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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저물어가는 ‘음악 예능’ 시대…새로운 시도에도 반응은 ‘싸늘’


입력 2022.10.03 16:05 수정 2022.10.03 10: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두번째 세계'부터 '리슨업' '아바타싱어' '미스터리 듀엣'까지

초반 화제성 못따라 가는 시청률...0~1%대 기록

장수 음악 예능 '복면가왕'도 10%내외서 2%대로 시청률 하락

불과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예능가에서 ‘음악’은 필승 소재로 꼽혔다. ‘음악 예능 전성시대’라는 말이 꽤 오랫동안 통용됐고, 때문에 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여러 차례의 시즌을 거듭하기도 했다. 2012년 첫 시즌을 방영했던 JTBC ‘히든싱어’가 시즌 7까지 제작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음악 예능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여전히 많은 음악 예능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시청률을 0~1%에 머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각 방송사 제공 ⓒ각 방송사 제공

걸그룹 메인 래퍼들의 보컬 대결을 담은 JTBC ‘두 번째 세계’는 화려한 출연진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원더걸스 유빈, 마마무 문별, 오마이걸 미미, 우주소녀 엑시, 빌리 문수아 등의 출연진은 물론 동료 괴롭힘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AOA 출신 지민과 모모랜드 주이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하면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뚜껑이 열리자, 방영 전의 화제성을 쫓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8월30일 방영된 첫 방송부터 0.752%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가장 최근 방송은 0.471%까지 추락했다. 부정적 이슈가 있던 멤버들이 복귀에 대한 냉담한 시선은 차치하더라도, 출연자들의 무대 수준이 실망스러웠다는 평이 잇따른다.


‘두 번째 세계’보다 먼저 공개된 MBN ‘아바타싱어’도 마찬가지다. 국내 정상급뮤지션들이 가상의 3D 아바타로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의도로 무려 회당 제작비 10억원 이상, 총 제작비 150억원을 들인 이 프로그램도 지난 8월26일 첫 방송 시청률이 1.4%에 그쳤고, 최근까지도 0~1%대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강현실(AR)과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게임 캐릭터 같은 아바타를 구현했다지만 중장년층에겐 이 같은 문화 자체에 대한 낯섦에서 오는 이질감이, 젊은 세대에게는 처참한 퀄리티의 모델링 탓에 조롱 수준의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 판정단들이 가수 정체를 추리하는 익숙한 포맷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7월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프로듀싱 서바이벌 프로그램 ‘리슨업’(Listen-Up)도 첫 방송에서 시청률 1.2%를 기록한 뒤 4회(8월20일) 방송부터 0%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첫 방송은 자체 최고 시청률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간 음악 프로그램들이 무대에 오르는 스타들을 앞세웠던 것과 달리 ‘리슨업’은 프로듀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친다. ‘프로듀서’의 배틀을 담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지만, 화제성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원통형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정체를 모르는 두 명의 가수가 듀엣곡을 부르는 음악쇼 ‘미스터리 듀엣’(MBN)도 지난 8월8일 첫 방송 시청률이 2.1%를 기록했지만, 계속 하향선을 그리다가 최근엔 0%대까지 하락했다. 출연자가 듀엣 상대를 모르는 상태에서 목소리로 교감을 나눈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음악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한때 큰 인기를 끌던 음악 예능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방영 중인 ‘복면가왕’의 경우 방영 초반 10~15%에 머물던 시청률이 최근 회차에선 2%대까지 떨어진 이후 그 자리에서 정체 중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업계에선 우후죽순 쏟아진 음악 예능의 현주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수년에 걸쳐 유사한 음악프로그램들이 수십개가 쏟아지다 보니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는 음악 예능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중은 늘 새로운 콘텐츠를 보길 원하는데 방송사가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같은 음악 예능이라도 꾸준히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한 예로 ‘히든싱어’ 같은 경우 시즌 7까지 이어오면서도 프로그램이 가진 독특함과 정체성이 확고하기 때문”이라며 “신선함과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음악 예능이 대중의 관심을 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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