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충무로 떠나는 ‘작가’들③] “작가 기근? 영화계가 자초”…작가들이 호소한 ‘변화’


입력 2022.10.03 14:01 수정 2022.10.02 16:3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표준계약서 및

투명한 크레딧 운영 위한 장치 도입 필요

“제작자들은 좋은 작가, 신인 작가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좋은 작가들은 많다. 제작자들이 작가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 영화계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


한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충무로의 작가 기근 호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여름 극장가에는 영화 ‘외계+인’, ‘비상선언’ 등 기대를 받던 대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참패했고, ‘외계+인’은 탄탄하지 못한 서사, ‘비상선언’은 식상한 전개가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됐다. 이에 충무로에 좋은 작가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이 작가는 제작자들이 자초한 흐름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실제로 영화와 달리 드라마계에서는 수많은 스타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은숙, 홍자매, 김은희, 백미경 작가 등 과거부터 활약해 온 스타 작가들이 활발하게 작품을 쓰고 있으며, 이 가운데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신진 작가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설이나 작가, ‘소년심판’의 김민석 작가 등 첫 작품 만에 좋은 반응을 얻는 신인 작가들이 꾸준히 탄생 중이다.


이에 충무로에서도 실력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기 위해선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떠나간 작가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새로운 작가들의 유입을 이끌기 위해서는 영화계가 먼저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는 ‘표준계약서’의 도입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해 “주로 접하게 되는 계약서들의 특징은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투자가 이뤄져야 대부분의 계약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체결을 하고, 일을 하고 나서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것이 표준계약서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가들에게 크레디트를 보장해주는 시스템 마련 역시도 우선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혔다. 감독 등에게 크레디트를 빼앗기는 등의 사례가 마치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들이 자부심을 되찾고, 나아가 자신들의 경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크레디트의 투명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지만, 작가들이 일을 하게끔 하기 위해선 두 가지 축이 필요하다. 적절한 페이와 크레디트인데, 크레디트 부분이 해결되면 많은 부분들이 개선될 것이다. 더욱이 크레디트는 진실에 대한 부분이지 않나. 누가 썼냐, 안 썼냐라는. 그것부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합 차원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정환경조성센터와 감독조합과 함께 헐리우드의 미국작가조합을 벤치마킹 삼아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2018년경 예산 써가며 미국의 작가조합 크레디트 부서 사람을 초빙해 설명회를 듣고, 사례 시연까지 접한 적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은 크레디트를 제작사가 결정을 하게 돼 있는데, 미국은 작가조합에서 이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것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한국에서도 이를 반영하려고 했으나, 합의가 되기 직전 하나의 조항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중단이 됐다. 다시 부활을 시켜서 추진을 해보겠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거 하나만 이뤄져도 많은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작가의 중요성에 대한 영화인들의 인식이 동반돼야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들이 제대로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한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작가를 홀대하는 이유는 어쩌면 명확하다. 제작자들이 시나리오에 돈을 쓰는 걸 아까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배우가 캐스팅이 돼야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인데,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를 쓰는 시작 단계에서는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거대 제작사라면, 아이템을 사들이거나 작가를 고용해서 쓰겠지만, 중, 소 제작사들이 많은 한국 영화계에서는 감독이 작가를 겸하면서 착취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 위에 좋은 연출, 연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이러한 구조가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