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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어두운 내면·비밀 감춘 '파로호'…음산한 히스테릭 심리 스릴러


입력 2022.08.18 16:16 수정 2022.08.18 16: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중옥 주연

강원 양구군에 위치한 호수 파로호. 6.25전쟁의 화천전투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 명을 수장(水葬)한 곳이라 하여 당시의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파로호라고 명명하였다. 영화 '파로호'의 영화가 끝날 무렵, 역사적 비극을 맞은 이 곳이 자신의 의지를 수장한 채 살아야 하는 도우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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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강원도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낡은 모텔을 운영하는 도우다. 주변 모텔이 최신식으로 리모델링을 하며 손님을 맞지만 도우는 그럴 여력이 없다. 모텔에선 계속 자살자가 생기고 장기숙박을 하는 외국인 인부마저 치매로 인해 밤 늦게 소동을 피우는 어머니로 인해 떠나간다. 도우는 어머니 간병으로 하루를 보내며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고 더 나아질 것도 없는 일상에서 권태를 느낀 도우는 어느 날, 어머니의 약을 먹고 깊은 잠에 빠지고, 어머니는 사라진다. 이와 동시에 작은 시골 마을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하필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도우의 모텔이다. 그리고 낯선 남자 호승(김대건 분)이 도우의 모텔에 장기 숙박자로 그의 일상에 침투한다.


경찰이 살인사건을 조사할 수록, 증거들은 가해자를 도우로 가리킨다. 어머니가 사라지고 피해자가 죽음을 맞이한 날, 하필 도우는 어머니의 약을 먹고 자 알리바이가 없다. 여기에 피해자가 사진 속에 함께 찍힌 강아지가 도우의 발 밑에 있다.


그런 도우는 낯선 이방인 호승이 수상하다고 경찰에 알린다. 꼬리를 흔들던 강아지도 호승만 다가오면 숨거나 짖는다. 또 그의 베게 밑에는 칼이 숨겨져 있다. 도우는 줄곧 호승의 기묘한 친절함에 스산함을 느껴왔다. 하지만 주변 이들은 호승을 모른다고 답한다. 호승은 실재하는 인물일까, 아니면 도우가 만들어낸 환상일까.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낡은 모텔이다. 허름한 모텔이 주는 음산함은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임상수 감독은 시골 마을의 폐쇄적인 특수성과 이방인만이 존재하는 모텔이 도우를 갉아먹는 과정을 담아내 스릴러란 장르를 완성했다.


'파로호'는 결말을 정확하게 내리지 않는다. 임상수 감독은 도우가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도우를 가스라이팅 피해자로, 환상이라면 도우가 가해자가 되도록 영화를 설계했다. 같은 인물을 봐도 다르게 판단될 수 있도록 의도한 지점이다. 18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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