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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17년’ 홍란은 그렇게 전설이 됐다


입력 2022.09.30 20:27 수정 2022.09.30 20:27        인천 청라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정규 투어 17년간 활약하며 최다 출장 등 숱한 대기록

"한국에서 활동하려는 선수들 많아져, 또 다른 길 제시"

후배 선수들이 은퇴한 홍란에게 남긴 메시지. ⓒ 데일리안 김윤일 후배 선수들이 은퇴한 홍란에게 남긴 메시지. ⓒ 데일리안 김윤일

KLPGA 정규 투어 358회 출장, 287번의 예선 통과, 최다 연속 시드 획득(2002년 이후). 은퇴를 선언한 홍란(36)이 보유한, KLPGA 투어 역대 1위의 찬란한 기록들이다.


홍란은 30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서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이로써 홍란은 1~2라운드 합계 1오버파 145타를 기록, 공동 65위에 그치면서 컷 탈락했다. 정확히 한 타만 더 줄였어도 3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홍란에게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2라운드를 마친 홍란은 자신의 마지막 기록지를 적어냈고 팬들의 박수를 받자 손을 흔들었다. 메인스폰서인 삼천리에서도 임직원들이 나와 홍란의 마지막을 빛냈고 먼저 경기를 마친 후배 선수들도 대선배를 기다리며 의미 있는 자리를 함께 했다.


KLPGA 투어는 매년 수많은 선수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살벌한 전쟁터다. 이름을 알리지 못한 선수도, 1부 투어의 치열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롱런이 결코 쉽지 않다.


2004년 입회한 홍란은 이듬해부터 정규 투어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이렇다 할 부상이나 기복 없이 얼굴을 비췄다.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2008년 6월 KB 국민은행 Star Tour 2차대회를 통해 커리어 첫 우승을 차지한 홍란은 이후 3번 더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특히 2018년 3월 브루나이 레이디스 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라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의 괴리가 10년에 달했다.


홍란은 2007년 시즌 상금 첫 1억원을 돌파했고 2011년 딱 한 번을 제외하면 2019년까지 매년 1억원 이상의 상금을 수령했다. 그녀가 얼마나 꾸준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커리어 마지막 경기를 펼친 홍란. ⓒ KLPGA 커리어 마지막 경기를 펼친 홍란. ⓒ KLPGA

경기를 마친 홍란은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진항했다. 홍란은 “오랜만에 대회에 나왔더니 감이 떨어져 있었다. 떨리는 마음이 컸고 마지막 경기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로 인해 긴장을 많이 했다”라고 웃었다.


대선수이기 때문에 홍란을 따르는 선수들도 많았다. 특히 우승 경쟁을 벌이는 KLPGA의 대세 박민지는 2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 요청을 미루고 은퇴 행사에 달려갈 정도로 홍란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


이에 대해 홍란은 “고마울 따름이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고, 귀감이 됐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그렇게 말해줘서 감동이다”라고 말한 뒤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홍란은 자신을 행운이 많이 따른 선수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홍란은 “장점이 없는 선수, 하지만 단점도 없는 선수였던 것 같다”라고 돌아본 뒤 “프로가 되고 난 뒤 (실력 좋은)많은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했다. 나 역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KLPGA 투어에서만 뛰었고 적지 않은 최초, 최다 기록들을 세울 수 있었다. 최근 KLPGA 투어의 규모가 커졌고 나처럼 한국에서만 활동하려는 선수들도 등장했다. 내가 또 다른 길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있고 바로 홍란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다. 그녀가 10년 넘게 뚜벅뚜벅 걸어온 KLPGA 투어는 이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회로 급부상했고 홍란의 남긴 발자취는 전설이 되어 영원히 남게 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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