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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오빠가 범죄자가 됐다"…'성덕', 스타들 필수관람 교육 다큐


입력 2022.09.29 08:02 수정 2022.09.29 08:0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오세연 감독 데뷔작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로 첫 공개

제 25회 우디네극동영화제와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도 초청

'성덕'은 '성공한 덕후'를 의미한다. 오세연 감독은 가수 정준영의 성덕이었다. 정준영의 팬으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준영 바라기'로 자신을 소개했고, 한복 입고 팬 사인회에 등장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또 "전교 1등 하라"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받았다.


오세연 감독의 자랑이었던 '성덕' 타이틀은 2019년 3월 이후 자신의 흑역사가 됐다. 정준영이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준영의 노래와 그의 자유로운 모습을 좋아했던 대중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그는 법정에서 실형 6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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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연 감독은 공연장이 아닌 법원으로 가 정준영이 재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들이 궁금했다. 처음에는 스타의 우상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상처 받은 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이에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팬들을 찾아 나선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성추행 혐의를 받은 미소년 그룹 멤버의 팬, 음주운전, 폭행, 상습도박, 성매매로 적발된 '오빠'들로부터 배신 당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들은 분노와 함께 자신의 지지가 스타들의 범죄 행위에 가담한 것 같은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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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이 추락한 스타들의 이야기들은 숱하게 들어봤지만, 상처 받은 팬들을 담은 영화는 없었다. 또 빠순이 취급을 받으며 팬들을 폄하하는 사회도 함께 직시시킨다. 그렇기에 '성덕'이 의미 있는 이유다.


톤은 재기 발랄하다. 다큐멘터리만의 날 것의 인터뷰와 예기치 않은 상황들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오세연 감독의 센스 있는 편집도 영화의 톤을 밝히는데 한 몫 했다.


'성덕'은 84분의 여정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한 결과보다 좋아했던 마음과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 무엇보다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것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고 위로한다.


팬들을 위한 다큐멘터리지만, 팬은 물론 모든 연예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자신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으로 잘못으로 인해 팬들의 무너지는 마음은 어떤 것인지 목격 할 필요가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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