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효과 논란②] “부자만 혜택” vs “낙수효과 있다”…정답 없는 논쟁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10.13 06:30  수정 2022.10.13 06:30

새 정부 대표 경제정책 ‘법인세 인하’

KDI·한경연 “감세 투자 촉진 효과 커”

이준구·IMF “효과 불분명…불평등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윤석열 정부 대표 경제정책인 법인세율 조정안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정책 효과에 관한 전문가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법인세 인하 찬성 쪽에서는 세금 감면이 경제 투자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로 연결된다는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부자만을 위한 감세로 서민과 시장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현재 4단계 초과누진 구조의 법인세율을 중소·중견기업(법인)은 3단계로, 그 외 법인은 2단계로 나누는 내용의 법인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3000억원을 초과하는 최고 세율 대상 법인세가 3%p 줄어드는데, 이를 두고 야당과 감세 반대 측에서는 ‘부자 감세’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법인세 감세 논란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와 유사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법인소득에 대해 중과(重課)해야 한다는 주장은 35%의 단일세율로 설정한 1949년 법인세법 최초 제정 당시에도 있었다.


KDI는 “2017년 말 3000억원 초과 구간 신설과 최고세율 3%p 인상 당시 국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구현과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해 3000억원 초과 구간이 아니라 2000억원 초과 구간 또는 200억원 초과 법인소득에 대해 더욱 중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계획 이후 제기된 법인세 감세는 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에 불과하다”며 “최근 법인세율 체계 개편안 발표 이후 이러한 주장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민생경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로만 봐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는 “이론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는 추가적인 투자의 세후 수익률이 0이 되도록 하는 자본의 사용자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이 동일하고 세율만 인하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투자 확대로 유발되는 고용 증가는 또 다른 경제 성장 경로로 작동한다고 했다. 그는 이자율, 임금 수준 등 다른 정책 변수들에 따라 법인세 인하 효과가 많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투자와 고용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하 효과의 정량적 차이는 있지만,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투자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제시하고 있다”며 “여러 변수의 변화를 통제하고 분석한 기존 연구들 중에서 법인 세율 인하에 의해 투자와 고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는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도 비슷하다. 한경연이 1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 평가 및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의 경제적 비용을 추정한 결과 법인세율이 3.3%p 인하되면 자본의 사용자 비용은 3.89% 하락하고 총투자는 49조537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에 2.1% 증가하는 등 10년간(2023~2032년)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가구당 근로소득 역시 연평균 62만~80만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기업 관련 조세정책 방향은 기업경쟁력 제고와 국가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설정돼야 한다”며 “이번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민간·기업·시장의 역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법인세 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 조정안 표. ⓒ기획재정부

반면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효과라고 주장한다.


재정학 분야 국내 권위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가 늘고 물가가 안정된다는 정부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난 6월 정부가 감세 계획을 발표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은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종합해 본다면 대체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아류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감세정책이 마치 만능의 약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시카고대학 오스탠 굴스비 교수는 법인세상 투자 유인 제공이 투자촉진 효과는 별로 내지 못하면서 (세수 감소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정책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 비용 절감으로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학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선택하는 상품 생산량은 법인세가 부과되든 부과되지 않든, 또 법인세율이 높든 낮든 간에 언제나 일정한 수준에서 변화하지 않는다”며 “법인세율을 낮추면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아무런 이론적 근거를 갖지 못하는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법인세 인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적 있다. IMF는 지난 2019년 5월 미국 500대 기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감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업 투자는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고, 기업은 보유 현금의 80%를 주주에게 분배했다고 분석했다.


IMF는 최근 영국 정부가 내놓은 감세안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IMF는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엇갈리게 작동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현시점에서 대규모 재정 패키지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MF는 더불어 “감세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려는 목표는 이해하지만 잉글랜드은행이 잡으려는 물가 상승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게다가 이번 조치의 성격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감세 문제에 대해 전문가와 기관들이 각각 다른 주장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정치 논리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과 신뢰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세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이론과 실증적 연구를 중장기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재정지출을 늘리는 문제나 감세를 하는 것은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질 수밖에 없고, 당시 경제 상황과 대외변수 등 많은 함수에 의해 결괏값이 달라진다”며 “때문에 어떤 하나의 이론을 가지고 감세가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처한 현실과 미래 상황에 대한 전망에 따라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며 “감세 정책 효과는 매우 신중하고 장기적이며, 다양한 변수들을 최대한 고민해서 더 명확한 데이터로 연구 결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세 효과 논란③] 스스로 불신 키운 기재부, 정권 입맛 따라 판단 달라…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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