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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간호사 사망 안타깝지만…아산병원 최선 다해, 과실 있다고 보기 힘들어"


입력 2022.08.05 05:02 수정 2022.08.05 15:48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의료계 "그 큰 아산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 단 2명뿐…365일 퐁당퐁당 당직 서며 근무"

"뇌혈관 수술 분야, 낮은 의료 수가로 지원자 급감…어떻게든 간호사 살리려고 서울대병원에 보낸 것"

병원 측 "응급조치·색전술 실시했지만 상태 위중…불가피하게 전원한 것, 응급 시스템 재정비할 것"

법조계 "수술 가능한 의사 없어 전원, 흔한 일…의료과실, 의료진 최선 다하지 않았을 때 책임 묻는 것"

서울아산병원.ⓒ연합뉴스 서울아산병원.ⓒ연합뉴스

국내 대형병원으로 손꼽히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결국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아산병원을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해 결국 사망한 것은 안타깝지만, 의료 현장의 심각한 인력난과 뇌출혈은 응급 대처가 어려운 질병이라는 점에서 마냥 병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의료계의 의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아산병원이 모든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불가피하게 전원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아산병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근무 중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병원에서는 곧바로 색전술(출혈을 조절하는 치료)을 시도했지만, 수술이 필요한 정도로 증상은 심각했다. 결국 필요한 수술을 할 의사가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이를 두고 서울아산병원이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간호사가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지난달 31일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서울아산병원 동료 직원이라고 밝힌 B씨가 "세계 50위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병원이 응급 수술 하나 못 해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의료현장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도살리고 있고, 뇌출혈은 응급상황에 대처하기가 힘든 질병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무작정 책임을 병원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3일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KBS 유튜브 채널에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방 교수는 "참담한 심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현실을 이해해 달라"며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 2명이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 서며 근무했다"고 전했다.


그는 "뇌혈관 수술 분야는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며 "그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했는데, 뇌혈관내시술 교수가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면서 어떻게든 간호사를 살리려고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서 수술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감정적으로 끌어갈 문제는 아니다. 백화점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을 살 수 없듯이 모든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상주하기는 힘들다"며 "이번 일도 할 수 있는 한 시술을 하다가 안 돼서 전원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응급실 종합 상황판을 통해 권역응급의료센터나 규모가 있는 응급실에서 수술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서 볼 수 있다"며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질환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2~3% 정도 밖에 안 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질 높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출혈도 다 종류가 다르고 예후도 다르다"며 "초기 출혈이 얼마나 많았는지가 예후에 큰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응급의료센터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응급의료센터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아산병원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응급조치와 색전술을 실시했는데 환자분 상태가 위중해 색전술만으로 불가능했다"며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돼 불가피하게 전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응급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직원 포함 환자의 안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병원에 과실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전원하는 일은 흔하고, 이 사실만으로 A씨의 죽음이 병원 측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이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24시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 신경외과가 그렇게 선호되는 전공도 아니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병원의 과실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의사가 병원을 비운 사유가 정당하지 못할 때는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보통 의료 과실이라고 하는 것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인데, 이번 일은 모든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불가피하게 전원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이원의 정이원 변호사도 병원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국민 정서와 법률, 의료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같다"며 "아산병원이 큰 병원이기는 하지만 의료는 굉장히 세분화돼 있어 신경외과 내에서도 머리를 보는 사람이 있고 허리를 보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치료할 수 없을 때 전원을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고 잘라 말하고, "설사 병원에 의사가 있더라도 다른 수술 중인 경우도 있을 것인 만큼 병원 측에서 대응을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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