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이달 중순 증안펀드 재가동 준비 추진 중
공매도 금지 검토도 만지작…실제 실행 여부 주목
글로벌 긴축으로 역부족 가능성...역효과 우려도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 강화로 증시가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공매도 금지 카드까지 검토되고 있어 증시 안정이라는 기대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증시 안정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증안펀드는 이달 중순경 재가동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양상이다. 자금 조성 등 투입 준비를 마친다는 의미로 실제 자금 투입 시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장 마감 직후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 등 출자기관과 증안펀드 재가동 관련한 실무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증안펀드는 지난 1990년 5월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증안기금을 모태로 지난 2003년 카드부실 사태(4000억원)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015억원) 당시 조성된 바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2020년 3월 말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자 당시 한국산업은행, 5대 금융지주와 23개 금융기관,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 등이 출자에 참여해 총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당초 그 해 4월 초 본격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이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실제 자금 투입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현재 증안펀드는 금융사의 출연 약정 기한이 만료하면서 자금은 사라진 상태지만 펀드 자체는 남아 있고 당시 출범했던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도 여전히 존재한다.
금융위가 금융사와 증권 유관기관 등과 자금 유치를 위해 실무 협의 및 약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면서 ‘재가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때문이다. 약정이 체결되면 다시 자금 출연이 이뤄지면서 펀드도 재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캠코 양재타워에서 개최된 새출발기금 업무협약식'에서 증안펀드 투입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금융위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전문가들과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증안펀드 투입에 공매도 금지 병행 가능성?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실행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시장에서 매입해 갚는 매매 기법이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증시 변동성이 심화되자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20년 3월16일부터 지난해 5월2일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그 외 종목들은 여전히 공매도가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세를 키우는 요인이라며 이를 다시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필요한 상황이면 검토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은 했지만 실제 이행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도 이날 공매도 금지 조치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 필요하면 하겠지만 시장 조치에 대해 다들 민감한 상태”라며 “시장에 대해서는 다들 걱정하고 있고 계속해서 전문가들하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공매도 금지는 정책 특성상 사전 예고가 어려워 시기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증안펀드 자금 투입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시장의 판단이다.
공매도 금지가 시행되지 않은 채 증안펀드 자금이 투입되면 공매도 물량을 받아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효과가 반감될수 있어 증안펀드 자금이 들어가기 전에 공매도를 먼저 금지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3차 증안펀드 조성 방안 발표에 앞서 같은달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증시 불안 본질은 인플레…기대 효과 거둘지 미지수
하지만 증안펀드 투입이나 공매도 금지 모두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시의 낙폭을 어느정도 줄일 수는 있지만 V자 반등까지 이끌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시가총액 규모가 2000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증안펀드가 2년전 규모(10조7000억원)와 동일한 수준으로 조성되면 전체의 0.54%에 불과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코스피지수가 한때 15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지난 2020년 3월 한 달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12조5000억원에 달했던 적도 있었다.
또 최근 증시 불안정성이 글로벌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 등 환율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어서 어떤 조치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막는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현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강한 상황에서 증안펀드 투입이 이들이 빠져나갈 빌미를 제공하거나 공매도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역효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과 6월에 이어 9월에도 지수가 월간 10%대 폭락세를 연출하면서 투자심리도 크게 훼손된 상황”이라며 “현재 증시 불안의 본질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 이로 인한 실물 수요 둔화, 기업 실적 전망 악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