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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매각에 '노조 5대 방침' 따르라니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9.28 11:56 수정 2022.09.28 14:5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민간기업 M&A 과정에 노조 개입' 보장하라니…어느 나라 논리인가

'특혜 매각'도 어불성설…더 많이 써낼 원매자 있으면 '경쟁입찰' 가능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7일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7일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20년 넘게 주인 없이 표류하던 대우조선해양이 드디어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대우조선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노동조합은 매각이 영 마뜩치 않은 모양이다. 잇달아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특혜’라느니 ‘졸속’이라느니 태클을 걸어 댄다.


타이틀로는 매각 가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뉘앙스의 ‘특혜 매각’을 걸어 놨지만, 본론은 따로 있다. ▲동종사 매각반대 ▲해외매각 반대 ▲분리매각 반대 ▲투기자본 참여 반대 ▲당사자(노조) 참여 보장 등 이른바 ‘5대 방침’이다.


한 마디로 압축하면 구조조정 우려가 있는 곳에 매각하지 말고, 매각 이후에도 조합원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매각 과정에 끼게 해달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노조가 회사의 주인이고, 회사가 오직 노조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노조가 결정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논리는 대체 어디서 끌어온 것인지 모를 일이다.


대우조선 매각의 주 목적은 ‘부실 민간 기업을 국책은행이 장기적으로 떠안으며 계속해서 혈세를 투입하는 상황을 종결짓되, 기업 가치나 경제적 효용성을 훼손하지 않고 경영 정상화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대주주를 찾는 것’이다.


물론 ‘고용’도 대우조선이 지닌 경제적 효용성에 포함되는 만큼 매각 과정에서 고용 보장이 반영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인수자나 인수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로지 노조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한화그룹은 노조가 반대해온 동종기업도, 해외 기업도, 투기 자본도 아니다. 인수 조건도 상선-특수선 분야 분리매각 없이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내용이다. ‘노조 참여 보장’이라는 해괴한 조건만 제외한다면 노조의 5대 방침과 대부분 일치한다.


노조가 주장하는 ‘특혜 매각’ 역시 어불성설이다. 산업은행이 7조원 가까이 투입한 기업을 2조원에 매각하는 게 특혜라는 논리인데, 재계에서는 오히려 대우조선 전체를 국내 기업이 가져가야 한다는 정부 방침으로 인해 한화가 너무 큰 부담을 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한화가 원했던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방산) 부문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상선 부문만 따로 남겨뒀다가는 매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설비 공유로 인해 물리적 분할이 힘든 부분은 차치하고라도)을 감안해 정부와 산은이 ‘통매각’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상선 부문까지 포함한 대우조선의 원매자(願買者)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한화가 ‘구세주’로 나선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을 무조건 2조원에 한화에 넘기겠다는 것도 아니다. 이번 거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단 한화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후 경쟁입찰 절차가 진행된다. 2조원 이상을 낼 만한 ‘큰 손’이 있다면 거래에 끼어들 수 있다.


외국계 투기 자본이 아닌 이상 2조원을 넘는 돈을 들여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른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2조원이 적정 가격임이 증명되는 것이고, 애초에 ‘특혜’ 시비가 성립할 수 없다.


한화그룹으로의 대우조선 매각은 정부와 산은이 택한 최선이자 유일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가져가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 투자 성과를 보는 것은 나중 일이고, 정부와 산은으로서는 고용과 산업,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도 오랜 골칫덩이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노조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이유는 없다. 노조가 경고한 바대로 매각 저지를 위한 ‘물리적 실력행사’에 나선다면 그동안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 혈세를 빨아먹던 악습을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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