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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국감 증인…차라리 바이든·푸틴·시진핑을 부르는게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9.26 11:40 수정 2022.09.26 13: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매년 국감 때마다 기업인 줄소환

IRA, 태풍 침수 등 굵직한 사안들로 증인 신청

"피해자 불러 문제점 추궁" 이치 안 맞아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정감사.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을 말한다. 정부 각 부처와 산하 기관들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는 국회의 역할 중 하나다.


마땅히 감사 대상은 각 부처의 장관을 비롯한 책임자들이어야 할 것이고, 종종 증인으로 다른 분야 종사자들이 채택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주(主)’가 될 무대는 아니다.


하지만 매년 국감을 앞두고 가장 크게 화제가 되는 것은 기업인의 국회 소환이다. 위원회별로 증인 신청이 이뤄지는 9월부터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거론되고, 기업들은 증인 채택 여부에 촉각을 기울인다. 증인 채택이 되건 안 되건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해당 기업에는 리스크다.


올해도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을 비롯한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조정 과정에서 전문경영인이나 대관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대체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증인 신청 우선순위는 대기업 총수들이다.


증인 신청 이유는 최근 경제‧산업계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굵직한 사안들로 채워졌다.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비롯,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등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회에 불려가는 기업들은 해당 이슈의 피해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IRA 발효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고, 포스코 역시 태풍 ‘힌남노’로 인근 냉천이 범람해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을 앉혀 놓고 대체 뭘 추궁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물론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인들을 향한 고성과 궤변으로 부정적 인지도나마 높이려는 국회의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연예계의 속설을 공유하는 직업이니.


하지만 기업인들은 그런 쇼에 장단을 맞춰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정의선 회장은 IRA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로 미국을 오가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최정우 회장은 포항제철소 침수를 복구하고 철강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총력전을 지휘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은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그들을 불러다 쇼를 할 시간에 관련 정부부처 수장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하는 게 더 생산적이고 본분에 맞는 일이다.


굳이 화제의 중심에 서고 싶다면 IRA 시행으로 우리 자동차 기업들에게 피해를 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불러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증인으로 부르는 건 어떨지 제안해본다.


우리나라 국감에 외국 국가원수를 소환하는 게 말이 되냐고? 국감 때마다 벌어지는 기업인 줄소환도 말은 안 된다. 어차피 튀는 게 목적이고, 앞뒤 안 가리고 막 던지는 것이라면 기왕이면 사이즈를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해본 말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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