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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14년 역사 품은 세계 대표 호미곶 등대, 시민 가까이 ‘한걸음’


입력 2022.07.03 14:29 수정 2022.07.03 19:37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세계 4번째 세계등대유산 선정 맞춰

국립등대박물관 ‘체험형’ 시설로 재개관

114년 역사 바탕 관광·교육 장소로 인기

호미곶 등대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호미곶 등대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높이 26.4m. 짙푸른 바다 곁이라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색. 넓은 밑면과 갈수록 좁아지는 꼭대기가 외국의 탑 같기도 하다. 1908년 처음 불을 밝혀 114년째 바다 위 어선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호미곶 등대’는 지중해 일부를 옮겨놓은 듯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호미곶 등대가 114년 역사 끝에 올해 국제항로표지협회(IALA)가 선정한 ‘올해의 등대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이를 기념해 취재진은 지난 1일 해양수산부와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안내를 받아 호미곶 등대와 국립등대박물관을 둘러봤다.


국제항로표지협회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등대 보존과 항로표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1곳의 등대를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하고 있다. 호미곶 등대는 2019년 프랑스 코루두앙 등대, 2020년 브라질 산토 안토니오 다 바라 등대, 지난해 호주 케이프 바이런 등대에 이어 네 번째로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호미곶 등대 내부에 천정에 대한제국 황실 대표 문양인 오얏꽃이 새겨져 있다. ⓒ환경부 호미곶 등대 내부에 천정에 대한제국 황실 대표 문양인 오얏꽃이 새겨져 있다. ⓒ환경부

한국항로표지기술원에 따르면 호미곶 등대는 1800년대 후반 개항으로 선박 운항이 늘어나면서 암초 충돌 사고가 잦자 건설 필요성이 제기됐다. 처음 만들 때는 설립 당시 지명인 ‘동외곶’ 등대라 불렀다. 이후 장기갑 등대, 장기압 등대, 장기곶 등대 등으로 불리다 2002년 행정 구역 명칭 변경과 함께 ‘호랑이 꼬리(호미·虎尾)’, 호미곶 등대로 이름 지어졌다. 등대가 위치한 곳이 한반도를 호랑이로 표현할 때 꼬리 부근이기 때문이다.


호미곶 등대는 벽돌을 쌓아 올린 ‘조적조’ 건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 등대는 콘크리트 철골 구조가 많다. 호미곶 등대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덕분에 지진 등에 강하다는 게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설명이다. 특히 천장에 새겨진 대한제국 황실 대표 문양인 오얏꽃 무늬는 호미곶 등대의 특징과 역사를 대표하고 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호미곶 등대가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가치 진정성 ▲예술·학술성 ▲희귀성을 꼽았다.


가치 진정성에서는 뛰어난 안전성과 보존상태가 높게 평가받았다. 벽돌을 쌓아 올렸고 가로, 세로 비율이 1:6으로 설계돼 지진 하중에 대한 저항성이 높고 안정적이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관계자는 “하부가 넓어지는 입면 형상으로 설계된 배경에는 수평하중에 합리적으로 저항하고자 하는 20세기 당시 첨단 기술이 신중하게 반영됐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새로 개관한 국립등대박물관 전경.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지난 1일 새로 개관한 국립등대박물관 전경.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구조적이 미(美)도 뛰어나다. 팔각형 고층형 등대로서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하얀색의 형태는 길게 늘어진 웨딩드레스를 연상하게 한다. 출입문과 창문은 고대 그리스 신전과 같은 양식의 정교한 박공(牔栱) 지붕이 있어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이는 호미곶 등대가 신고전주의적 건축양식을 채택해 그리스 도리아 양식의 당대 근대건축물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물을 이중 벽으로 설계한 점은 호미곶 등대의 희귀성을 높여준다. 이중 튜브(tube) 구조는 초고층 건축물에 적용되는 구조시스템이다. 1층에는 공중 부벽을 설치해 공간 안에 공간을 만들었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과 유사한 형태다. 20세기 초에 설치한 26.4m 규모 등대임에도 지금까지 온전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다.


취재진이 국립등대박물관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취재진이 국립등대박물관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배용찬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주무관은 세계등대유산 선정과 관련해 “우리나라 등대가 다른 나라보다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콘텐츠는 풍부하다”며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 관광자원과 교육용으로 가치가 뛰어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립등대박물관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다른 나라는 보통 등대 안에 간단한 자료와 유물을 두는 정도인데 우리는 대규모 박물관을 지어 일반 국민에게 등대를 더 자세히 알리고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국립등대박물관 재개관식이 열렸다. 1985년 2월 7일에 처음 문을 연 국립등대박물관은 1982년 8월 4일 호미곶 등대가 지방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당시 경북 영일군에서 만든 곳이다.


국립등대박물관은 한국 등대 발달사와 각종 해양 수산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등대 관련 자료와 소장품 3000여 점이 전시돼 호미곶을 찾는 이들은 다양한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취재진이 국립등대박물관에서 공기를 이용해 뱃고동 소리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취재진이 국립등대박물관에서 공기를 이용해 뱃고동 소리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이번에 새로 개장하면서 전시와 체험, 교육, 역사관으로 나눠 아이들이 등대와 과학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등대의 역사와 원리, 작동법 등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시설 대부분을 체험형으로 만들어 방문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공간은 놀이 기능을 접목해 재미를 배가시켰다.


취재진이 직접 둘러본 결과 구조물은 물론 벽면과 바닥까지 모두 감응형 구조물로 방문객 움직임 하나하나에 전시물이 반응하는 형태였다. 벽면의 등대 그림을 만지면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 등대의 기능이나 역사 등을 설명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등대를 가동하는 전력이 만들어졌고, 공기를 주입하면 뱃고동 소리를 재현할 수도 있었다. 관람객이 직접 배를 몰면서 부표 사이 정해진 항로를 돌아다니며 바다 괴물을 물리치는 게임은 아이들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국립등대박물관 관계자는 “육지에 차들이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신호등이 있듯, 넓은 바다에도 배들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신호등 역할을 하는 장치들이 설치돼 있다는 점을 아이들 눈높이로 설명하고 싶었다”며 “이번에 재개장하면서 체험을 중심으로 등대의 역사와 기능을 과학적 원리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국립등대박물관에서 다양한 항로표지를 따라 배를 운항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취재진이 국립등대박물관에서 다양한 항로표지를 따라 배를 운항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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