범입니다. 터져버릴 듯 모든 것을 불태우고 무너져 내리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고요. 화약을 가득 실은 차가 달리다가 공중에서 폭발하며 조각조각 분해되어 떨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것이 젊은 시절의 저를 표현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목표하는 것만을 향해 자신을 불태우며 파고드는.


-앨범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안성진) 일단 기타와 작곡, 노래 중 가장 경력이 짧은 것이 노래이기에,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어요. 음정과 박자를 잘 맞추는 건 보컬로서의 기본이고, 노래에 표정을 담을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이 앨범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 중심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안성진) 인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도구와 달리, 아무런 목적도 가지지 않고 태어납니다. 광활한 우주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우연히 만들어진 ‘나’라는 존재는 어찌 보면 대단히 무가치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인간은 그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 의지에서 비롯된 선택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만이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유는 큰 대가를 요하며, 때론 회의감이 들 때에도 때론 실패를 맛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까만 밤하늘 속에서도 제 몸을 태워 빛나는 별처럼, 부서지고 무너질지라도 내 한 몸 불태워 최선을 다했을 때 비로소 깨달음을 얻고, 내 인생의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나’라는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저의 생각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예상보다 철학적인 답변에 놀라셨을 수도 있겠는데, 저는 평소 연주를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음악을 잘하기 위해선 철학을 탄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철학을 비유와 상징을 통해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간결하게 표현했을 때 그것이 예술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가사나 음악적 표현 방식이 매우 직설적인 스타일이라 의외겠지만 사실 매우 많은 생각을 거친 후 만들어진 음악들입니다.


ⓒ불가마싸운드 ⓒ불가마싸운드

-타이틀곡 ‘스파크’에 대한 소개도 해주세요.

안성진) 무언가를 쫓는다는 것은 상당히 고독하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면, 사람은 그에 힘입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지요.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힘에 부칠지라도 관객분들의 즐거워하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금 아드레날린이 돌며 힘이 솟는 경험은 공연자라면 누구나 해봤을 것입니다. 그러한 관객분들의 눈빛을 ‘스파크’에 비유해 꺼져가는 나의 심지에 불을 붙여줄 대상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손인호) 합주하며 잼(즉흥합주)을 하다가 신기하게 뚝딱 만들어진 곡이에요. ‘번 아웃’이라는 앨범명에 어울리지 않는, 거의 유일하게 ‘Postive’한 곡이죠. 더바이퍼스가 타협한 대중성의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수록곡 10곡 중, 밴드 더 바이퍼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곡 하나를 고르자면요?


안성진) 한 곡만으로 더 바이퍼스의 정체성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꼭 한 곡을 꼽으라면 저는 ‘적색거성’을 꼽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작곡과 함께 작사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가사가 주는 메시지를 중요시하게 되네요.


-앨범에 대한 멤버들의 만족도도 궁금해요.


안성진)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프로듀서 및 실무진과 함께 멤버들도 모두 의기 투합하여 만든 앨범인 만큼 완성도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조신호) 다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애정과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그동안 라이브에서 보여드렸던 곡들인 것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공존합니다.


-첫 정규앨범인만큼 대중의 평가도 궁금할 것 같은데요. 어떤 반응이 나왔으면 할까요?


안성진) 락 음악 본연의 맛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가장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손경수) 라이브에서의 열정을 음원에서도 느껴주신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손인호) 냉정히 평가해주셨으면 해요. 100% 수용하진 않겠지만요(웃음).


-청자들에게 이번 앨범의 리스닝 포인트를 설명해주자면?


손경수) 성장해버린 안성진의 꾀꼬리같은 목소리, 세상을 부숴버릴 듯한 손인호의 드럼, 천하대장군마냥 든든히 베이스라인을 지켜주는 시노찡의 연주, 이 세상을 불태우겠다는 마음으로 쏟아내는 손경수의 기타연주에 주목해주세요.


-앨범 작업 중 힘들었던 점은 없나요?


안성진) 그동안 EP 등 작은 단위의 음반 작업을 하다 처음으로 정규 작업을 하며 한꺼번에 많은 곡을 작업하게 되어 믹스 및 마스터링 단계에서 스튜디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멤버들의 좋은 연주와 훌륭한 실력의 프로듀서 덕에 그래도 즐겁고 덜 힘들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손인호) 전 멤버가 직장인이다 보니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쏟았어요. 거기다 공연까지 병행하니 죽을 맛이었죠. 특히 평일 퇴근 후 합주에는 이미 녹초가 되어 합주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이 앨범으로 꼭 서고 싶은 페스티벌 무대가 있다면?


안성진) 락페스티벌은 모든 락밴드의 꿈이 아닐까요? 제가 인천 출신이라서, 인천에서 주최하는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꼭 한번 서보고 싶습니다.


조신호) 어떠한 페스티벌이든 저희는 올라가고 싶습니다. 예전 부산락페 때의 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손인호) 우리 음악은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페스티벌 안성맞춤이죠. 뛰어놀기 좋고 슬램하기 좋잖아요. 관계자분들 보고 계시면 많은 섭외 바랍니다(웃음).


ⓒ불가마싸운드 ⓒ불가마싸운드

-앞으로 더 바이퍼스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될까요.


안성진) 정규 앨범은 그동안의 작업물을 정리하는 느낌의 앨범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규를 발매하고 일정 기간 활동을 한 후에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조금 다른 방향성의 음악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손인호) 신곡 콘셉트와 방향성까지 이미 정해졌어요.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 오시면 살짝 스포를 할지도 모르죠(웃음).


-콘서트 등 활동 계획도 있다면 들려주세요.


조신호·손인호) 11월 27일 일요일 저녁 6시에 홍대 웨스트 브릿지에서 정규앨범 발매기념 쇼케이스 단독공연이 있습니다. 더바이퍼스를 시작한 이례로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공연입니다.


-앞서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얻은 점이 있다면?


안성진) 일단 여러 뮤지션들과 음악 감독님을 만나면서 음악을 보는 시야가 아주 넓어졌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이전과 비교해 많이 넓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또 그동안 갈고 닦아온 음악에 대한 저의 철학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방송 출연 이후 얻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그로부터 얻어진 여러 미디어 출연 경험 또한 값졌습니다. 또 방송 출연을 계기로 여러 좋은 팬분들을 만나게 되어 그것 또한 값진 소득이라 생각합니다.


-아쉬움이 남진 않았나요?


안성진) 저는 기타와 작곡을 오랫동안 해오던 사람이었고 보컬로서의 경력은 당시로서는 많지 않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보컬을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방송 출연 이후 계속 노력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보컬 실력이 많이 늘었거든요. 지금 실력으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요. 사람은 항상 성장을 하는데 기회는 예측 불가하게 찾아오니까요.


손경수) 밴드 자체를 뽑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을 따로 뽑아서 새로운 팀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성진이형 외의 다른 멤버들의 매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해서 다소 아쉽네요.


손인호) 크게 아쉬움은 없어요. 그 당시 제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혹시 제가 본선에 올라갔더라도 금방 떨어졌을 것 같아요. 사실 당시에는 떨어진 게 분해서 ‘슈퍼밴드2’에 솔로로 지원해볼까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요(웃음).


-5년의 시간 동안 밴드를 유지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는 없었나요?


조신호) 아직까지는 저희가 음악만으로는 생활할 수는 없는 단계이다 보니 각자 본업을 하면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본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있었습니다. 밴드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라면 기타 멤버인 경수가 1년간 임용고시 준비로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3명으로 활동을 계속 하면서 경수의 빈자리를 느꼈던 게 힘들었다면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 빈자리를 3명이 메워야 했었으니까요.


손인호) 모든 멤버들에게 공통된 부분이지만 직장과 밴드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저와 성진이 형은 더더욱 가정이 있어서 쉽지 않았고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더라고요. 분명히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단순한 취미는 아니잖아요. 네 명의 독사들 모두가 결코 이 팀에 몸담고 있는 것을 가벼이 생각하지 않아요. 때문에 음악적 이견이 생기더라도 싸운 적은 없어요. 모두가 더바이퍼스라는 팀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기에 5년이란 시간동안 큰 트러블 없이 잘 지내지 않았나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마지막으로, 더 바이퍼스의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안성진) 저는 최대한 오랫동안, 음악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손경수) 우주최강, 그래미 어워드


손인호) 개인적으론 더바이퍼스를 시작할 때 큰 목표 없이 시작했고, 지금도 그래요. 오랜 시간동안 이 팀을 유지하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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