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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제작진 포진"…넷플릭스가 퀴어 콘텐츠 다루는 태도로 본 가치의 진정성


입력 2022.08.08 13:06 수정 2022.08.08 13:1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모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퀴어 콘텐츠가 방송국보다 한층 자유로운 표현과 수위가 보장되는 OTT를 통해 웹드라마부터 관찰 리얼리티, 연애 서바이벌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다양성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고무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제작진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온전히 선행된 뒤 퀴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인가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프로그램의 대표성을 가진 제작진 혹은 제대로 된 인식 없이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일이 또 다른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 '메리 퀴어'만이 MC를 성소수자 대표 방송인 홍석천으로 기용해 낯설 수 있는 성소수자의 모습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앞서는 성소수자임을 당당히 밝힌 김조광수 감독이 영화 '후회하지 않아', '원나잇 온리', '메이드 인 루프탑' 등을 연출하며 성소수자의 시선에서 가장 맞닿아있는 이야기를 사회적 변화와 함께 그려왔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퀴어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사회적 다수인 이성애자의 소비에 맞춰진 것은 아닌지, 성소수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볼 볼 필요가 있다. 이 관점에서 넷플릭스의 행보는 의미가 있다.


지난 해 GLAAD(세계 최대 LGBTQ 미디어 단체)가 공개한 리포트에서 아마존, 훌루, HBO 맥스, 디즈니+, 애플TV+ 등 8개의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서, 성소수자 캐릭터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넷플릭스의 경우 퀴어 콘텐츠를 만들 시, 다양성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성소수자 제작진,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었다.


GLAAD의 2020-2021 리포트에 따르면 라이언 머피, 배우 겸 각본가 리나 웨이스, 제작자 그레그 벌렌티, 숀다 라임스가 성소수자 콘텐츠를 만드는 중심축이었다. GLAAD는 이들이 참여한 작품 속 성소수자 캐릭터가 전체 TV 쇼 성소수자 캐릭터의 17%(370명 중 62명)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성소수자 캐릭터 다섯 중 한 명이 언급된 네 프로듀서의 시리즈에 등장한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라이언 머피, 리나 웨이트, 그레그 벌렌티는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이다. 숀다 라임스는 이성애자지만 퀴어 뿐 아니라 여성, 유색인종 등을 주인공으로 꾸준히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TV 쇼에서 성소수자를 그리는 표현이 제한돼 있다는 업계의 의견을, 경험이나 이해로 반영하고 있는 상징적인 인물들인 셈이다.


이들이 성소수자 캐릭터 표현을 확대한 무대는 주로 넷플릭스였다. 지난해 숀다 라임스는 '애나 만들기' 제작, 라이언 머피는 뮤지컬 영화 '더 프롬' 제작 및 연출, 리나 웨이트는 '뷰티' 각본가로 참여했다. 이들은 성소수자 이야기나 캐릭터로 편견과 혐오를 그리거나 커밍아웃한 배우들을 기용하는 등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녹일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경미한 뇌성마비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게이로 살아가고 있는 배우 오코널과 손 잡고 오리지널 '스페셜'을 만들어, 제70회 에미상 최우수 단편 시리즈 부문을 비롯해 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라이언 오코널은 '스페셜'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원작자이자 작가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주연의 몫까지 모두 소화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 관계자는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통해 '모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라며 "다양성을 위한 중요한 초석을 지속적으로 쌓아 가고 있는 만큼, 향후 업계 전반에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바람이 보다 커지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29일에도 40대 게이 부동산 중개인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언커플드'를 공개했다. '언커플드'는 공개적으로 자신을 게이로 정의한 에미상 수상자 대런 스타와 제프리 리치먼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주인공 역시 동성애자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 플랫폼에서는 퀴어 콘텐츠를 만들 때 제대로 가치가 전달 될 수 있는지가 제작, 유통에서 우선시 된다. 이에 제작진들이 성소수자 스태프나, 배우 등과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반영하려 한다"라고 전했다.


해외의 사례처럼 퀴어 콘텐츠를 만들 때 제작진이 꼭 성소수자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향후 퀴어 콘텐츠가 더 폭 넓게 그려지기 위해서, 혹은 사회적 인식 변화에 앞장서고 싶다면 성소수자에 대한 조금 더 세밀한 이해와 관찰은 필요해 보인다.


시청자이자 성소수자인 민우(가명) 씨는 "퀴어 콘텐츠가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인권과 가치와 연결되느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모르겠다. 예를 들어 퀴어 콘텐츠 출연자나 배우들을 잘생기고 호감형인 이들로 섭외해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만 보일 뿐, 성소수자들 안에서의 다양성과 각자의 고민의 깊이는 부재해 보인다"라고 아쉬워 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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