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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그대로 6년에 명품백까지"…역전세난에 급해진 집주인


입력 2022.10.06 06:17 수정 2022.10.05 18:00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세입자 잡아라"…'명품백 증정' 등 날리는 입주조건 제안서

이자 급등에 '전세 보다 월세'…"한동안 임차인 우위 시장 지속"

전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 주인들이 세입자들을 위한 다양한 입주조건을 제안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전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 주인들이 세입자들을 위한 다양한 입주조건을 제안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전세 보증금 인상 없이 6년 거주, 명품백 증정, 보증금 추가 조정 가능'


집 주인들이 세입자를 모시기 위해 제안한 입주조건들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전세가 쉽게 빠지질 않고 있어서다. 한때 제비뽑기나 공개입찰로 임차인을 구하던 임대인 우위 시장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6일 부동산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전세 세입자를 찾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해당 글에서 임대인들은 입주조건으로 다양한 혜택을 내걸었다.


일산의 한 아파트 집주인은 자신과 전세계약을 체결하면 6년 간 같은 금액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입주조건을 공개했다. 올해 계약 후 2024년 갱신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매도 시점 전 계약을 체결하면 6년을 같은 전셋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 또 다른 전세 매물 홍보글에는 전세 뿐만 아니라 월세계약 시에도 명품 구찌 가방을 증정하겠다고 적혀있다. 이 밖에 보증금 절충이 가능하다든지 입주 시점의 경우 임차인 일정을 무조건 수용한다와 같은 조건도 많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오히려 임차인들이 집주인들이 내거는 까다로운 조건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대출을 모의실험 한 결과 지난 2020년 전세대출 5억원, 신용대출 1억원을 더해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에 입주한 A씨는 당시 월 이자로 132만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현재 상환액은 259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호하지 않으면서 전세 매물이 늘고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9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3.3으로 8월(108.9)보다 15.7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00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9년2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 혹은 월세 계약 시 명품 가방을 증정한다는 홍보글 ⓒ부동산 커뮤니티 전세 혹은 월세 계약 시 명품 가방을 증정한다는 홍보글 ⓒ부동산 커뮤니티

결국 전세 보증금으로 이사 때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등 당장 전세를 놔야 하는 집주인들이 이러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전셋값이 하락이 지속되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점도 집주인들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시장에선 임차인 우위 시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자 부담이 커지다 보니 지금은 수요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며 "어떻게 보면 이제는 임대인이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세입자가 갑의 위치인 상황이다. 한동안 이런 입주조건들을 내거는 집주인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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