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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에 중립? 대통령은 외계인 아니다


입력 2022.07.30 04:04 수정 2022.07.29 07:57        데스크 (desk@dailian.co.kr)

사담(私談)으로 정치인들 호오(好惡) 감정 표현 당연

미국 대통령은 욕설 곧잘 해도 웃으면서 넘어가

입당부터 경선 후까지 후보 무시, 조롱한 당 대표

이런 사람에 대한 중립적 자세는 외계인만 가능

지난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자를 통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자를 통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징계 후 자숙(自肅) 대신 ‘팔도유람’ 자기 정치에 열중인 이준석이 내부 총질 전문가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알면서도 그것이 당과 대선 후보를 위한 일이었다고 우기고 싶은 이들이 있다. 이준석에 의해 당 최고위원이 된 김용태 같은 ‘준빠 청년’이 그 예다.


“대통령께서 당 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서 정말 유감스럽다.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그것을 내부총질이라고 인식하셨다는 것에서(‘것이’라고 해야 어법에 맞음) 정말 당황스럽다.”

이 청년의 비문(非文)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그의 수준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 수준이 짜증을 일으킨다. 그의 다음 말은 윤석열 지지자들을 더욱 짜증나게 한다.


“당 지도부가 새롭게 선출되면서 대선 이기고 지선 이겼지 않나. 정권교체를 위한 일념 하나로 대표를 포함해서 당 지도부가 정말 피와 땀을 갈아 넣었다. 잠 줄이고 밥 줄이고 수만 킬로 뛰면서 윤석열 정부 잘할 수 있다고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피와 땀을 갈아 넣었다? 그러면 윤핵관 타령하며 두 번이나 가출하고, 윤석열 위에서 상왕 노릇하려다 쫓겨난 김종인 편들며 내부 총질했던 건 뭔가?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거짓 수사(修辭)를 부리고 있다.


‘준빠 국회의원’ 하태경은 이보다 한술 더 뜬다.


“윤석열 대통령이 된 과정도 소위 문핵관(문재인 핵심 관계자)들하고의 투쟁 과정 아닌가? 정치적으로 볼 때는 사실 이준석 대표가 꼭 불리하지는 않다.”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대와 운동권(주사파) 출신 이력이 다시 보인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한 윤석열과 자기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내부 총질한 이준석을 동급으로 보고, 그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보는 수준이라니…….


하태경, 김용태 류의 준빠들은 알아야 한다. 이준석이 대표가 된 것은, 그의 실체를 알기 전에, 젊은 대표로 바뀐 당 이미지가 진보좌파의 장기 집권 획책 저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 보수우파들의 순진한 바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시기에 윤석열이라는, 보수 진영에서는 흔치 않은, 아주 괜찮은 상품이 출시되고 있었다. 태극기나 회색 후보가 아닌 학력, 경력, 인물에서 빠지지 않는 대선 후보에 하버드 출신 37세 당 대표는 환상의 조합이라며 이준석을 밀어 줬던 것이다.


‘역선택’도 한몫 했다. 당원 투표에서는 나경원이 압승했지만, 일반 국민 투표에서는 이준석에게 더 많은 표가 쏟아졌다. 정권교체 열망과 진보좌파들의 선호가 이준석 야당(당시) 대표를 낳았다.


이준석은 그의 능력과 자질로 보수 정당의 얼굴이 된 게 아니다. 이걸 모르고 나이답지 않은 권력욕과 싸움닭 근성을 날마다 내보이면서 윤석열과 당을 흔들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대선과 지선을 이길 수 있었냐고? 이준석이 이긴 게 아니라는 건 이준석도 안다. 지난번 당 윤리위에 출석하며 기자들 앞에서 눈물바람을 할 때 그 공치사를 했는데, 양심이 있으니 몇 마디 하면서 울먹이기 바빴다.


대선과 지선 승리는 윤석열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가 안 되고 홍준표나 유승민이 후보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이 저 극악스러운 진보좌파와 이재명을 꺾을 수 있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은 신선미는 없고, 저들에게 잡힐 약점만 무수히 가진 약체들이었다. “윤석열과 김건희 약점은 어떻고?”라고 묻지 말라. 저들에게 약점 안 잡힐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윤김 부부는 그 최대한을 잡혀서 고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권을 따낸 사람들이다.


입당부터 경선, 후보 확정 후까지도 이준석이 한 일이 무엇인가? 윤석열을 무시하고 조롱하며 윤핵관들과 소란 피우는 게 일과였다.


“윤석열은 아무 것도 모른다. (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와 관계없이 경선 버스는 떠난다. 오기 싫으면 오지 마라. 윤석열은 김종인에 매달려야 한다. 비빔밥 완성됐다. 윤석열은 당근이다. 나는 당근 안 먹는다. 윤석열 당선되면 지구를 떠나겠다. 윤석열 곁에 하이에나가 있다. 윤석열 저거 곧 정리된다…….”

이런 사람을 누가 예뻐할 수 있나? 더구나 윤석열은 그 분탕질의 직접 피해자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


사담(私談)은 사담, 내부 총질한 사람 험담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호오(好惡) 감정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대통령이니 무조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건 외계인에게나 요구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욕설도 곧잘 한다. 레이건의 ‘개자식’ 사례는 유명한데, 바이든도 올해 초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보수 TV 기자에게 “멍청한 개자식”(What a stupid son of a bitch.)이라고 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해명 기자회견은 웃으면서 끝났다. 한국이라면 탄핵 말 또 나왔을 것이다. 여유도 없고 인간적이지도 않다.


윤심(尹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권성동이 ‘멍청하게’(멍청한 계산에 의해?) 찍힌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윤심(尹心)에 호들갑 떨지 말자.


성 접대와 증거 인멸 교사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그걸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해 대표직을 ‘압수’하도록 윤심이 작용했느냐 여부가 중요하진 않다.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 노출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이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최영범은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애썼으나 정확한 윤심(尹心)에는 못 미쳤다. 참모라서 못한 말을 윤석열은 이렇게 직접 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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