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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장벽 뚫는 스태프들②] “경쟁력 갖췄지만”…글로벌 진출 여전히 어려운 이유


입력 2022.08.09 11:00 수정 2022.08.09 07:4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CG 등 전문인력 해외 진출 문턱 낮아져

촬영, 무술스태프 등은 여전한 어려움 호소

한때는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 관객들을 겨냥하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배우를 포함한 많은 한국 영화인들의 ‘꿈’이었다. 배우 이병헌, 비, 김윤진 등이 미국 영화, 드라마로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으나, 이는 일부 사례에 그칠 만큼 어렵고 성취하기가 힘든 목표였다.


영화감독, 스태프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현지에서도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쏟아지고, 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등이 한국 콘텐츠에 큰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박찬욱과 봉준호가 미국에서 드라마, 영화를 연출하고, 김지운이 프랑스와 합작해 드라마를 연출하는 등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또 인정을 받고는 있었다. 다만 해외 영화제 등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일부 거장에게만 한정된 면도 있었다.


영화 '외계+인' 제작기 영상. 기사 내용과는 무관ⓒ영화 '외계+인' 제작기 영상 캡처 영화 '외계+인' 제작기 영상. 기사 내용과는 무관ⓒ영화 '외계+인' 제작기 영상 캡처

스태프들의 경우는 더욱 한정적이었다.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은 물론, 새로운 환경과 기술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으나 실력과는 별개로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촬영 현장의 특성상 새로운 나라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가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키면서 해외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던 정정훈 촬영 감독과 같은 사례를 제외하면, 자신의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기회조차 쉽게 얻기 힘들었다.


물론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한국에서도 훌륭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또 그것이 해외 관객, 시청자들에게 통한다는 것이 증명이 되면서 한국 영화인들을 ‘인식’하고 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서준, 마동석 등이 마블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오디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이전과 달리 캐스팅 또는 섭외를 통해 출연이 이뤄지기도 한다. 황동혁 감독 등 OTT 작품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창작자가 러브콜을 받기도 하고, 이러한 작품을 통해 특수분장과 CG, 스턴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작진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시장을 통해 또 하나의 활로를 개척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 온 국내 영화계에서도 지금의 흐름이 또 다른 가능성을 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이 영향이 스태프들을 향해서도 고루 미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품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작품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경력이나 포트폴리오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VFX 업체 모팩 스튜디오의 손오형 본부장은 “과거에 비해 (해외 진출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낮아진 이유 중 하나는 언어 장벽이 낮아진 것도 있다.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 역량을 갖춘 젊은 인력들이 늘면서 아무래도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중국 등에 한정이 됐다면 지금은 캐나다, 호주, 북미 등의 대형 스튜디오를 향한 진출이 더욱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손 본부장은 “기술적 낙차가 줄어든 것을 이제 해외에서도 보고 있지 않나. 국내 콘텐츠에도 이제 비용이 꽤 많이 투입이 된다. 촬영 규모가 커지기도 하고. 퀄리티가 필요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한 작업을 통해 경험치도 쌓고, 또 이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튜디오 단위로 이뤄지는 후반 작업 파트가 아닌, 촬영이나 사운드, 무술 등 현장 스태프들은 여전한 ‘장벽’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국내 영화 인력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영화, OTT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한 한 촬영 스태프는 “우선은 중국 시장은 현재 거의 막힌 상태고, 미국 등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것부터 쉽지 않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이미 우리보다 더욱 뛰어난 교육을 받고, 체계적인 환경을 경험 중인 현지 스태프들을 제치고 우리에게 주목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기술 파트 스태프들의 상황인데, 진출한 인력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 유의미한 인맥을 갖추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무술 감독 또한 자신의 영역의 해외 진출에 대해 “지금으로선 베트남 등이 아닌, 선진국으로의 진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내 무술팀의 장점도 물론 있으나, 사용하는 장비나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그 격차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고,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새 시장을 뚫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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