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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바꾼 가요계②] 커지는 가요계 온라인 시장, 더 커지는 빈부격차


입력 2022.08.18 06:26 수정 2022.08.18 06:2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온라인 공연 1년에 203편...전년 대비 250% 증가

홍대 라이브 공연장·인디 레이블 폐업 잇따라

영세 기획사 아이돌, 코로나19에 결국 해체 결정

“그동안 (대중음악 업계는) 공연 자체를 못했다. 아직도 쿼터(관객수)를 엄청 작게 받은 상태라 실질적으로 공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형 기획사의 경우 온라인 공연과 새로운 무대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지만 작은 영세 기획사의 경우 더 큰 고충을 겪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수장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말이다. 실제로 하이브를 비롯한 국내 대형 가요 기획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팬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공연을 활성화하면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기획사, 특히 공연 매출이 곧 다음 앨범의 제작 기반이 되는 인디 업계의 경우 이렇다 할 방책을 찾을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빅히트뮤직 ⓒ빅히트뮤직
1년 만에 250% 증가...코로나19로 급성장한 온라인 공연 시장

코로나19 기간, 가요계의 온라인 시장 성장세는 티켓 판매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21년 인터파크에서 판매된 온라인 공연은 203편으로 전년 58편 대비 250%가 증가했다. 이 중 콘서트가 158편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 공연들의 판매 금액은 약 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티켓 구매 관객 중에는 20대 여성 관객이 35.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공연 판매 금액의 80.4%가 콘서트 장르이고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과 팬미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해외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에 집중된 결과다. 인디 업계도 온라인 공연을 시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팬들을 끌어 모으는 케이팝(K-POP) 아이돌과 달리 인디 음악은 소수의 국내 팬들이 주요 소비자다. 결국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홍보비, 카메라 및 음향 비용 등을 합하면 오히려 온라인 공연은 손해만 남기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디 밴드 보컬 A씨는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지만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밴드에겐 온라인 공연이 너무 낯선 환경이었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었지만, 대면 공연만큼의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업계의 피해 규모는 약 23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시기 살롱 노마드, 달콤한 음악실, 브이홀, 무브홀, 퀸라이브홀, 에반스라운지 등 홍대 인근 라이브 공연장 10여 곳이 줄줄이 폐업했고, 레이블의 폐업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공연기획사 관계자 B씨는 “코로나19 이후 주변 동료들이 하나, 둘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케이팝 아이돌의 글로벌 성과들이 연일 보도되는 상황을 보면서 상대적인 상실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후엔 빈부격차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브이홀 홈페이지 ⓒ브이홀 홈페이지
가요계 빈부격차 심각...공연장 사라지고, 영세 기획사 아이돌은 해체

엔데믹 이후 대중음악 업계도 활기를 찾는 듯 보이지만, 코로나가 닥치며 체감한 가요계의 빈부격차는 여전히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팝 그룹은 대면 공연은 물론 해외 투어와 행사를 이미 시작했고 대형 야외 페스티벌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획사와 인디 음악인들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


중소기획사에서는 많은 신인 그룹들이 탄생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됐던 2020년만 해도 엔하이픈, 트레저, 크래비티, 비오브유, 2Z, 다크비, MCND, 마이스트, 티오원, 엘라스트, 고스트나인, BDC, 위아이, 드리핀, 피원하모니, 에스파, 위클리, 시그니처, 우아!, 시크릿넘버, 레드스퀘어, 마카마카, 루나솔라, 스테이씨, 블링블링 등 약 30~40여 팀의 신인 그룹이 생겨났다.


기획사들은 제작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솔로·프로젝트 그룹 등 활동 형태를 다각화하며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영세 기획사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인기와 인지도가 낮은 멤버와 아이돌은 코로나19 시대 가요계의 취약계층이나 다름없었다.


중소기획사 소속 그룹들은 대부분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2년여를 보내야 했고, 심지어 그 사이에 멤버가 탈퇴하거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만들어지자마자 팀이 해체된 경우도 적지 않다. 사실상 신인 그룹들 중 살아 남은 이들은 대형기획사이거나, 이들의 산하 레이블 소속인 경우가 많다.


인디 레이블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공연장이 문을 닫으니, 음악인들도 당연히 공연이 줄었다. 기존 소규모 공연장의 폐업으로 인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인디 음악 주요 소비층이었던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연령대 사람들의 방문도 뜸해진 것이 현실이다.


윤동환 한국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인디 레이블 엠와이뮤직 대표)은 “오프라인 활동으로만 먹고 살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도 끊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이런 시도들은 산업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시장이 더 넓어지는 발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작은 규모의 회사나 개인들은 경험도 적고 인력도 적기 때문에 이런 시도에도 한계가 있다. 소형 회사 정도만 되어도 길을 찾고 있는 상황이지만 1~2인 기획사나 개인 뮤지션들은 애초에 방법을 찾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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