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가족 간의 갈등과 상처 치유법


입력 2022.07.07 13:08 수정 2022.07.07 10: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컴온 컴온’

가족이라는 관계는 참 묘하다. 함께 있어 행복할 때도 있지만 불행할 때도 있다. 또한 사랑할 때도 있고 미워할 때도 있다. 같이 있어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상처와 고통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가족은 울타리이기도 굴레이기도 하다. 마이크 밀스 감독의 영화 ‘컴온 컴온’은 가족간 갈등을 이해와 사랑으로 극복하는 조카를 통해 삼촌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어린이의 꿈과 삶, 미래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호아킨 피닉스 분)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오랜 시간 등을 돌리고 살던 여동생 비브(가비 호프만 분)의 전화를 받는다. 동생의 부탁으로 9살 조카 제시(우디 노먼 분)를 돌보게 된 그는 뜻하지 않게 즐거운 시간과 슬픈 시간, 조용한 밤과 흥미로운 낮 시간을 함께 한다. 조니는 제시에게도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도리어 질문 세례를 받고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과거를 꺼낸다.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족간의 상처와 이해를 강조한다. 가족은 친구나 지인들과 다르게 좀처럼 떨어지기 힘든 관계다. 거리를 두고 살면 관계유지가 편할 수 있지만 결국은 만나야 할 일이 생긴다. 문제는 허물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조니와 비브 역시 마찬가지다. 어머니 투병생활 중, 남매는 서로 다른 판단 때문에 갈등을 빚게 되었고 의견이 대립하면서 멀어지게 된다. 조니는 뒤늦게 우울증에 걸린 남편과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겪어야했던 여동생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가족이기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조금 발휘한다면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관계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

어린이들을 통해 어른의 성장을 보여준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 마음대로 자식의 생사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나의 존중받는 인격체다. 조니는 어린이들을 취재하며 어린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생각 그리고 꿈, 행복, 바람들을 묻는다. 질문을 받은 어린이들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어른만큼 또는 어른보다 더 성숙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영화는 가족과 세상, 젊음과 나이 듦, 거대한 질문과 사소한 질문 등 상호 반대되는 것들을 내세워 어린이를 존중하고 이들의 슬픔과 기쁨을 배워가는 어른의 성장을 보여준다.


ⓒ

시청각으로도 관객을 사로잡는다. 미국의 각 도시는 물론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기억의 빈칸을 채운다. 더욱이 조니가 어린이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이 교차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흑백으로 촬영된 영상은 겨울이 배경이지만 따스해 보이고 아련한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모차르트를 비롯한 다양한 클래식 음악도 영화의 품위를 높인다. 문학을 좋아했던 마이크 밀스 감독은 원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그의 경험과 취향이 더해져 한 편의 영상 에세이로 탄생했다.


가족간의 갈등과 상처는 현대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심화되고 있다. 이는 방송매체에서 가족상담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또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영화 ‘컴온 컴온’은 가족 간의 갈등과 상처는 물론 가족의 소중함과 따뜻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